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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보건복지부의 <노숙인진료시설 지정 등에 관한 고시> 제정,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특집(1면).jpg

▲ 복지부가 밝힌 고시의 주요 내용. <출처=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2. 3. 22.)>

 

국가인권위원회가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의 폐지를 권고한 지 두 달여 만인 3월 22일, 보건복지부가 <노숙인진료시설 지정 등에 관한 고시> 제정을 발표했다.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복지부는 “노숙인의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해 고시를 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간 홈리스의 의료접근권 보장을 요구해왔던 사회운동단체들은 복지부의 이번 고시 제정이 “기만적인 꼼수”이자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하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홈리스의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번 고시,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복지부의 이번 고시는 노숙인진료시설의 확대 적용 시점을 “감염병 주의 단계 이상의 경보가 발령된 때”에 한정하고 있다. 이는 평등권과 의료접근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감염병 재난시기에 국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하다. 감염병 시기 여부와 무관하게 특정 진료기관만 접근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차별이자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국가는 모든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다.

 

둘째, 복지부 고시는 노숙인진료시설 확대 지정 범위에서 ‘요양병원’을 근거 없이 제외함으로써 여전히 다른 의료급여 수급권자와 차등을 두고 있다. 현재 노숙인진료시설로 지정된 요양병원이 전국적으로 단 두 곳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결정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홈리스 역시 적절한 재활과 요양을 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나, 복지부 고시는 여전히 이 ‘필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셋째, ‘노숙인 1종 의료급여’의 접근성을 강화하지 않는 한 본 고시의 목적인 ‘의료접근성 제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복지부는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적용대상을 “노숙인 해당 기간이 3개월 이상이면서 건강보험 미가입 또는 6개월 이상 체납자”로 정하고 있다. 법령상 노숙인진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청창구 역시 문제다. <노숙인복지법 시행규칙>은 “노숙인진료시설을 이용하려는 노숙인 등은 노숙인자활시설과 노숙인일시보호시설에 입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복지부 지침 역시 자활시설과 일시보호시설만을 노숙인 1종 의료급여의 신청창구로 한정하고 있다. 이처럼 선정기준과 신청창구를 협소하게 설정한 결과, 국내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수는 333명(2020년 11월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적다. 현 상황이라면, 노숙인진료시설을 늘린다 한들 홈리스의 의료접근성은 제고될 수 없다. 

 

넷째, 복지부의 이번 고시는 여전히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의 지속적인 운용을 전제하고 있어 평등권 및 건강권 침해를 이유로 제도의 폐지를 주문하였던 인권위의 권고와 근본적으로 상충한다. 지난 1월 복지부에 전한 권고문에서 인권위는 진료시설 지정제도가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에게만 배타적으로 적용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제한된 의료기관만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차별적 조건”이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홈리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권위가 관련법 개정을 통해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를 폐지하되 개정 전까지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을 확대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한 것은 어디까지나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의 폐지가 기본 전제가 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지 ‘감염병 시기’에 국한한 임시개선책을 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복지부의 고시는 여전히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의 유지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 실상 이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실제 복지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도 폐지는 확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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