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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은 당사자들이 병원, 관공서, 법원, 시설 등을 이용할 때 부딪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전하는 꼭지

 

정해진 만큼이라도 보장하라 

노숙인 지원기관 방문부터 임시주거지원 신청까지

 

<김경민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지난 2월부터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이하 '실천단') 활동 중 다섯 분과 동행할 일이 있었다. 임시주거지원과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먼저 노숙인지원기관에서 임시주거지원을 신청해 쪽방, 고시원과 같은 방을 얻은 뒤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복원, 전입신고, 긴급복지지원과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는 순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 노숙인지원기관에 방문하러면 그 이전에 거쳐야 하는 단계가 필요했다. 바로 코로나19 검사다.

 

지원기관 출입의 조건

노숙인시설을 이용하려면 백신 접종자임을 증명하거나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을 확인해야 한다. 흔히 방역패스라고 불리는 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페, 식당 등에 방역패스가 적용되기도 전부터, 그리고 방역패스가 종료된 후에도 노숙인시설에서는 방역패스 시행 기간과 같은 수준으로 까다로운 출입 조건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시설 입소자뿐 아니라 시설에 출입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되어 거리 홈리스 당사자들은 ‘지원기관을 이용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걸핏하면 코를 쑤셔야 했다.

 

홈리스 당사자의 출입을 위한 노숙인지원기관의 요구사항은 방문 때마다 심심치 않게 바뀌었다. 지난 2월에 방문했을 때는 지원기관에서 PCR 검사 의뢰서를 발급받아 검사를 받아야 했다. 3월에는 신속항원검사를 요구했으나, 선별진료소에서 더 이상 신속항원검사의 결과지를 발부하지 않아서 혼선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4월 중순을 넘어서는 지원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자가진단키트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원기관에서의 임시주거지원 신청

실천단은 동행 과정에서 노숙인지원기관인 브릿지종합지원센터(이하 브릿지)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 A씨는 1월부터 임시주거지원 신청과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원했다. 그런데 브릿지는 예산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임시주거지원을 할 수 없고, 예산이 들어와서 임시주거지원이 재개되는 2월이 되기 전까지는 응급구호방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응급구호방에서는 전입신고를 할 수 없고, 기초생활수급 신청도 못 하니 A씨는 일단 2월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실천단에서의 지원을 통해 빠른 절차를 밟는 것도 제안했으나, 그동안 거리생활을 오래 해왔다며 기다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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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에 소재한 '서울시립 브릿지종합지원센터' <사진=홈리스뉴스 편집부>

 

거리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기다리고 기다려 2월이 되었다. 다시 방문한 브릿지에서 신청절차가 수월하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브릿지는 상담 이후 A씨의 의사조차 묻지 않고 브릿지와 관계가 있는 고시원에 연락을 취했다. 친한 동료가 있는 고시원으로 가고 싶었던 A씨가 원하는 고시원으로 못 가는 것이냐고 묻자 담당자는 서류봉투를 건네어 원하는 곳으로 A씨가 직접 다녀오게 했다. 

 

봉투에 들어 있는 계약서에는 주거지원 금액이 25만원으로 적혀 있었는데, 올해 임시주거지원 금액은 주거급여에 맞춰 32만7000원으로 증액되었다. 실천단의 항의에 브릿지에서는 임시주거지원액이 32만7000원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물품지원 금액이 포함된 것이니 25만원 이상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실천단 활동가와 브릿지 담당자가 실랑이를 벌이자 A씨는 25만원에 맞춰서 해보겠다고 하며 내려갔다. 실천단은 밖에서 32만원7000원까지 되는 거니 신경 쓰지 마시라 말했다.

 

위와 비슷한 사례를 반복적으로 경험한 뒤 4월에 B씨와 임시주거지원 신청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었다. 담당자와의 상담 끝자락, B씨가 원하는 고시원이 있다고 실천단 활동가가 말하자 담당자는 그 고시원의 가격을 물었다. 32만원이라고 답하니 담당자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저희가 시에서 지원 나오는 금액은 한정적이에요. 근데 사람을 한 분이라도 더 지원을 해주기 위해서 저희가 한 25만 원에서 26만 원을 끊는 거예요. 어차피 연말 되잖아요. 돈이 없어가지고 와도 못 해줘요. 10월 되면 9월달 되면 저희는 아예 예산이 빵원이 돼요….” 

 

담당자에게 항의하는 동안 B씨는 민망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정해진 만큼이라도 보장하라

노숙인지원기관 출입 시 코로나19 음성확인 절차는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문서에 따르면 이제는 해당 절차가 필수적이지 않음에도 자체적으로 검사를 해서 당사자들의 지원기관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임시주거지원액은 전년 27만원에서 32만 7000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노숙인지원기관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며 25~26만원짜리 방으로 홈리스들을 내몰았다. 결국 당사자들은 더 노후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린다.
 
대개 고시원에서 가격 차이는 창문 유무의 차이다. 국일고시원 화재에서 알 수 있듯, 창문은 화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문제다. 또한, 고시원, 쪽방 등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환기가 어렵고 밀집된 주거공간은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 만큼 창문은 필수적이다. 
 
브릿지 담당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매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겨울철에는 임시주거지원을 진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답은 당사자들을 더 저렴하고 열악한 주거로 내모는 것이 아니다. 기관이 나서서 서울시에 현 실정에 따른 충분한 예산을 요구하고 확보해야 한다. 노숙인지원기관은 반복되는 예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더 많은 홈리스를 지원하겠다고 말한다. 입만 살아서 떠들어대는 기만적인 위선이란.
 
추태는 멈춰라. 한 명 한 명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 정해진 만큼이라도 보장하라는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다. 노숙인 지원기관은 기관을 이용하는 당사자의 관점에서 지원과 운영을 해야 하는 기본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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