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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72
2022.03.17 (19:44:09)

같이 힘을 모읍시다! 참여합시다!

주민인터뷰 – 돈의동주민협동회 임영근 형님을 만나다

 

그렇게 부탁해도 응하지 않던 영근이 형님이 오늘 드디어 내게 오셨다. 돈의동주민협동회의 총괄이사를 맡고있는 임영근 형님께는 사실 몇 달 전부터 우리 소식지에 형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했었는데, 할 이야기가 뭐가 있겠냐며 손사래를 치시더니, 오늘 인터뷰에 응하시겠다고 오셨다. 

영근이 형은 마을식당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던 때, 가장 먼저 돕겠다고 나선 분이셨다. 1주일에 2일을 맡아 주셨다. 영근이 형이 식사를 준비하는 날이면 주민 간에 입소문이 나서 유난히 손님이 많았다.

 

 잠시의 머뭇거림 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이야기를 여신다.

 

“나는 평범한 공무원인 아버지 덕에 경기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다시 서울로 이사 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5남 중 둘째인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하루는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서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아야 했어요. 그것이 얼마나 서럽던지 집에 들어가지 않고 거리를 방황하다가 청량리 시장에서 거의 거지꼴을 하고 지냈습니다. 잠시 아버지 친구분의 눈에 띄어서 집에 들어가 살았지만, 다시 거리로 나와서 보냈습니다. 서울역에서는 신문팔이, 껌팔이, 구두닦이도 해보았고, 20살 무렵에는 양동에서 아가씨를 관리하는 삼촌을 하기도 했습니다.”

 

 영근이 형은 어느덧 회갑이 한참 넘어 뒤돌아본 자신의 삶이 그닥 자랑스러워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집에서 나왔을 것이다. 성실히 일하지만,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는 가정형편에 그냥 학교를 다니는 것은 왠지 장남인 형에게만 허락된 것 같아서, 하루빨리 짐이 되지 않고 나와서 당당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형님은 담배 한 대를 물더니 또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기술을 배워서 사람답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북창동의 중국집에서 싸완(설거지 등을 맡는 주방 막내)으로 들어가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해서 1년 만에 라면(면장) 생활을 몇 년 하다가 딱 30세에 주방장이 되었죠. 내가 좀 재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올라갔죠.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서울까지 올라와서는 주방장을 구했는데, 왠지 그 할머니를 돕고 싶은 마음에 따라나섰죠. 그곳은 경기도 대강면 대강리라고 군사지역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열심히 일했죠. 주인 할머니 중매로 결혼도 해서 평범하지만 나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3년 후인가? IMF가 와서 일자리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일자리를 구했는데 잘되지 않았습니다. 결국에는 이혼도 하게 되고 그 과정 중에 구치소도 4개월 정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다시 재혼도 하였지만, 여자를 잘못 만나서 있는 것도 다 거덜 나고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되었죠. 그러다가 다시서기의 도움으로 이곳(돈의동 쪽방촌)에 오게 되었죠.”

 

영근이 형은 다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빨리 돌아가 쉬고 싶다는 표정이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처럼 피곤한 눈빛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잠시 무언가를 잊었다가 생각난 듯 다시 말머리를 생각하시는 것 같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연하게 주민협동회에 커피 한 잔 마시러 갔다가 마을식당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도 주위에 이런 봉사할 기회가 있다면 낙담만 하지 말고 참여해서 기쁜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지금 우리 주민협동회가 침체되어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영근이 형이 봉사라고 말한 ‘참여’는 우리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또 참여하는 손들이 모여 큰일을 도모할 수 있다. 우리는 혼자서는 힘이 약하다. 하지만 함께 힘을 모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힘을 모으는 것, 그게 ‘참여’이다. 돈의동주민협동회의 많은 활동이 그러하지만, 특히 마을식당은 주민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곳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의 노동 참여가 있고, 이용하는 주민이 1천원을 내면서 주민협동회에 기여하는 참여가 있다. 또 연대하면서 함께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우리의 힘을 모으는 참여도 있고, 후원하는 참여도 있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 하면 할 수 있다! 

 

 최봉명(돈의동주민협동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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