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2558
2012.10.29 (19:13:25)

<특집 3>

 

 태국 홈리스 현장방문기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9월 25일, 26일 이틀 간 태국에서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한국의 홈리스 운동이 모여 교류행사를 진행하였다. 이번 교류회는 로코아(LOCOA, Leaders and Organizers of Community Organizations in Asia)와 코코(Coco, 해외 주민운동을 위한 한국위원회)의 지원으로, 한국에서는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과 홈리스행동의 3인이 참여하게 되었다. 홈리스운동 현장을 탐방할 기회는 하루에 불과해 충분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한국의 홈리스 당사자들과 홈리스 운동이 참고할 만한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우리가 살 집은 우리 손으로
태국의 수도인 방콕에 위치한 두 곳의 홈리스센터를 방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종합지원센터(구, 상담보호센터)나 노숙인쉼터와 같은 곳이겠지라고 짐작하며 일행을 따라 나섰다.
첫 번째 방문한 곳은 ‘모칫’이란 지역에 위치한 홈리스센터였다. 전층을 합해 40평 정도 될 것 같은 2층 규모의 센터인데, 더운 태국의 날씨 탓인지 창은 창문 대신 창틀만 앉혔고, 문은 아예 달지도 않았다. 한국의 시설에 비해 구조나 설비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해 보였다. 그러나 이 센터가 만들어진 역사를 듣고 나니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은 비단 물리적 공간에 좌우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센터는 1998년, 홈리스들 스스로 판자를 이용해 센터를 지으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12년 전 공사를 명목으로 이들의 센터는 철거되었고, 이들은 슬럼네트워크와 함께 주거권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였다. 당시 토지주였던 철도공사는 이들의 투쟁에 의해 합의에 나섰고, 현재의 부지를 제공하게 되었다. 합의 결과 이들은 철도와 법적 임차관계를 맺게 되었고, 현재는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센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센터는 15명이 고정적으로 생활하는 데, 인근 공원이나 터미널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들도 필요에 따라 이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방문한 ‘스윗왓누’ 홈리스센터 역시 비슷한 역사를 갖는다. 여러 곳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홈리스그룹들은 태국 정부에 건물을 짓기 위한 토지를 요구했고, 마침내 건축허가를 받게 되었다. 그 후 집을 짓는 기술을 배워 2006년부터 공사를 시작, 2008년 현재의 홈리스센터를 건축하게 되었다. 이 곳 역시 철로 바로 옆에 위치하는 데, 토지에 대한 법적 임차관계는 아직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두 곳 모두 홈리스들이 모여 토지제공을 요구하고, 스스로 건축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태국에는 이런 방식으로 대응하여 법적 거주허가를 받은 센터만 61개소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주체적으로 만든 센터는 그 운영 역시  당사자들의 논의와 결정에 의해 이뤄진다.

 

센터를 거점으로 한 홈리스운동
홈리스 그룹들은 거처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는 ‘삶의 질’ 개선을 공통의 과제로 삼는다. 이를 위한 활동으로, 우선 ‘재활용 그룹’을 들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태국 홈리스들 대다수가 폐지, 깡통 같은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일에 종사한다. 그러나 이들은 개별적으로 물품을 수집하고 중간상에 넘기는 게 아니라, 함께 분류해 더 높은 값을 받고 팔 수 있도록 재활용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한 센터의 경우 최근에 재활용품 가공 기계를 구입해 인근의 홈리스들과 함께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협동 가게’라는 것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홈리스들이 모아온 재활용품을 분류, 수선해서 판매하는 중고물품 가게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가게는 공동으로 운영하고 수입을 배분하는 그들만의 운영원리를 갖추고 있다.
또한 ‘복지기금’그룹도 있다. 한 사람당 매일 1바트(태국의 화폐단위)씩 저축한다는 간단한 원리인데, 이렇게 모은 돈은 병원비나 주거상향을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이들은 “돈은 없어도 쓰레기는 갖고 있으니까” 운영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1바트가 없다면 그에 준하는 깡통 몇 개로도 저축은 가능하다. 그 외에도 채소재배그룹, 청소년 밴드 등 다양한 활동들이 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거리홈리스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개입한다는 특징이 있다. 폐쇄적인 센터가 아니라, 센터를 중심으로 거리홈리스들을 상대하는 사업을 벌이는 데, 대표적인 것이 ‘커피 라운지’ 활동이다. 말 그대로 커피를 들고 거리에 있는 홈리스들을 만나, 그들의 현안에 개입하는 것이다. 우기에 천막을 나눠주고 겨울철에 담요를 나눠주는 지원활동,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나가 주거권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며 토론하는 의식화․조직사업도 이 활동에 포함된다. 위와 같은 모든 활동은 월 1회 진행되는 센터의 운영회의를 통해 기획된다.

 

다시, 한국으로
태국 홈리스 현장의 경험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한국은 노숙 초창기부터 시설 중심의 정부개입이 진행됐고, 홈리스들은 복지서비스의 수혜자일지언정 주체로 인정받지 못했다. 모든 시설이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는 한국의 시설 운영형태와 태국의 그것은 큰 차이가 있다. 태국식 운영의 한계도 예상되나, 홈리스들 스스로 홈리스 복지의 주체로 설 수 있게 하기 위한 활동이 한국의 홈리스 운동에서 기획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과제다.
한편, 태국에서도 공공장소에서의 강제퇴거, 폭행과 살인 같은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탄압이 현안이 되고 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인데, 각각 현안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과 국제적인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기획 역시 홈리스 운동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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