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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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사람들, 죽어서 떠난 이

<밥쏴, 배고파 / 홈리스인권지킴이 활동가>

 

# 안녕히... 하씨 할아버지

지난 7월 7일, 그동안 인권지킴이 활동을 통해 만나오던 74세 하씨 할아버지가 서울역지하도 음수대 앞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충격이었다. 평소에 본인이 주장하시던 대로 체격도 좋으셨고, 안색도 좋아보이던 분이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니.

우체국 지하도에서 매주 만나 뵐 때마다 치아가 하나도 없는 잇몸으로 활짝 웃으시며 반겨주셨기 때문에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게 되던 분이셨다.

“나는 이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물만 마셔. 물이 최고야. 물만 먹어도 건강해. 물이 보약이지. 난 이가 없으니 딱딱한 것은 못 먹어. 그래서 빵이 좋아. (빵을 드리면 오른손 엄지를 추켜세우며) 이쁘다. 이뻐! 하하”

평소에 물이 보약이라며 건강을 자부하셨고, 새벽부터 일찍 지하철을 타고 폐지를 모아서 담배값을 하거나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생활을 하셨다. 그러나 오랜 거리생활과 고령의 나이는 죽음을 비켜가지 못했던 것 같다.

하씨 할아버지의 죽음과 같이, 거리 객사는 홈리스들에게 있어 이미 익숙한 임종 방식이 되어 버렸다. 소리 소문 없이 죽어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거리에서의 거친 삶이, 그런 삶 외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지원대책이 거리홈리스들의 죽음을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 ‘고객’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2년 여름부터니까 얼추 십년 가까이 만났던 분이다. 서울역과 마트 사이 통로에 박스를 깔고 계신데 차 한 잔 건네니 금세 알아보신다. 추억이랄 것도 없는 것을 대수인 양 수다를 떨고, 일반수급과 조건부수급, 임시주거지원 따위의, 그래 봤자 얼마 되지 않는 이용 가능한 정보를 말씀드린다. 사무실에 오셔서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누자며 일어서려는 차, 상업시설 경비용역들이 앞을 막아선다. “자리 치우세요”. 얘기 중에 미안한데~ 따위의 도입도 없다. 왜 자리를 치워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자리를 비우라고 한다.

주변을 보니 좀 전까지도 장맛비를 피해 추녀 밑에 자리를 잡았던 거리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박스를 추슬러 엉거주춤 무리지어 있다. 아무도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건 아니다. 시식코너를 기웃거린 것도 아니요, 주차장 한 칸을 점령한 것도 아니다. 남들 다 지나가는 널찍한 통로 추녀 밑에 박스 한 장 깔았고, 그놈의 고귀한 상업시설 외벽에 등 좀 기댄 게 민폐라면 민폐의 전부다. 그럼에도 경비 용역들은 마치 어르신 밥상에 올라 온 파리 쫓듯 사람들을 내 몰고 있다. 기계적이다. 분명,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아니다. 용역들에게 항의하며 대거리 했더니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그나마 마음씨 좋은 이 역할을 맡은 용역은 아직 영업이 안 끝나서 그렇다며, 폐업 후에 있게 하겠다고 한다.

 

고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푼도 내지 않고 당신들이 여기에 있을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역사 민자화로 상업자본들이 공공역사를 접수하면서, 거리 홈리스들은 그나마의 노숙 공간에서조차 배제되고 있다. 고객은 존중받을지언정 그곳에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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