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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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미디어 요~지경]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부추기는 미디어의 행태를 고발하는 꼭지

 

주거가 방역이라는 말이 새겨지는 새해 되길

2019~2021, 언론은 코로나19와 홈리스를 어떻게 보도했나  

 

<안희제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7면 최종_스케이프.jpg

2019, 2020, 2021년 언론 보도에서 ‘노숙인’과 주로 연결되는 키워드들이 연결되어 있다. 중앙의 큰 녹색 원이 검색어 ‘노숙인’에 해당하고, 검붉은색 세모는 ‘코로나’, ‘코로나19’, 선홍색 세모는 코로나19 관련 키워드들이다. 2019년에는 총 51개 키워드가, 2020년에는 20개, 2021년에는 14개가 ‘노숙인’에 연결되어 있다. 2020년의 총 20개 키워드 중 절반인 10개, 2021년에는 70% 이상인 10개가 코로나19 관련 키워드다. 키워드의 개수는 점점 줄어들고, 코로나19 관련 키워드의 비중은 점점 늘어난 것이다. <자료=빅카인즈 제공 이미지 재구성>

 

국내에서 코로나19 보도가 시작되기 이전인 2019년에는 비교적 다양한 보도가 있었다. 총 1945건의 기사들에서 성남시, 서울시 등의 지자체나 공무원처럼 공공 정책과 관련된 단어들이 ‘노숙인’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 중 어느 것도 특별히 더 많이 다뤄지지 않았고, 깊이와 무관하게 보도 자체는 다양해 보였다. 주로 ‘취약계층’으로 홈리스가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과 겹치는 부분들, 그리고 비적정주거 문제와 지역사회 차원의 대책이 보도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보도가 시작된 2020년, 특히 2월과 3월에 코로나19는 홈리스 관련 보도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2020년에 ‘노숙인’이 포함된 보도는 총 2327건 있었고, 코로나19는 가장 영향이 큰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노숙인’과 관련되는 단어는 연관성이 높은 순서로 코로나19, 장애인, 무료급식소, 취약계층, 쪽방주민, 사람들, 사각지대, 일자리, 긴급재난지원금, 무료 급식, 쪽방촌, 쉼터 등이었다. 하지만 이는 비적정주거나 빈곤의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대책이라는 틀 안에서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으로만 다뤄지고 있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의 보도를 합쳐서 보면, 우선 코로나19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다른 단어들이 그에 뒤따라 나왔지만, 그 모든 문제는 ‘코로나19 문제’라는 틀 안에서 다루어졌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로 기간을 잡으면 코로나19의 영향은 더욱 커졌다. 이 안에서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던 수많은 홈리스 관련 의제들은 단지 코로나19와의 관계 안에서만 이해됨으로써 그 대책 또한 방역으로 수렴되고 말았다. 

 

2021년에 ‘노숙인’이 포함된 기사는 총 2996건으로, 주로 1월 말과 2월에 몰려 있다. 1월 말은 확진된 서울역 노숙인 3명의 연락 두절로 경찰이 찾고 있다는 기사와 함께 노숙인시설 집단감염, 보라매병원 등 노숙인 지정병원의 확진자 발생에 관한 보도가 쏟아졌고, 2월에도 이 여파가 이어졌다. 서울시의 노숙인시설 일제 선제검사, 쪽방 주민 확진 등이 주요 기사였다. 

2021년에 ‘노숙인’과 관련되는 키워드는 연관성이 높은 순서대로 코로나19, 확진자, 쪽방 주민, 취약계층, 거리노숙, 종사자, 집단감염, 일자리, 무료급식 등으로, 응급잠자리나 백신 접종, 일시보호시설, 고시원 같은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의 문제는 한참 후순위로 밀려 있었다. 이처럼 2021년의 언론 보도는 쪽방 주민이나 거리홈리스와 같은 취약계층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며, 시설 종사자와 함께 집단감염되는 사례들이 보고되었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정작 이야기되어야 하는 것은 주거대책임에도, 홈리스에 관한 모든 보도는 ‘코로나19’와 ‘방역’으로 수렴되고 말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쪽방, 기저질환 등 비적정주거와 홈리스의 건강 문제를 다루는 기사들도 존재했고, 홈리스에 대한 낙인을 비판하는 기사들은 그 이후로도 나왔다. 하지만 그런 기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노숙인’ 관련 보도에서 코로나19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져만 갔다. 

 

대선의 바람을 타고 쪽방 재개발 계획을 함구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는 현실에 2022년은 더럽게도 태연하게 찾아왔다. 언론이 다루는 주제는 코로나19로 바뀐 것 같지만, 언론의 태도는 코로나19 이전 혹한기나 혹서기에 홈리스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는 기사나 쓰던 때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홈리스의 시설 입소가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도 전혀 새롭지 않다. 고통은 언제나 온 사회가 함께 고민할 문제가 아닌, 몇 마음 따뜻한 사람이 핫팩 정도 내밀어 주거나 시설에 처박아 감출 대상이라는 듯이 말이다. 물론 언론만의 잘못은 아니다. 주거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잘못이 더욱 크다. 

 

바야흐로 새해가 밝았고, 세상은 대체로 여전히 엿 같다. 하지만 우리는 엿보다 질기게 싸운다. 엿보다 질기게 싸우면 엿 같은 세상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주거가 방역이라는 한 마디 새겨 넣는 2022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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