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서울역

<홈리스뉴스, 편집부>

코레일 서울역은 오는 22일부터, 심야시간 대 노숙인을 모두 역사 밖으로 퇴거시키는 ‘야간 노숙행위 금지’ 방침을 확정하였다. 이유로는 민원과 테러 위협을 들고 있으나, 이는 코레일의 방침을 강행하기 위한 이유대기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이번 방침은 철도공사의 결정이란 점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실제, 경기도는 수원역과 협의하여 올 해 4월부터 수원역 1층에 거리 노숙인을 지원하는 ‘꿈터’를 설치하였으나 최근 수원역 측의 터무니없는 임대료 인상으로 좌초된 바 있다. 철도역사가 노숙인 지원을 위해 역할 할 수 있다는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민과 노숙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코레일은 노숙인들의 인권도 좋지만 철도이용객의 인권이 우선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인권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당위적 가치지 선택적인 것이 아니다. 또한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에 들르는 시민과 거처가 없어 부득불 서울역을 이용해야만 하는 거리홈리스들이 상생할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서울역은 악취, 불결, 위생 등의 민원 소지를 얘기하지만 정작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거리 홈리스가 화장실에서 씻기라도 하면 단속부터 하는 게 실상이다.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철도공사는 물론 각종 공기업이 연대하여 거리 홈리스들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홈리스들이 공공역사를 탈피하는데 있어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택 지점은 노숙인이냐 철도이용객이냐에 있는 것이 아닌, 집단적 인권침해를 유발할 단속이냐, 긍정적으로 노숙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냐에 있는 것이다.

침묵하는 노숙인 보호 주체

철도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에 강제퇴거 후속 조치를 요청했음을 밝혔다. 그에 따라 서울시는 임시주거지 100호, 응급구호방 50인 입소분, 일자리 200개 증편 등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동절기 대책을 선배치한 긴급 수혈로서 ‘후속’대책 조차 되지 못한다. 차치하더라도 서울시, 복지부는 노숙인 보호 주체로서의 법적 위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거리 홈리스에 대한 집단적 인권침해에 아무런 항의조차 없이, 뒤처리를 하겠다는 것은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작태다. 나아가 서울시는 지난 4일 간부회의를 열어 직영공원 20곳의 노숙인들을 단속하기로 한 바 있다. 책임 방기를 넘어 아예 코레일과 입장을 같이 하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이 만들어 낸 거리 홈리스 축출을 위한 호재를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강제퇴거, 즉각 중단하라

문제 행위가 아닌,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은 유럽의 구빈법이나 독재정권 시절의 사회정화대책으로 회귀하자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이러한 반인권적 조치의 철회가 선행되지 않는 한 어떠한 후속대책도 정당화 될 수 없다. 강제퇴거 방침을 선 철회하고, 현재 방치와 다름없는 거리 홈리스에 대한 지원대책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개선대책에는 홈리스의 유입로가 되고 있는 공공역사 중심의 지원대책이 필수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며, 심리적, 정신적 손상에 놓인 이들을 현장에서 상담하고, 지원하고, 연계할 수 있는 정신보건체계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빈곤으로 내몰린 삶이 서울역에 퇴적되었을 뿐, 거리홈리스 그 누구도 서울역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이제 그들도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선택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