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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관련 언론보도 내용입니다.
조회 수 : 5467
2011.01.26 (20:07:36)

불난 쪽방촌에 가보니..“쪽방도 없이 어디가서 사나”

진수희 장관이 위문품 전달했던 남대문 쪽방촌...온정으로는 화재 못막아

김도연 기자 2011.01.26 18:42



 

25일 오후 5시 50분경 남대문 뒤편 쪽방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1층 식당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에 있는 쪽방 총 36호에 피해를 입혔다.

▲  1층이 전소된 화재 건물 [출처: 홈리스행동]

18년째 남대문 쪽방촌에서 살고 있는 이 모 씨는, 어제 저녁 귀가 직후 화를 당했다. 살고 있는 건물 1층에서 화재가 난 것이다. 옷을 갈아입는 중에 방 안으로 연기가 들이찼다. 순식간에 바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캄캄해졌고 숨을 쉬는 족족 연기가 꼴깍꼴깍 넘어갔다. 당황한 그는 살려달라고 소리쳤고 다행스럽게도 그의 목소리를 들은 소방대원에 의해 구출됐다. 이 씨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며 “소방대원들이 내 목소리를 못 들었으면 아마 저세상으로 갔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주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에서 물질을 했었다. 배를 타던 남편은 그가 서른일곱이던 해 바다에서 세상을 떴고 물이 싫어진 그는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아무도 없는 서울, 혈혈단신 자리 잡은 곳이 이곳 쪽방촌이었다. “젊어선 공사장에서 ‘칠통’지는 거 해서 먹고 살았어. 지금은 나이 들어서 그런 일은 못 하고 가끔씩 식당에 나가서 배추나 무 다듬고 일당 받아오는 거랑 수급받는 걸로 생활해.” 그는 올해로 71세이다.

“연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숨이 차. 한 번씩 시커먼 가래가 덩어리째 올라와.” 만 하루가 지나도록 병실에 누워있지만 찾아올 가족은 없다. 집이 어떻게 됐을까, 걱정이 되지만 설령 피해가 크더라도 방법이 없다. “내가 갈 곳이 어딨어. 그냥 살아야지 뭐.” 그보다는 당장 퇴원을 하면 집으로 돌아갈 차비가, 신발이 걱정이다. 맨발에 내복차림으로 구출됐기 때문이다.

▲  이번 화재로 화를 입은 이 모 씨. 만 하루가 지나도록 병실에 누워있지만 찾아올 가족은 없다.

화재 건물 2층에는 쪽방 주민을 위한 복지기관인 ‘쪽방상담소’도 입주해 있었다. 화재 건물에 입주해 있던 주민 6명과 쪽방상담소 직원 등 5명은 화상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다행이 이 씨를 비롯한 2명을 제외하고는 경미한 부상으로 응급처치 후 퇴원했다.

문제는 현재 화재가 발생한 곳의 쪽방 주민들 대부분이 이 씨의 경우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어 개별적으로 대체할 거처를 마련하는 것과 필요물품을 구입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급한 대로 관할 주민센터인 회현동주민센터에서 29세대에 대해 쪽방 한 달 월세조로 24만원씩의 생활비를 지원해주었지만 주소지가 해당지역으로 되어 있지 않은 이들은 이마저도 받지 못하게 생겼다. 방재작업 과정에서 물에 젖어 완전히 못쓰게 된 세간살림에 대해서도 대책이 없다.

홈리스행동은 쪽방에 대해 철거로만 일관해 온 정부의 안일한 주거대책이 이 같은 화를 반복케 한다고 말한다. 가연성 높은 건축물의 특성과 열악한 설비, 밀집된 구조 등의 이유로 쪽방촌에서 빈번하게 화재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쪽방촌을 ‘부정’할 뿐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화재가 난 남대문로는 지난 2007년 4월에도 큰 화재가 발생해 일용노동자로 생활을 이어가던 쪽방주민 한 명이 사망했으며, 지난해 1월에도 인근 갈월동 모델하우스에서 발생한 화재가 인접한 쪽방촌으로 번져 30여 가구가 집을 잃었다.

때문에 홈리스행동은 “더 이상 쪽방에 대한 부정을 전제로 한 철거대책, 화재 대책, 주택공급대책은 쪽방 주민의 삶도 개선할 수 없으며, 화재로부터의 안전도 지킬 수 없다”며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쪽방 화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쪽방을 거리노숙예방의 기능을 하는 사회적으로 유효한 주거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쪽방운영에 관한 법제도를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홈리스행동은 “여러 가구가 공동생활하는 다중주택(HMO Houses in Multiple Occupation)을 다룬 영국의 ‘주택법’, 단신가구가 주로 사용하는 숙박소를 다룬 일본의 ‘여관업법’과 미국의 ‘섹션8 SRO프로그램’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거처로서의 시설설비 구축을 포괄하는 주택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거주민을 고려한 적절한 임대료를 책정하는 등 쪽방이 ‘작지만 인간다움을 지키며 살만한 곳’으로 변모하도록 유도하는 전향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쪽방촌, 남대문로 5가 555번지는 지난 20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한 곳이기도 하다. 홈리스행동은 26일 성명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마련 없이는 “‘쪽방촌을 살펴 달라’는 대통령의 지시도, 복지부장관의 온정도 쪽방촌의 단골 재앙인 화재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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