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당사자 기고]

 

"노숙인복지법이 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내쫓고, 목메게 하고, 누명 씌우는 사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이상호 / 홈리스 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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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개최된 ‘홈리스 지원체계 평가와 재편을 위한 토론회’.

이날 증언자로 나선 이상호씨는 토론회 개최 배경(노숙인복지법 제정 10년)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노숙인복지법의 존재를 알았다고 말했다.

<사진=홈리스행동>

 

저는 노숙 생활 6~7년 차 홈리스입니다. 부산에서 노숙 생활을 하다가 2018년 10월 1일 상경해서 서울에서의 노숙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까지 거리의 사람으로서 참 많은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과 핍박, 불편, 부당을 매일 겪어 온 것 같습니다. 사람으로서 이 사회 최하층민의 생활은 차치하고라도, 생존조차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저는 2020년 12월 25일 새벽 서울 지하철역(1호선 서울역)에서 무례한 공익근무요원에게 항의하다가 얼굴에 유혈이 낭자한 폭행을 당해서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익단체의 도움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경찰서 조서를 작성할 때도 누추한 노숙인이라 깔보고, 지하철 부역장이 와서 지갑에서 4만원을 꺼내주면서 조롱하듯이 이거나 받고 끝내자고 말했고, 서울역 지구대 경찰관도 벌레 보듯 똑같은 언행을 했습니다. 물론 거부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인권이 유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서울역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누추한 노숙인, 장애인이 들어오면 청소원들이 굉장히 홀대, 핍박, 막말을 해대고 그에 대해 같이 언성을 높여 항의하면 보안요원, 경찰, 역무원들이 침소봉대하여 신고합니다. 그들은 노숙인들에게 성희롱이나 폭언, 폭행 혐의를 덮어씌우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다행히 역무원 중 한 사람이 양심적인 증언을 해줘서 제 결백이 증명되었고, 철도 경찰대장이 보안요원과 청소원을 불러서 제가 이 사안을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과를 정중히 받아 냈습니다. 이런 갈등과 소란은 서울역 안팎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TV를 보다가 누명을 쓰다

많은 승객, 노숙인, 쪽방과 고시원 거주인들이 역 대합실 TV로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데, 서울역 측에선 TV 소리를 아예 들리지 않게 먹통으로 해놓았습니다. 안내방송에 방해가 안 되도록 소리를 맞춰서 들을 수 있는데, 최소한 전 국민이 시청하는 저녁 9시 뉴스는 소리를 좀 들으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노숙인들도 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것 때문에 또 역무원, 보안요원들과 노숙인들 사이에 많은 시비가 있습니다. 하루는 KBS 9시 뉴스를 보려던 저에게 보안요원이 TV를 만지지 말라고 하면서 저를 밀치면서 욕하기에, 저도 맞서서 욕했고 싸움이 났습니다. 경찰은 제가 “역내에서 음주 소란을 피웠고 승객들에게 큰소리로 괴롭혔다”라고 하였고, 이에 저는 제 진술서와 민간단체 탄원서, 보안요원이 먼저 폭행·폭언을 했다는 현장 증인의 진술서를 함께 판사에게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즉심재판에도 출두해야 했고, 거기서 판사는 제 말을 끊고, 제출한 서류는 읽어보지도 않은 채 경찰이 작성한 그대로 “음주 소란과 승객들 상대로 큰소리쳤다”라는 혐의를 제 죄목으로 나열했습니다. 저의 진술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저에게 질문하지도 않은 채, 사실상 아예 관심도 없이, 경찰이 작성한 글을 그대로 읽으면서 벌금 5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제가 억울해서 뭐라고 말하려 하니까 옆에 앉은 보조원이 나가라고 손짓했고, 다음 사건들의 피고인들이 앉아 있기에 그냥 나왔습니다. 판사는 제가 제출한 서류를 읽어보지도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억울합니다. 이렇게 역내에서 비인권적 폭압, 핍박이 많습니다. 지금이 무슨 독재 군사정권 시절입니까?

 

홈리스에겐 멀기만 한 ‘집’과 ‘밥’

주거 문제는 특히 겨울에 생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쪽방, 고시원은 여름엔 너무 더워서 아예 들어갈 수가 없어 밖에서 노숙도 많이 합니다. 창문이 없어서 바람과 햇빛도 들어오지 않고, 모기, 빈대 같은 해충이 서식합니다. 거주자가 바뀌더라도 운영자들은 청소 한 번 해주지 않습니다. 옆방 기침 소리까지 다 들리는 얇은 벽, 닭장같이 빽빽한 작은 방에서 코 고는 소리, 이빨 가는 소리에 서로 싸워가며 살아야 합니다. 

 

주거지원도 노숙인들에게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여름 다시서기센터의 도움으로 ‘노숙인 지원주택’에 지원했는데, 복지사는 느닷없이 제게 지원 자체가 불가하다고 통보했습니다.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빌라트 주택의 내부구조 사진을 보며 입주를 생각하며 기뻐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실컷 서류 다 작성해서 내니까 서울시 측에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조항이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다른 대책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던 것도 문제입니다. 제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참 답답합니다. 지원주택 제도의 “주민등록상 배우자 조항”을 꼭 폐지하여 저처럼 홀로 서울에서 고시원 생활, 노숙 생활을 하는 사람이 공공주택에서 안정되게 주거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식사 문제도 얘기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시립 무료배식소인 채움터에서는 사회단체, 기업, 종교기관이 점심, 저녁을 따로 맡아서 배식하는데, 각 단체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들고 옵니다. 그래서 매번 질이 너무 차이 나고, 위생도 좋지 않습니다. 아주 불편한 숟가락만 주는데 음식을 들어 올리기가 어려울 때가 많아서 노숙자들 자존심이 많이 상합니다. 식수도 퇴장할 때만 한 컵씩 주니까 밥 먹을 때 목이 멜 때도 많습니다. 

 

오늘에야 알게 된 <노숙인복지법>

저는 오늘에야 비로소 10년 전에 ‘노숙인복지법’이 제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강산도 바뀐다는 10년 세월이 지났기에, 저는 이제 국민의 이름으로 그 소중한 노숙인복지법이 개선되어 이상과 같은 문제들이 꼭 해결되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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