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기고]

 

미래를 위한 점거,

"우리는 왜 용산정비창 땅을 점거했나"  

 

<이원호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4면] 2.png

▲ 용산정비창(구 국제업무지구) 부지와 인근 용산참사 현장 등 위치도

 

용산역 후문으로 나가는 구름다리는 두 개의 각기 다른 공간을 가르고 있다. 한쪽은 땅의 끄트머리로,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있다. 철길과 주차장에 둘러싸인 작은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도심 속 텐트촌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곳이 집 없는 홈리스들이 모여 지내는 ‘용산역 홈리스 텐트촌’이다. 그 반대쪽 공간은 광활한 빈 땅이 높은 펜스로 둘러 쌓여 있다. 50만㎡(약 15만평), 축구장 70개 크기에 달하는 이 땅은 용산정비창 부지라 불린다.

 

지난 10월 4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주거의 날’의 앞두고, 홈리스, 반빈곤운동 활동가들이 이 빈 땅을 일시적으로 점거했다. ‘미래를 위한 점거단’이라고 외친 이들은 왜 이 땅을 점거했을까? 

 

부동산 개발 욕망이 뒤엉킨 땅, 용산 정비창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와 성남 대장동 개발 게이트까지 부동산 투기 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치솟는 집값과 주거 불안이 맞물리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 불평등의 핵심은 부동산이 되었다. 지난해 기준 개인과 법인 상위 10%가 토지의 90%를 독점하고 있으며, 다주택자 상위 20명이 1인당 평균 416채를 넘게 가지고 있다. 땅과 집의 독점체제는 우리의 주거권을 심각하게 훼손해 왔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바로 이런 땅과 집을 독점한 부동산 개발 욕망의 상징적 공간이다. 한국철도공사 등이 소유한 이 땅은, 2007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과 함께 ‘용산 국제업무지구’로 발표하면서 부동산투기 개발의 복마전이 되었다. 

 

사업비 31조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불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삼성물산을 대표 주관사로 해 27개의 금융ㆍ건설재벌들이 투자자로 나섰다. 이 광란의 개발 폭주는 용산 일대의 땅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고, 주변 재개발 지역들을 자극했다. 용산역 앞에 위치한 재개발 구역인 용산4구역은 더 빠르고 폭력적인 개발이 추진되었고, 2009년 1월, 여섯 명이 사망한 ‘용산참사’로 귀결되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는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 개발은 2013년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기’라는 부도 사태로 마무리되어, 10여 년 동안 허허벌판 빈 땅으로 방치되어 있다. 

 

다시, 끓어오르는 투기 개발의 땅

욕망의 신기루가 무너진 이 땅은, 작년 5월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이 발표되면서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국공유지인 용산정비창 부지에 미니 신도시급 1만호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밝혔고, 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은 다시 국제업무지구로 재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정부의 공급 계획만 봐도, 공공부지인 이 땅의 80% 이상은 민간 소유로 귀결된다. 1만호 중 공공이 땅과 건물을 보유하는 공공임대주택은 2천호만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의 토지를 개발해 고스란히 민간 소유로 넘겨주는 꼴이다. 

 

그런데도 오세훈 시장은 민간개발 만능을 주창하고 있고, 용산구청장이나 용산을 지역구로 둔 시의원들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용산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및 쪽방·고시원 등 거주 가구 등 주거빈곤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18.7%에 이른다. 그러나 용산구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는 2.9%로 서울시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공공임대주택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월세 부담과 퇴거의 위협에 놓인 이들과 집이 없거나 열악한 거처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투기적 부동산 개발과 주거 불평등, 이 땅에서부터 끝내자

대장동 사건으로 밝혀졌듯, 민간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불로소득으로 몰아주는 투기적 개발을 끝내야 한다. 민간이 아닌 공공이 개발 주체가 된다 해도 분양을 목표로 한 건설은 투기를 부추길 뿐이다. 공공성도 없고 정의롭지도 않다. 서울에서 가장 큰 공공부지인 용산정비창을 비롯한 공공택지는 100% 공공이 보유하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단 한 푼의 불로소득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미래를 위한 점거단’이 세계 주거의 날을 맞이해, 용산정비창을 점거한 이유이다.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빈 땅을 점거해, 이 땅의 공공성을 되찾고, 소유를 넘어 주거의 권리를 되찾자고 선언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투기적 개발과 주거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5면].jpg

 

 

 

▲ 용산정비창 부지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있는 반빈곤운동 활동가들 <사진=빈곤사회연대>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856 <홈리스뉴스 94호> 꼬집는 카메라 - “이것은 차별의 역사다” 파일
홈리스행동
162 2021-11-17
855 <홈리스뉴스 94호> 당사자 기고 - "노숙인복지법이 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파일
홈리스행동
179 2021-11-17
Selected <홈리스뉴스 94호> 기고 - 미래를 위한 점거, "우리는 왜 용산정비창 땅을 점거했나" 파일
홈리스행동
96 2021-11-17
853 <홈리스뉴스 94호> 현장스케치 - 존엄한 마무리와 추모의 권리, 제5회 '무연고사망자 합동추모제' 파일
홈리스행동
71 2021-11-17
852 <홈리스뉴스 94호> 현장스케치 - 1017 빈곤철폐의 날, 방역과 공존 가능한 생존을 요구한다 파일
홈리스행동
75 2021-11-17
851 <홈리스뉴스 94호> 미디어 요~지경 - 현실에 책임지는 드라마를 원한다 파일
홈리스행동
89 2021-11-17
850 <홈리스뉴스 93호> 특집 - 다시 반복된 ‘위드아웃 홈리스’, 국민지원금 제도 개선 시급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261 2021-10-08
849 <홈리스뉴스 93호> 기고 - [당사자 기고]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홈리스에게 제대로 지급하라 파일
홈리스행동
152 2021-10-08
848 <홈리스뉴스 93호> 미디어 요~지경 - "호의가 아니라 권리다" 파일
홈리스행동
133 2021-10-08
847 <카드뉴스> 노숙인복지법 제정 10년 기획 카드뉴스 3 : 노숙인복지법 10년을 살아온 홈리스의 목소리 파일
홈리스행동
292 2021-10-08
846 <카드뉴스> 노숙인복지법 제정 10년 기획 카드뉴스 2 : 노숙인복지법 10년 평가 파일
홈리스행동
171 2021-10-08
845 <카드뉴스> 노숙인복지법 제정 10년 기획 카드뉴스 1 : 노숙인복지법이 만들어지기까지 파일
홈리스행동
125 2021-10-08
844 <홈리스뉴스 92호> 특집 - 노숙인복지법 제정 10년, 홈리스 지원체계 재편이 필요하다 (下) 파일
홈리스행동
566 2021-09-06
843 <홈리스뉴스 92호> 이달의 짤막한 홈리스 소식 - 8월의 홈리스 단신 파일
홈리스행동
131 2021-09-06
842 <홈리스뉴스 92호> 진단 Ⅰ -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 사회장 이야기 파일
홈리스행동
87 2021-09-06
841 <홈리스뉴스 92호> 요세바통신 - 도쿄 올림픽을 위한 예술품? 홈리스 배제를 위한 장치들! 파일
홈리스행동
121 2021-09-06
840 <홈리스뉴스 92호> 기고 - 점거하고 점령하며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곳, 서울역 광장 파일
홈리스행동
101 2021-09-06
839 <홈리스뉴스 92호> 진단 Ⅱ - 퇴보중인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정책 (上)
홈리스행동
109 2021-09-06
838 <홈리스뉴스 91호> 특집 - '노숙인복지법' 제정 10년, 홈리스 지원체계 재편이 필요하다 (上) 파일
홈리스행동
150 2021-08-06
837 <홈리스뉴스 91호> 꼬집는 카메라 - “이것은 폐기물이 아닌 삶의 일부다” 파일
홈리스행동
117 2021-08-06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