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동행]은 당사자들이 병원, 관공서, 법원, 시설 등을 이용할 때 부딪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전하는 꼭지 

 

'멀고도 험한' 긴급복지지원, 기초생활수급 신청의 길 

 

<김경민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여전히 ‘가족 중심’의 복지

얼마 전, 고시원에 입실한 김모씨와 종로구 관내 주민센터에 방문했다. 복지창구에서 긴급복지지원과 기초생활수급 신청 절차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필요한 서류들이 있어 고시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서류를 준비하여 주민센터에 재방문했다. 담당자와 상담을 하던 중 가족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씨는 비록 만난 지는 오래되었지만, 어머니와 동생이 있으며 가끔 연락을 하며 지낸다고 답했다. 원활히 진행되던 중 제동이 걸렸다. 담당자는 의료급여에 있어 부양의무자기준이 남아있어 주거급여와 생계급여만 신청할 것인지 의료급여까지 신청할 것인지를 물었다. 김씨는 이전에 기초생활수급을 받던 수급자였다. 부양의무자인 어머니께 우편을 통해 금융정보 제공 동의서를 보내고 받은 적이 있음을 확인했고, 이번에도 우편으로 발송하기로 했다. 담당자는 고령의 어머니라 우편이 잘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김씨는 어머니가 동생과 지내고 있어 가능하다고 했다.

 

거리홈리스 진모씨의 경우도 비슷했다. 진씨는 자녀가 둘이 있었다. 원래는 1년에 서너 번 정도 연락을 했었지만, 거리노숙을 시작하면서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혼한 자녀들의 소득이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일단 우편을 보내기로 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가족해체 사유서도 작성하기로 했다. 담당자는 최대한 자세히 쓰는 게 좋다고 했다.

 

거리홈리스 당사자는 거리생활의 여파로 몸이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속적으로 병원을 이용해야 하거나 갑작스럽게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에 의료급여, 곧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는 필수이다. 그런데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대표되는 가족 중심의 복지체계로 인해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받는 과정이 복잡하고 심지어는 권리보장에서 배제되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급여에 있어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이 시급하다.

 

수동적인 복지 행정

거주불명등록 상태이기는 하지만 주민등록증은 가지고 있었던 거리홈리스 박모씨의 경우, 2020년 구청의 도움으로 주민센터를 통해 주민등록증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에 주민센터는 거처가 있어야 복지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에 박씨는 “밖에서 생활하는 이유가 거주지가 없어서 그런 건데 거주지가 있으면 뭣하러 이런 방식으로 하냐”면서 “관공서에서 거주지를 구해줘야 할 문제가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또 다른 거리홈리스 최모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동행 과정 중 주민등록증이 자주 쓰이게 된다면서 작년에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를 잘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일선 공공기관인 주민센터에서 어떻게 해야 거주지를 만들 수 있고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할 수 있는지 충분한 안내와 설명을 듣지 못했다. 주민등록증이라는 플라스틱 쪼가리를 만들어 거리생활을 이어가야 했을 뿐이다. 여러 차례 주민센터에 방문했지만 존재하는 복지제도를 이용할 방법을 안내받지 못했다.

 

눈대중으로 하는 ‘긴급복지 안내’?

박씨와 주민센터에 동행했을 당시 복지창구 담당자에게 기초생활수급 신청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담당자는 기초생활수급에 대한 안내만을 해줄 뿐이었다. 긴급복지지원 제도에 대한 안내는 이뤄지지 않았다. 긴급복지도 신청하려고 하는데 원래 긴급복지지원 제도에 대한 안내는 안 해주는지를 물으니 필요해 보이는 분한테는 안내해준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복지부의 지침인 ‘2022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한 수급권자의 생활실태가 긴급복지지원 제도에서 인정하는 위기 상황에 해당하는 경우 수급권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보장기관은 긴급복지지원 제도를 안내하고 수급자로 보장결정 이전까지 긴급복지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 운영.” 

 

이렇듯 수급신청 과정에서 긴급복지지원 제도에 대한 안내는 분명히 필요한 사항으로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당사자의 긴급복지 필요 여부를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담당자의 눈대중에 홈리스 당사자의 긴급성이 모두 파악될 수 있다는 얘기일까? 현행 제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당사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정수급신고센터라니!

교남동 주민센터에 방문했을 때 복지창구에 “부정수급신고센터”라는 내용의 팻말이 놓여있었다. 부정수급신고를 받는 것이 복지창구의 주 업무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부정수급의 사례가 넘쳐나는 것처럼 말이다. 복지상담의 턱을 낮추기 위한 문구를 적어도 모자랄 판에 부정수급신고센터라니. 수급을 신청하러 온 당사자가 부정수급이란 말에 대해 위축될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수급신청 과정에서는 수급을 받아보기도 전에 부정수급에 대한 경고를 서류와 서면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개 두 달 가까이 수급 자격심사를 거치고 있다.

 

거리홈리스 당사자와 동행할 때면 거의 매번 듣는 말이 있다. "혼자 했으면 못했을 텐데 고맙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이 문제다. 당사자 혼자서 복지제도를 이용하기가 너무 어렵다. 무작정 동주민센터를 방문해도 무슨 복지제도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충분한 안내를 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행정은 안내와 신청을 비롯한 여러 과정들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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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창구에 놓인 ‘부정수급신고센터’ 팻말 <사진=홈리스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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