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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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시설 내 재택치료”가 웬 말? 홈리스도 “예외”일 수 없다는 복지부

 

<주장욱 / 홈리스행동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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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안내문.

'시설 중심의 홈리스 지원체계'는 여전히 강고하고, 감염 예방은 결국 시설 이용자의 몫이다. <출처=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재택치료는 방역관리의 ‘기본값’이 되었다. 하지만 집이 ‘기본값’이 아닌, 특히 거리와 노숙인시설을 오가는 홈리스와 같은 사람들에게 재택치료는 허상에 불과하다. 이에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지자체용) 제12판>을 발표하여, 확진판정을 받은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을 생활치료센터 ‘우선 입소대상’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지난 10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돌연 시설 내 격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중대본의 지침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었다.

 

지난 10일 기준 전국 생활치료센터 가동률 24.6%, “시설 내 재택치료”가 웬 말?

복지부는 보도자료 <노숙인복지시설의 코로나19 관련 긴급 예산수요 지원>을 통해 노숙인시설 입소자 중 확진환자에 대하여 “시설 내 재택치료”가 가능하도록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담당부서인 자립지원과는 시설 내 격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경증환자의 경우 이미 1인실 등의 별도 공간 없이 여럿이 함께 격리되고 있다고 답했다. 생활치료센터에서도 확진환자 간에 격리실을 함께 사용한다는 것이 근거였다. 하지만 노숙인시설과 생활치료센터는 엄연히 다른 공간이다. 홈리스들이 획일적인 단체생활에 대한 반감으로 입소를 거부할 만큼, 노숙인시설은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이처럼 개인 공간 하나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환자는 휴식을 취하며 몸 상태를 예의주시할 수 없다. 생활치료센터의 운영방식을 시설에 대입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언제나 “예외”였던 홈리스, 이번만큼은 “예외”일 수 없다는 복지부

복지부의 발표가 황당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중대본은 같은 날 <코로나19 국내 발생 및 예방접종 현황>을 공개하면서 전국 생활치료센터의 가동률이 24.6%임을 밝혔다. 빈자리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우선 입소대상자를 임의로 배제하고 있는 셈이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집에서 대기하라고 하고, 집이 없는 사람들은 방치할 계획이라면 75%는 대체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 자립지원과 관계자는 “모든 국민들이 다 재택(치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홈리스만 “예외적으로” 생활치료센터를 이용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다. 복지부에게 거리와 시설은 안방이나 거실과 다름없는 공간인 모양이다.
 
한편 이와 같은 망언은, 홈리스 지원체계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시설’로밖에 답할 줄 모르는 당국의 편협한 인식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동안 복지부는 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복지부가 미적거리는 동안 서울시는 코로나19 음성확인제를 자체적으로 도입하여 노숙인시설 및 서비스 이용을 1년이 넘도록 제한하였고, 수원의 한 노숙인시설은 외부 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을 ‘바이러스 전파자’로 취급하며 시설 내 잠자리에서 내쫓았다. 부산의 한 노숙인시설은 확진환자 한 사람을 격리할 별도의 공간이 없어 밀접접촉자 포함 20여명을 한 방에 몰아넣었고, 그 결과 십수 명의 홈리스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노숙인시설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홈리스에게는 오직 두 가지 선택지뿐이었다. 하나는 시설에 매여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설 밖에서 각자도생하는 것이다. 홈리스 지원체계에 씌워 둔 ‘시설’이라는 장막을 줄곧 치우라고 요구해왔으나 복지부는 언제나 이를 무시했다. 노숙인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때에도, 지자체가 방역을 빌미로 홈리스를 거리와 시설에서 밀어낼 때에도 못 본 체하기에 바빴다.
 
복지부는 이제 생활치료센터 우선 입소대상 목록에서까지 홈리스를 지우려고 한다. 시설 중심의 홈리스 지원체계가 감염병과 만나 홈리스 당사자들을 어떻게 배제해왔는지 똑똑히 봤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요지부동이다. “시설 내 재택치료”라는 말이 앞뒤가 맞지 않듯 복지부의 존재의의와 행태 또한 모순이다. 그러한 말로 빈곤의 최저선에 놓인 이들을 농락할 것이라면 차라리 솔직해져라. 복지부가 존재하는 이유 따위는 이제 관심 없다고 말이다. 만약 그 이유를 이제라도 되살리고자 한다면, 이미 있는 ‘코로나19 대응 지침’부터 지키길 바란다. “시설 내 재택치료” 같은 잡설은 당장 때려치우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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