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기고]

 

빈곤과 불평등 해결, 정책 없이 선언만 난무했던 20대 대통령선거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지난 3월 9일 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빈곤과 불평등의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진행된 선거였기에 후보로 출마한 모든 이들은 빈곤과 불평등 해결을 선언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 이 ‘선언’은 정책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채 여전히 선언인 채 머물러 있다. 모든 문제의 답은 문제 안에 있다.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평등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삶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노동자를 더 쉽게 해고하고 저임금ㆍ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구조가 현재의 불평등을 만들었다. 집을 상품화함으로써 그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한 부동산 정책이 현재의 불평등을 만들었다. 소득이 감소하거나 중단된 상황에서도 작동하지 않았던 낡은 사회안전망이 불평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마주한 재난의 위기는 기존의 만연한 불평등을 경로 삼아 가난한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주거를 포함한 사회정책 전반의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불평등을 선언한 유력후보들은 모두 성장과 개발 공약을 최우선으로 내세웠을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빈곤층의 삶은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었다. 

 

구체적인 이행계획 없는 복지공약, 빈곤층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20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복지공약 평가는 무의미하다. 유력후보들의 복지공약은 각기 달랐지만 기존 선거에서 합의한 정책 내용을 공약으로 단순 나열하거나,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고 불평등 해소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복지정책을 내세우는 수준에 그쳤다. 윤석열 당선인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 30%에서 35%로 상향하고 수급자의 근로소득 공제율을 50%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선 막바지 당선인과 단일화한 안철수 전 후보는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의 50%로 상향하고 부양의무자기준을 완전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모두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된 내용이었다. 특히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주거급여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였고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은 그대로 남겨둔 채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이전 정부에서 파기한 공약을 다시 공약으로 세웠다면 무엇보다 예산과 기간을 포함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불어 윤 당선인과 안 전 후보 모두 복지공약을 발표하는 동시에 “도덕적 해이”, “수급자 신분에 안주하려는 경향” 운운하며 빈곤층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드러냈다. 복지제도를 이용해봤거나 수급자를 지인으로 둔 사람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망언이었다.

 

홈리스를 대변하는 후보는 없었다

홈리스 복지제도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을 포함한 유력후보 그 누구도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음에도 거리나 쪽방, 고시원 등 비적정 거처에서 생활하면서 일상적인 위기를 겪는 이들을 누구도 대변하려 들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 시기를 경유하며 홈리스 복지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홈리스 복지제도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재난위기 상황에서 민간급식소들이 문을 닫으며 급식대란이 발생했고, 홈리스에게만 적용되는 차별적인 지정병원 제도로 인해 의료공백이 발생했다. 쪽방과 고시원이 감염에 취약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음에도, 그런 공간의 임대료를 지원하는 것이 주거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다. 불평등 해결을 선언했다면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최전선에서 겪고 있는 홈리스의 삶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설계하고 최우선과제로 삼았어야 했다.

 

빈곤과 불평등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모으자

선거를 통해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만일 선거를 통해 세상이 바뀐다면 그 세상은 잘못된 세상일 가능성이 크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자신과 주변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며 싸우는 사람들의 몫이다. 지금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내용을 결정하는 인수위원회가 꾸려져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인수위원회의 구성을 보니, 명문대를 졸업한 남성 전문가들이 주를 이룬다. 빈곤층의 입장을 대변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선언으로 멈춰버린 빈곤과 불평등의 해결을 위해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 빈곤과 불평등을 온몸으로 겪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야 할 때다.

 

3면.jpg

▲3월 1일 열린 ‘정권이 아닌 미래를 선택하자 체제를 전환하라!’ 집회에서 손팻말을 든 홈리스행동 활동가 <사진출처=홈리스행동>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896 <쪽방신문 12호> 동자동 쪽방촌 선이주·선순환 공공주택지구지정 촉구 주민결의대회 지면 중계
홈리스행동
103 2022-05-19
895 <쪽방신문 12호>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파일
홈리스행동
79 2022-05-19
894 <쪽방신문 12호> 3월부터, 이혼신고 안 된 수급자들도 임대주택 신청할 수 있다
홈리스행동
83 2022-05-19
893 <쪽방신문 12호> 새 정부의 주거정책, 쪽방 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홈리스행동
109 2022-05-19
892 <홈리스뉴스 99호> 특집 Ⅰ - 보건복지부의 '노숙인진료시설 지정 등에 관한 고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파일
홈리스행동
171 2022-03-31
891 <홈리스뉴스 99호> 진단 Ⅰ - “시설 내 재택치료”가 웬 말? 홈리스도 “예외”일 수 없다는 복지부 파일
홈리스행동
118 2022-03-31
Selected <홈리스뉴스 99호> 기고 - 빈곤과 불평등 해결, 정책 없이 선언만 난무했던 20대 대통령선거 파일
홈리스행동
93 2022-03-31
889 <홈리스뉴스 99호> 김땡땡의 홈리스만평 - "더 이상은 못 참아!" 파일
홈리스행동
139 2022-03-31
888 <홈리스뉴스 99호> 특집 Ⅱ - 2022년, 홈리스가 마주할 현실을 전망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139 2022-03-31
887 <홈리스뉴스 99호> 진단 Ⅱ - 방역패스 잠정 중단한 정부…홈리스는 또다시 “예외”다 파일
홈리스행동
85 2022-03-31
886 <홈리스뉴스 99호> 현장스케치 -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 전면 폐지 촉구 결의대회’ 파일
홈리스행동
183 2022-03-31
885 <쪽방신문 11호> ▶◀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하면 안 된다 - 갈매기를 기억하며 ▶◀
홈리스행동
85 2022-03-17
884 <쪽방신문 11호> 동사(凍死) 파일
홈리스행동
66 2022-03-17
883 <쪽방신문 11호> 같이 힘을 모읍시다! 참여합시다!
홈리스행동
72 2022-03-17
882 <쪽방신문 11호>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파일
홈리스행동
103 2022-03-17
881 <쪽방신문 11호> 완전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현실화하라 파일
홈리스행동
76 2022-03-17
880 <홈리스뉴스 98호> 특집 - 국가인권위, 복지부에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 폐지' 권고 파일
홈리스행동
105 2022-02-28
879 <홈리스뉴스 98호> 진단 Ⅰ - 당사자는 안중에도 없는 '입맛대로' 방역, 이제는 멈춰야 한다 파일
홈리스행동
93 2022-02-28
878 <홈리스뉴스 98호> 진단 Ⅱ - 애도조차 할 수 없는 죽음 파일
홈리스행동
80 2022-02-28
877 <홈리스뉴스 98호> 기고 - 모두에게 열린 공간, 연고 있는 우리 파일
홈리스행동
79 2022-02-26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