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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단계적 일상회복'을 우리가 반길 수 없는 이유

접종증명 ・음성확인제 도입한다는 정부...홈리스 복지공백 더 길어지나

 

<주장욱 / 아랫마을홈리스야학 교사>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1면].jpg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 완료율이 70%를 넘어선 가운데 정부는 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시로 한 기존 방역체계의 대대적인 개편과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25일 정부 발표(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에 따르면 향후 방역조치는 ‘4주+2주’ 간격으로 3단계에 걸쳐 완화된다. 그간 좁혀졌던 시민들의 물리적 생활반경은 앞으로 점차 넓어질 것으로 보인나, 동기간 방역으로 인해 피해와 차별을 경험해야 했던 홈리스의 권리복원은 여전히 요원하다. 기존 방역체계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해소하고 유예된 권리를 회복할 방안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접종증명‧음성확인제’ 도입, 사회복지시설 대응지침 대대적 개편 예고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계획에 따라 ‘코로나19 유행 대비 사회복지시설 대응지침’도 전면 개편된다. 가장 큰 변화는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이른바 ‘방역패스’의 전면 도입이다. 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출입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자 중심으로 허용되며, 미접종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코로나19 검사(유전자증폭-PCR-검사) 결과 음성임이 확인된 경우에만 출입이 가능하다. 신규 생활시설 입소 시에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고, 각종 프로그램 역시 접종완료자와 음성확인자만이 참여할 수 있으며, 이용시설 내 공동식사는 금지된다. 이상의 내용을 담은 개편 지침은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일인 1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새삼스럽지 않은 방역패스 도입, 홈리스 복지공백 계속되나

사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 이번 지침 개편은 홈리스 당사자의 입장에서 전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서울시는 이미 올해 1월부터 7일 이내의 코로나19 검사 결과(음성확인서)를 소지한 홈리스만 관내 노숙인 지원기관을 출입‧이용하도록 하는 ‘주기적 선제검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백신접종을 완료한 홈리스에 한해 주기적 선제검사를 면제하는 조치를 도입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복지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지침에 따라 종사자에 대해서만 주기적 선제검사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지원기관 이용자까지 주기적 선제검사 대상으로 포함한 건 지자체의 자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 말했다. 결국 1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개편 지침은 서울시가 이미 시행하고 있었던 ‘방역패스’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기존 시행중이던 서울시의 방역패스가 홈리스 당사자들의 사회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낮췄다는 데 있다. 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가 그 단적인 예로, 음성확인제가 도입된 1월 30일을 기점으로 평균 실내급식 이용자의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였고, 상당수 홈리스가 백신접종을 완료한 현재도 여전히 조치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서비스 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9월 기준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및 일시보호시설의 운영실적을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잠자리 제공은 19.6%(442,488명→86,597명), 시설입소 연계 30.8%(1,309명 → 403명), 급식지원 89.6%(319,099명 → 286,020명) 등 상담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 이용 실적이 전년에 비해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시, 차기년도 예산안 성과계획서 및 사업별설명서, 각 연도). 

 

홈리스의 낮은 백신접종률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9월말 기준, 거리홈리스의 백신접종률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전면화하는 건 시기상조일 따름이다. 정부의 말마따나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전환이 높은 백신접종률을 전제로 추인된 것이라면, 방역패스에 앞서 거리홈리스의 백신접종률을 제고하기 위한 시책이 고려됐어야 옳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이용시설 내 공동식사 금지’ 규정이다. 아직 개편된 지침 전문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지만, 해당 규정이 모든 사회복지시설에 단순 적용될 경우 복지부 분류상 ‘이용시설’에 해당하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 노숙인일시보호시설, 노숙인급식시설의 급식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 이는 거리홈리스의 공공 급식서비스 이용이 원천적으로 차단됨을 의미하는데,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한 급식서비스는 현재 ‘공동식사’(집단급식) 방식으로만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까지 공개된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에 따른 사회복지시설 대응지침"의 주요 사항들은 홈리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부정적인 결과가 경험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점, 홈리스의 백신접종률이 현저히 낮은 점, 홈리스 복지서비스가 대부분 집합적인 형태로 제공되고 있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할 때, 복지부의 개편 지침은 코로나 초기부터 이어진 '감염위협'과 '복지공백'을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주거를 중심으로 복지서비스의 분산화‧개별화 방안 모색해야 

코로나19 감염위협이 확산할 때마다 교육당국은 학교 문을 닫고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도록 조치한다.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재난으로부터 지켜내야 할 대상이 ‘학교’가 아닌 ‘학생들의 교육권’인 것처럼, 홈리스 정책 역시 ‘시설’이 아닌 홈리스 당사자들의 사회권 보장을 목표로 작동해야 옳다. 숙인시설이 제공하는 집합적 복지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일상의 조건부터 손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시설급식(집단급식) 일변도인 급식지원 서비스를 다변화하고, 방역 대응이 가능한 적정 주거를 임시거처로 제공하여 ‘비대면 재가복지’의 조건을 마련하는 등 기존 집합적 복지를 분산화ㆍ개별화할 대책과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일상 자체를 바꿔내지 않는 한 ‘일상회복’ 따위의 구호는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전적으로 유일한 대안은 주거를 중심으로 홈리스 복지서비스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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