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가난한 사람에 의해 굴러간다!

임덕영 <회원,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요즘 일본에서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지난 3월 12일에 있었던 동북부 지역의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입니다. 대재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정든 마을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건이 발생한 지 4달 가까이 흘러 피해규모 파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고, 복구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너진 집은 다시 지으면 된다지만, 방사능 유출은 참으로 해결되기 힘든 문제입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를 정비하고 각종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 작업은 아무리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감히 엄두를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본에서는 누군가가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가서 목숨을 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일까요? 그건 바로 지극히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일본에는 요세바라는 곳이 있습니다. 한국의 쪽방이나 여인숙과 같은 저렴한 숙박소가 잔뜩 모여 있는 곳인데요. 그 곳 주민들은 일용 노동을 하거나 폐품을 줍거나 생활보호 수급을 받으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최근 요세바 주민 중 몇 명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을 하다가 방사능 피폭을 당한 사례들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 잡지(주간 프라이데이)에 실린 사례를 소개합니다.

 

3면 사진1.jpg

<사진 1> <사진 설명 : 속아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일을 한 요세바 노동자에 대한 취재기사>

 

오사카 요세바 지역에 살고 있던 A씨(가명)는 월급 1만 2천 엔(약 150만원)을 준다는 공공 직업소개소의 제안에 일을 하러 갔습니다. 그때에는 단지 짐을 운반하는 일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작업장에 도착해보니, 자신의 일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물을 퍼 나르는 일이었고, 먼 길을 이미 떠나왔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어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별다른 안전 교육도 없었고 방사능 계측기도 나중에서야 개인에게 지급되었습니다. 원래 계약은 한 달이었지만 일이 고되고 위험한 것 같아서 한 달을 채 못 채우고 A씨는 돌아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습니다. A씨는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은 채 투입되었는데 소변을 볼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장갑을 낀 채 볼일을 보았습니다. 그 때 잠시 장갑에 닿았던 피부에 수포가 생긴 것입니다. 현재 A 씨는 병원 진단 결과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심각한 상태의 A씨는 결국 빈곤․노동단체들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빼앗긴 건강은 다시 찾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사실 A 씨의 사례가 아주 희귀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전부터 원자력 발전소의 작업은 끊임없는 하청구조로 이루어져 있었고, 가난한 사람들이 일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방사능에 피폭된 사례들도 상당히 많았지만 별다른 보도는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제 이번 방사능 유출 사건을 계기로 그 전까지 있었던 다양한 피해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A씨는 속아서 일을 당한 경우이지만 일본의 인터넷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찾아보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할 사람을 찾고 있다는 구인 소개가 꽤 많습니다. 그 특징은 ‘조건이 없다’라는 겁니다. 일당은 9,000엔에서 11,000엔 정도(12만원에서 15만원정도)입니다. 일본이 세계에서 두, 세 번째 가는 경제 대국이고 살인적인 물가를 생각한다면 결코 높지 않은 일당임에는 분명합니다. 결국 예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원자력 발전소는 위험한 것이었고, 그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을 강요당한 사람들은 빈곤한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한국은 다를까요? 원자력 발전소는 아니지만 방사선을 사용한 작업 현장에서 백혈병 환자가 집단으로 발병했다는 보도가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7월 26일 EBS 뉴스). 또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뉴스에 많이 보도되곤 했습니다. 그 노동자들은 다름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혹은 저임금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 노동자들은 별다른 안전교육도 받지 못하거나 안전기준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고된 노동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이러한 위험한 노동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지금도 위험한 작업을 감수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이나 일본 뿐 아니라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것입니다. 그러한 위험한 작업을 강요하는 환경을 바꾸기 위한 공동의 생각과 행동이 필요할 때입니다. 특히 원자력 사고로 인해 각종 문제점이 드러난 지금이야 말로 말입니다.

2011.08.25 (10:56:24)
문대표

덕영...좋은 글 잘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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