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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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어깨걸기]는 홈리스행동과 뜻을 함께하는 연대 단위의 소식과 홈리스행동의 연대 활동을 소개하는 꼭지

 

21년을 외쳤지만 끝나지 않은 싸움, 이동권 투쟁 

법 개정을 넘어 구체적인 예산이 변화를 뒷받침할 때까지

 

<김도현 /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이동권, 공기를 마시듯 누렸기에 인식할 수 없었던 권리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용 리프트가 추락해 장애인 부부 중 한 사람이 사망하고 다른 사람은 중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여기서 이동권 투쟁이 시작되었다. 2003년 송내역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선로로 추락했고 열차에 치여 그대로 사망하고 만다.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를 통해 방향을 찾을 수 있는 유도블록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스크린도어도 없어 선로로 추락할 위험까지 있었다. 그 이후 스크린도어 설치를 위한 투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장애인은 계속 같은 방식으로 죽어 갔다. 2002년 발산역에서, 2004년 부천역과 이수역에서, 2006년 신수역에서, 2008년 화서역에서, 2009년 제물포역에서, 2017년 신길역에서, 그리고 지난 4월 7일 양천향교역에서. 중상을 입은 사고까지 헤아리면 참사의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장애인은 단지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도 목숨을 걸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동권, 이제는 꽤 익숙해진 말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처음 이동권 운동이 시작되었을 때는 “그게 뭔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5년 1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이동권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이 ‘이동권’을 단어로 등재한 게 2003년이니까.

 

사실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이동하는 것도 권리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공기 없이 살아갈 수 없으면서도 공기가 희박해지는 순간에만 그 소중함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대다수 비장애인들은 공기를 마시듯 이동권을 누려왔기에, 마치 우리가 ‘공기권’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 ‘이동권’을 이야기할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장애인을 고려한 안전시설이나 엘리베이터가 없어 지하철을 타다가 떨어져 죽고 버스는 이용조차 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는, 거리의 턱과 사방팔방 설치되어 있는 계단이 아득한 산처럼 느껴지는 이들에게는 절실한 권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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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 권리 실현을 위해 삭발투쟁에 나선 사람들 <사진=홈리스행동>

 

법이 바뀌고도 바뀌지 않은 현실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법이 이듬해 시행되면서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것이 새롭게 생겨나니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고. 이제 투쟁 같은 건 필요 없을 거라고. 과연 그런가?

 

법 제정 이후 처음 수립된 <제1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07~2011)>상으로는 2011년까지 전체 시내버스의 31.5%를 저상버스로 교체해야 했지만,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7~2021)>이 완료되어 가는 2021년 9월에도 30.4%에 머물렀다. 즉 제3차 국가 계획이 마무리되도록 제1차 계획의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고속·시외버스의 경우에는 더욱 참담하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는 건 전체 고속·시외버스 1만 여대 중 서울과 당진 간을 운행하는 단 2대뿐이다. 2019년 10월 시범 운행을 시작할 당시에는 그나마 서울↔부산, 서울↔강릉, 서울↔전주, 서울↔당진 4개 노선에 10대였으나, 현재는 코로나19와 이용 승객 부재 등을 이유로 8대가 운행을 중단했다.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경우 법정 의무대수가 중증장애인 200명 당 1대에서 2019년에 150명당 1대로 재조정되었고, 현재 이 법정대수를 넘어선 지역도 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특별교통수단을 도입할 책임이 지방자치단체, 즉 각 시·군에 맡겨져 있어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큰 상황이다. 예컨대 인천과 충북의 경우 도입률이 50%대에 머물고 있다. 

 

구체적 예산을 통해 ‘보편적 권리’로

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걸까? 법 규정은 만들었지만 국가가 구체적인 예산으로 이를 뒷받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오랜 투쟁으로 지난 1월 18일 교통약자법이 개정되어 ▲노선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특별교통수단의 원활한 환승·연계 등을 지원하기 위해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 ▲국가 또는 도(道)가 특별교통수단 이동지원센터 및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광역)이동지원센터에 대한 국비 지원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임의 조항으로 수정되고 말았다. 구체적 예산을 강제하지 않으면 현실은 바뀌지 않기에, 전장연은 국비 대 지방비의 비율을 70:30(서울시의 경우 50:50)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기재부는 방관으로 일관한다. 이에 전장연은 지하철 탑승 투쟁을 진행해 왔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의 면담이 이루어지기도 했으나, 인수위 역시 책임 있는 답변을 제시하지 않았다.

 

교통약자법 제3조는 “교통약자는 […]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동권 조항은 구체적인 예산을 통해 보장될 때만 공허한 선언이 아닌 실질적인 하나의 권리로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21년을 외쳐왔지만 장애인의 이동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고, 우리의 투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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