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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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현장스케치]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서울역은
“시간마다 경비원들이 내쫓는다”, "백신 맞은 뒤 밖에서 견딜 수 있을까" 

 

 

<이은기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편집자 주] 1~2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서울역을 휩쓸었다. 1월 17일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누적확진자는 26일 12명, 28일 35명, 2월 1일 64명, 2월 5일 83명, 2월 10일 93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던 약 한 달 동안(1월 17일부터 2월 14일까지) 발생한 '노숙인'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는 총 334명. '노숙인' 103명, 종사자 3명, 쪽방주민 6명이 확진됐고, '노숙인' 193명, 종사자 22명, 쪽방주민 7명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여전히 서울역에 남은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홈리스 당사자들이 매주 금요일 밤 서울역을 찾은 홈리스인권지킴이 활동가들에게 고발했던 현장을 전한다.

 

■ 2월 초

당장 밥이 문제다. 1주일마다 갱신된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이 없으면 급식소 출입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수의 당사자들은 음성 확인증이 없으면 '따스한채움터'에서 별다른 대책없이 "그냥 가라"고 한다며 분노했다. 대체식으로 빵과 우유를 받았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빵과 우유를 '대체식'이라고 보긴 어렵다. 당사자 대부분은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피로를 호소하며 사실상 아무 대책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서울역 내부 퇴거요청도 심해졌다. 서울역 내부에 머물던 A씨는 “시간마다 까마귀(철도 경비용역)들이 행색이 지저분한 사람들을 내쫓는다”며, “내부 인원수를 제한하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의 여성인 B씨는 “까마귀가 나가라고 하는 타이밍에 화장실에 숨어 있어 쫓겨나지 않았다”며 "왜 나가라고 하는지 이해 안 간다"고 말했다. 10일 전쯤부터 주로 뉴스가 재생되던 TV 채널이 모조리 철도방송으로 바뀌었고, 철도방송이 처음 나왔을 때 ‘방역조치의 일환'이란 식의 쪽지가 붙어있었다고 한다.

 

■ 2월 중순 ~ 3월 초

C씨는 “TV에서 뉴스를 보지 못해 너무 답답하다”며 “공공이 이용하는 물건을 사람을 쫓아내겠다는 명분으로 꺼버리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테이프로 서울역 내부 콘센트를 다 막아두는 바람에, D씨는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할 곳이 없어서 날짜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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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로 막힌 서울역 내부 콘센트 <사진출처=홈리스행동>

 

■ 4월 초

 

코로나19 감염으로 생활치료센터에 다녀온 이를 만났다. 서울역 인근에서 잠을 청하던 E씨는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간 후 2월 중순 퇴소했다. E씨는 퇴소 당일 열이 너무 심해 희망지원센터에서 며칠간 머물다가, 직원이 어떻게 할 거냐고 묻길래 “갈 데가 없으니 고시원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근처 고시원에 가보니 비슷하게 절차 밟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퇴소 후 무료급식소 이용이 어려워져 고시원 밥과 그간 배낭에 챙겨둔 반찬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 한 달이 지난 후 고시원 주인이 나가라고 하길래 다시서기에 갔지만 별다른 답을 듣지 못해 다시 거리로 나왔다. E씨는 자신처럼 “한 달 뒤 쫓겨난 사람이 많았다”고 일러주었다. 이어 “생활센터를 퇴소한 사람들은 급식소를 맨 마지막에나 이용할 수 있어 지금 밥 먹는 게 제일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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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한동안 서울역 내부 TV에서는 철도방송만 방영됐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 4월 중순

 

 

동자동 쪽방에 사는 F씨가 쪽방상담소의 샤워실, 정수기를 이용하기 위해선 매번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이 필요하다. F씨는 4월 중순인 지금까지 총 8번의 코로나검사를 받았다. 그러던 1월 말, F씨보다 1~2시간 먼저 샤워실을 이용한 사람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F씨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다. “씻다가 밀접 접촉자가 됐다”는 F씨는 당시 “11일간 좁은 방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 안에 화장실만 있어도 마음이 참 편하지”라며 여전히 화장실을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데 “계속 사람들 마주해야 하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지내는 G씨는 지난주 백신 접종 동의서를 냈다. “치통이 있고 잇몸에서 피도 나는 상황인데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백신을 맞으면 근육통이 이틀 정도 지속된다던데 밖에 있으면서 견딜 수 있을지 기분이 안 좋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백신을 신청했다는 H씨는 “주변에 안 맞겠다는 분들이 있는데 접종방법, 접종 후 증상 등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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