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확대하는 문화를 ‘다림질’해보는 꼭지입니다.
낯선 아침
-부산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다
<이재안 / 낯선 아침 편집위원, 부산동구쪽방상담소 상담원>
오전 1시 33분이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야간 아웃리치 활동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다. 부산에서 영하 4도면 진짜 추운 날씨다. 중앙동 지하도 기둥 사이에 ㅇㅇ아저씨, 부산역 이쁜이 할머니가 오늘밤을 무사히 넘기시리라 믿고 싶다.
낯선 아침의 탄생
홈리스 당사자분들의 권익과 옹호, 이분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빅이슈가 서울에서도 시작된다는 말을 작년 봄부터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계가 있는 것 같으나 좋은 소식이 들리니 참 마음이 뿌듯하다. 부산에서도 빅이슈같은 활동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1년 정도가 지나니 부산문화재단 문화바우처 담당 선생님께서 제안을 해 오셨다.
마침, 동구쪽방상담소에서 진행하던 희망의 인문학 강사 선생님 몇 분도 홈리스분들의 옹호를 위한 활동에 인문학적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부산에서 활동하시는 문화 예술인들도 마음이 모아졌다. 이렇게 자발적인 1년여 기간 동안의 관심 속에 부산문화재단이 지원하고 진행하는 ‘낯선 아침’이라는 노숙인분들과 함께 하는 무료 잡지가 창간되었다.
올 연말에는 2호가 나오게 되는데 지금 한창 편집 및 작업을 마무리 중에 있다. 잡지 출판을 평소에 업으로 하시는 분들의 도움이 있어 제작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으나 어떤 내용을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번민을 갖고 있다. 아무쪼록 당사자분들의 목소리가 나오기를 바란다. 당사자분들이 실제로 하고 싶은 말들이 ‘낯선 아침’이라는 잡지를 통해 발설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다
김씨 아저씨는 지금도 명의도용 문제로 차량 소유가 정리되지 못해 수급신청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분은 평소에 글을 많이 쓰시던 분이었다. “시”를 많이 쓰시는 분이라 원고 청탁을 의뢰했더니 흔쾌히 작업에 참여해 주셨다.
이씨 아저씨는 홍익대 출신의 기성화가로 활동하시다가 학원도 운영하신 분이셨다. 약간의 장애가 있었으나 자신의 예술의 길을 잘 가시다가 예기치 않은 어려움으로 쪽방 생활을 하시면서 수급자로 생활하고 있다. 한 번은 소장님에게 자신이 실은 그림을 그리는 일을 했었다며 상담소에 비치하는 그림을 기증하셨다. 아저씨들을 소그룹으로 모아 미술교육도 진행했다.
이분의 그림도 잡지를 통해 다시금 조명되었다.
문화재단과 편집위원들이 함께 월1회 무료급식소 근처에서 작은 벼룩시장을 연다. 기증품도 받고 물품을 구해서 벼룩시장을 연다. 치약, 칫솔 등 사용하지 않는 생필품과 도서, 잠바 등 물물교환이 가능한 것도 함께 공유한다. 그냥 지급하지 않는다. 단돈 200원에도 판다. 더불어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홈리스 당사자분들의 의견 반영하기
‘낯선 아침’이라는 잡지 이름은 “밤이슬을 맞고 주무시다가 맞이하는 아침이 편하지 만은 않다”라는 의미가 녹아있다. 편집위원 중에 노숙인 출신이 한 분 계시다. 현재 수급자로써 쪽방생활을 3년 정도 하시다가 현재는 매입임대주택에 사시면서 당사자 활동도 하시고 편집위원으로써 당사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계신다. 이 분의 의견을 잘 들어서 만든 이름이기도 하다.
제일 중요한 과제는 앞서 얘기했듯이 홈리스 당사자분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다. 이분들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당당한 시민,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당당한 민주시민으로서 함께 목소리를 나누고 공명하며 살아가는 데에 부산지역의 좋은 조명을 이루어가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가 써야 하는 원고가 1차 마감 기한이 지났다. 이 글을 마치고 당사자분들의 소리를 대변하는 글을 빨리 써야 한다. 피곤하지만 보람 하나로 자판을 두드려 본다. 방금, 야간 활동 중에 자원봉사자로부터 기부 받은 깨끗한 이불 두 포대와 조끼 파카를 어느 분에게 드려야 할지도 생각해 보는 중이다.
<낯선 아침>은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요
꼭 한번 읽어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