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를 바란다면 정중한 부탁과 대안을 마련하라구요!
<사진1> 사진설명: 우체국 지하도에 붙은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
서울역 활동을 나가다보면 거리 분들의 짐 보관하는 방법이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역사 혹은 마트 내 물품보관함에 보관을 하거나, 아니면 가방 채 들고 다니거나, 정해진 자리에 짐을 잠깐 놓고 다니는 것이다. 이동이 잦은 이들에게 있어서 어딘가에 짐을 맡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들에게는 소중한 물건들이기 때문에 어딘가로 이동해야 할 때엔 반드시 이 모든 짐을 챙겨서 움직인다.
우체국 지하도에 몇 분은 일정한 자리에 생활을 하시며, 자신의 생필품들을 놓고 식사를 하고 외출을 하고, 일을 가신다. 이런 분들이 계신 집 기둥에는 1년에 4번 정도 경고장이 붙는다.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 여기서 말하는 노상적치물은 이들의 신발과 이불, 우산, 깔개, 박스, 칫솔, 양말, 옷, 물병 등 거리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들이다. 그런데 이것을 정해진 기한 안에 치우라는 것이며, 치우지 않을 시 강체철거와 동시에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수거정비 및 비용부담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변상금 부과라는 엄청난 위협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벽에 부착해 놨다. 그러나 이 경고장의 본질은 수기로 남겼듯이 대청소를 하니 협조 바란다는 것이다.
협조 바란다는 말을 하면서 벌금은 왜 부과하는 것인가? 왜 타인의 사적소유물을 강제적으로 철거하겠다는 것인가? 꼭 경고장을 붙여야 하는 것일까? 왜 이들의 물품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는 것일까? 엄연히 이곳은 이들이 거하는 집이며, 이들 집에 있는 사적재산을 타인의 의해 강제철거를 당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거리홈리스 중 한분이 말씀하셨다. ‘청소하게 잠깐 치워달라고 말하면 되지, 벌금으로 협박을 왜 하는지 몰라. 우리가 갈 데가 있고, 안심하고 맡길 곳이 있으면 짐을 이렇게 들고 다니겠어? 쓰레기 취급이나 하고..’ 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은 최소한의 생존물품이지 쓰레기가 아니다. 그 어느 누구도 이들의 물건들을 마음대로 치워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짐 보관을 잘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가령 지하철 내 빈 공간을 활용하여 이들의 짐을 보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로 인해 이들의 생필품들이 마트 내 경비들에게 함부로 수거당해 잃어버리지 않아도 되고, 청소 때마다 강제철거를 당하지 않아도 되고, 역사 내 보관함을 이용하는데 주민등록증 또는 돈이 필요해서 이용하는데 제약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협조를 바란다면, 정중하게 부탁을 하자. 또 매번 이런 일을 반복하기보다 대안을 찾고 적극 지원할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본다.
<홈리스인권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