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를 반대하는 문화제 ‘서울역사랑방’
<홈리스뉴스, 편집부>
지난 10월 7일 금요일 저녁 7시, 서울역 광장에서 문화제가 열렸다.
홈리스라면 알아야 할 권리와 정보들을 중심으로 봉숭아학당, 문화공연, 특별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참여한 홈리스들이 서울역강제퇴거의 문제점을 듣고 논하며, 목청껏 노래도 부르고, 서울역 광장에 걸어놓을 현수막도 함께 만들었다. 현수막에는 강제퇴거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들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노숙인이지만 희망을 갖고 싶어요.”
“우리는 갈 곳이 없습니다. 공권력에 힘이 없습니다. 미치겠습니다.
우리들은 칼날위에 앉아있습니다. 징역을 또 가야하게 만듭니까?’
“니가 와서 노숙해봐라”
“노숙자도 인간이다. 인간대우 해 달라.”
“오늘 말하지 않으면 내일은 소리 질러야 한다.”
“춥다! 추워, 춥다!”
매주 진행이 될 ‘서울역사랑방’은 갈 곳이 없어 서울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홈리스에게 비빌 언덕이 되고, 강제퇴거에 맞서는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더 추워지는 겨울이 오기 전, 코레일과 서울역의 강제퇴거 방침이 철회되어 서울 역사를 활짝 개방했으면 하는 희망을 품으며 더 질긴 활동을 전개해가야 할 것이다.
인권지킴이에서 만난 홈리스
지난 금요일 저녁, 서울역 중앙지하도에 갔다.
여느 때처럼 치질로 고생하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옆에서 박스 집을 짓다가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분이 오셨다. 그분은 자기는 일을 열심히 했다고 했다. 배움이 짧아서 할 수 있는 것은 몸 쓰는 것이라 일용직이지만 열심히 나가서 일하면서 쪽방에 들어가 방 생활도 했다면서. 그러나 일의 특성상 공치는 날이 많았고, 나이 때문에 점점 거절당하는 일도 많아지더니 돈을 모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뎃잠이 싫어 어쩔 수 없이 상담보호센터의 야간잠자리를 전전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땐 거리에서 노숙을 했었다고 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얼마 전에는 운전면허도 땄지만 여전히 노숙을 하고 있는 자신이 서글퍼졌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역 강제퇴거 이후 서울시에서 내놓았던 대책에 대해서도 몰랐고, 주거지원이란 것이 있었다면 바로 신청했었을 거라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안정된 주거가 없이 거리에서 생활하며 일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오랜 기간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며 몸도 마음도 병들어버린 거리홈리스, 날마다 일하기 위해 찬 바닥에서 잠을 자고 개미처럼 움직이지만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거리홈리스, 갑자기 오갈 데가 없어서 무작정 서울역으로 찾아오게 된 초짜 거리홈리스...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방치하거나, 혹은 내쫓거나, 이들에게 죽지 않을 정도만의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