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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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중구청의 불법적인 홈리스 물품 강제수거 및 폐기

서양호 중구청장에 항의ㆍ재발방지 대책 요구…“반성하며 대안 수립하겠다” 

 

<장서연 / 공익인권법재단공감 변호사, 홈리스행동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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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중구청 앞에서 열린 “중구청 규탄 및 구청장 면담 촉구 기자회견” <사진=홈리스행동>

노숙인들은 씻는데 필요한 물건비와 추위에 대비할 물건깔 박스니 돗자리니 이부자리 역할을 하는 물건먹는 약 등등 생필품을 가지고 산다거리에 살아도 있어야 할 물건은 있어야 한다그런데 물품을 누가 가져간다면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멍해진다필요할 때마다 가져간 물품이 생각난다멍해지다 멍들고 사람 말소리도 잘 안 들릴 정도이다힘없고 병들고 늙고 가난한 약한 자들에게 물품 폐기는 머리와 마음에 강한 펀치를 날린 것과 같다분쇄기에 들어가는지믹서기에 들어가는지는 모르지만 그것들은 하찮아 보여도 우리의 전부다그리고 우리도 추억이 담긴 물건이 있다노숙인 물품을 폐기하는 건 인권을 폐기하는 것과도 같다.”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회장 로즈마리의 기자회견 발언 中 

지난 10월 28일, 서울 중구청은 또다시 서울역 일대 거리홈리스들의 노숙물품을 수거해 폐기하였다. 법에서 정한 절차조차 준수하지 않은 기습적인 강제집행이었다. 이 과정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커피를 파시던 어르신의 작은 마차도 강제철거 당하였다. 중구청에 찾아가 수거된 물품을 되찾고자 했지만, 마차는 이미 심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강제집행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중구청에 확인한 결과, 사회복지과와 가로환경과, 청소행정과가 현장에 나왔다고 하는데, 정작 주된 책임자가 누구냐는 질문엔 서로 책임만 떠넘겼다.

 

홈리스 생존권 위협한 중구청의 불법적 행정대집행

중구청이 이번에 홈리스의 물품을 강제로 수거ㆍ폐기한 것은 법을 위반한 불법적인 행정대집행이었다. 행정대집행이라는 것은 강제성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불가피한 경우에만 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행정대집행을 하는 경우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행정대집행법>에서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행정대집행이 상대방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제약하는 행정청의 강제집행이기 때문이다. 

 

홈리스의 물품을 폐기하거나 강제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은 홈리스의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강제집행은 자제되어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에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법적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행정대집행법>에 따른 절차를 살펴보면, 행정대집행을 하기 전에 의무자에게 상당한 이행기한을 정해서 그 기한까지 이행되지 아니할 때 대집행을 한다는 뜻을 미리 문서로 계고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당한 의무이행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강제집행 전에 상대방이 자율적으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상당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계고는 문서로 해야 하며, 구두 계고는 효력이 없다. 행정대집행을 집행할 때는, 대집행영장이 있어야 하며, 대집행을 할 시기와 집행책임자의 성명 등을 의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 파견된 집행책임자는 그가 집행책임자라는 것을 표시한 증표를 휴대하고 이해관계인에게 제시하여야 한다. 

 

하지만 중구청은 노숙물품을 강제수거해 폐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이행기간을 부여하지 않고, 행정대집행 계고서가 아닌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를 부착하고 하루 만에 기습적인 강제수거 폐기를 집행하였다. 대집행영장이나 현장 집행책임자의 증표 제시도 없었다. 

 

가장 문제적인 것은, 홈리스들의 물품을 당사자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전부 쓰레기로 취급하며 폐기물로 처리한 것이다. 거리홈리스에게는 생필품인 노숙물품을, 강제로 폐기물 처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없다. 도로정비 차원에서 수거해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보관하고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민원을 이유로, 주거 공간이 없는 거리홈리스에게, 소지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없는 거리홈리스에게, 가로환경을 이유로 노숙물품을 없애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행정대집행법> 시행령은 대집행 시 준수사항으로 “행정대집행 관서의 장은 대집행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그 집행책임자는 집행을 당하는 의무자의 재산상 손실과 비용부담을 줄이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의무자가 차지할 물건이 있을 때에는 지체 없이 인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구청의 이번 강제집행은, 행정대집행의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강제집행의 상대방인 홈리스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였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중구청 사회복지과가 이 문제를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청소행정의 관점으로 접근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구청장의 잘못 인정과 사과, 실효적인 대책 조속히 마련해야

이에 2021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은 2021년 11월 9일, 중구청 앞에서 노숙, 노점 물품을 쓰레기 취급하는 중구청을 규탄하고, 구청장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후 이번 노숙물품 폐기처분의 담당 공무원들을 면담하고, 불법적인 노숙물품 강제수거․폐기를 항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들이 서로 책임권한을 미루며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서 구청장과의 면담을 재차 요구하여, 이후 서양호 중구청장을 직접 면담하고, 서울역 일대에서 반복되고 있는 중구청의 불법적인 노숙물품 수거폐기에 대해서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였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이번 중구청의 강제집행이, 계고 없이 집행한 것 등 절차를 위반하였음을 확인하고 사과하였다. 향후 최대한 강제집행을 자제하고 상담과 설득의 과정을 거쳐 자율적으로 정비를 할 수 있도록 하겠으며, 불가피한 경우 집행을 할 때에는, 절차를 준수하고, 당사자에게 소유물인지, 폐기물인지 확인을 받고 진행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긴급복지지원 같은 기존 복지제도를 적극 활용하겠으며, 중구에서 실행할 수 있는 거리홈리스 정책을 제안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중구청의 담당공무원들은 홈리스들의 노숙물품을 강제수거․폐기하는 이유로 민원제기를 들었다. 그러나 홈리스들의 물품이 실제로 도로의 통행을 방해한다거나, 누군가에 위해를 끼쳐서 공익을 심히 해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에게 불편하고 불쾌하다는 이유로, 거리 홈리스들에게 전부인 노숙물품을 쓰레기 취급하며 강제로 수거해 폐기하는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청의 역할은 오히려 거리에서 생존할 수밖에 없는 거리홈리스의 민원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다. 거리홈리스에게 안전한 주거공간을 마련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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