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추모와 애도의 권리]   

 

이름 없는 삶과 죽음은 없다, 홈리스의 죽음을 기억하라!

 

<황성철 / 홈리스행동>

 

1.JPG

9월 23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된 ‘안전과 지원체계의 사각에서 사망한 여성 홈리스 추모문화제’ <사진=홈리스행동>

 

매년 홈리스추모제를 준비하면서 거리나 쪽방 등지에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기억을 모으는 ‘홈리스 사망자 기억 모으기(이하 기억 모으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활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사건이 있다. 올해 3월, 서부역 인근에서 한 여성 홈리스가 폭행으로 사망하였다. 소문과 억측으로 부풀려진 여성 홈리스의 죽음. 죽음의 진실을 추적하는 데 있어, 고인을 향한 동료들의 기억과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 홈리스를 둘러싼 사회구조적인 문제 역시도 대면할 수 있었다. 동료들의 기억은 적극적인 성평등에 기초한 여성 홈리스 지원체계의 필요를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억 모으기 활동만으로 고인에 관한 모든 것들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원인과 구체적인 과정은 주변 동료와 지인의 기억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홈리스의 죽음은 이 사회가 만들어낸 가난과 차별의 결과이기에,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추모를 위해 필수적이다.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사망했는지를 알 수 없다면 방지책 또한 마련할 수 없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국가 통계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홈리스의 사망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축적하며 평가하는 일을 시작해야만 한다. 그것이 주목받지 못한 삶을 살다, 그 죽음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나는 수많은 홈리스들의 생명을 구하는 출발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홈리스추모제는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중 거리나 쪽방 등지에서 사망한 이들과 한 해 동안 떠난 400여 명의 홈리스들을 추모하고, 기억할 것이다. 나아가 홈리스가 마주하고 있는 주거, 의료, 노동, 그리고 죽음과 장례와 관련한 홈리스의 열악한 인권실태를 알리며 사회적인 대책을 요구할 것이다. 

 


 

[당사자 추모글]

 

여행간 님들

 

로즈마리 /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

 

개똥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보따리도 챙기지 못하고 여행을 떠난 많은 님들을 떠나보내며,

채 식지도 않은 뜨거운 재를 뿌리며,

허망하기도, 안타깝기도 했지만,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소서.

편히 쉬소서.

못다 이룬 것,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고이 잠드소서.

 

[추신]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당신을 기억합니다. 

이름 없는 꽃이지만 향기는 있던 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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