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94
2021.05.04 (21:55:11)

[동행]은 당사자들이 병원, 관공서, 법원, 시설 등을 이용할 때 부딪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전하는 꼭지

 

 

벼랑 끝 사람을 노리는 명의범죄

희망이라 속이고, 절망을 남긴 명의범죄 피해 해결 과정기

 

 <박사라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1월 중순, 용산역에서 머물고 있던 초기 노숙인 안경씨를 만나 임시주거지원을 연계하게 되었다. 주거와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필요했다. 노숙상태에서 막 벗어난 60대인 안경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장 없었다. 게다가 고혈압으로 일자리 얻는 건 더더욱 어려웠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려면 수급신청만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신청부터 난관이 생겼다. 안경씨는 그의 명의로 된 자동차(배기량이 2000cc 이상)를 소유하고 있어 생계급여는 고사하고, 주거급여를 신청할 요건도 되지 않았다. 일단 긴급복지지원의 생계비 지원이라도 받기 위해 신청했다.

 

여기서 문제는 안경씨가 그 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구청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떼어보니 열흘 전까지 그 차량이 주정차단속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것을 확인하였다. 곧 잡을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운행정지 요청을 했고, 약 40일을 기다렸다. 2월 말, 차가 단속에 걸려 영치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안경씨 명의의 차량을 실제 운행하던 이와 통화가 되었다. 그는 자신도 명의이전이 되지 않아 마음고생 했었다며, 밀린 세금과 과태료 등은 본인이 다 내겠으니 캐피탈 대출 건만 해결해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알아보니 캐피탈 주식회사에 원금과 이자 포함 2,500만원이 남아있었고, 캐피탈 주식회사가 안경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경씨에겐 당장 방세 낼 돈도 없는데 수천만원이 있을 리가 있나!

 

일자리와 집을 제공한다는 말에 희망을 걸었을 뿐

안경씨는 2년 전 친구 집에서 더부살이하던 중,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후배와 함께 지방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어느 건설업 회사의 실장을 만났고, 안내한 숙소에서 지내면서 회사에서 필요한 개인 신분증 및 관련 서류, 핸드폰, 신용카드 등을 건네받았다. 다른 직원과 은행에 갔다가 자신이 회사에 취직이 되었다는 재직증명서와 4대 보험 납부 확인 등 서류를 확인하게 되면서 더욱 실장을 신뢰하며 시키는 일도 묵묵히 했다. 어느 날, 숙소로 날아온 연체고지서들과 경찰서 출석요구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가전제품 계약, 상조 가입, 차와 대출 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다. 함께 갔던 고향 친구는 자신보다 더 큰 피해를 받았다. 안경씨는 실장을 고소했고, 실장은 덩치 큰 사람들과 함께 나타나 위협했다. 결국 숙소에서 빈손으로 쫓겨난 안경씨는 오갈 곳 없어 노숙을 하면서 자신을 속인 후배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다른 이들을 통해 그 후배가 ‘노숙하던 어떤 사람을 어디에 몇백만원 받고 팔아넘긴 뒤 지방으로 도망갔다더라’하는 소식을 들었다. 

 

홈리스 노리는 명의범죄, 복잡해도 함께!

 

현재 안경씨는 수급신청을 했다. 그리고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조력으로 캐피탈 측 고소에 대응하고 자신을 속인 명의범죄 조직을 고소하고자 안경씨와 지방에 가서 경찰서와 법원을 찾아갔다. 일일이 명의도용에 의한 계약서 등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 영치된 차가 폐차된다 하더라도 범칙금이 부과되고, 체납 세금 등 문제도 남아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알고 있다. 게다가 자신 명의의 자동차로 인해 수급에서 탈락할 수도, 급여가 삭감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경씨는 포기할 생각이 없다. 서울역만 보더라도 주거와 일자리가 필요한 홈리스를 호시탐탐 노리는 나쁜 놈들이 잡히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안경씨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노리는 범죄가 있어선 안 되지 않는가. 조금 복잡해도 같이, 머리를 맞대어 차근차근 방법을 찾아가면 될 일이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836 <홈리스뉴스 91호> 세계의 홈리스 - 미국의 홈리스 코로나19 백신접종 지침
홈리스행동
524 2021-08-06
835 <홈리스뉴스 91호> 진단 - 양동 쪽방 재개발에 대응하는 주민들의 움직임 파일
홈리스행동
122 2021-08-05
834 <홈리스뉴스 91호> 기고 - 기준중위소득 인상을 요구하는 수급 당사자의 외침 파일
홈리스행동
92 2021-08-05
833 <홈리스뉴스 91호> 김땡땡의 홈리스만평 - “짐도 안 돼, 집도 안 돼” 파일
홈리스행동
131 2021-08-05
832 <홈리스뉴스 90호> 특집 - 저조한 거리홈리스 백신접종률, 해결방안은 있는가 파일
홈리스행동
124 2021-07-21
831 <홈리스뉴스 90호> 현장스케치 ① - “이 모임에는 우리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겁니다” 파일
홈리스행동
130 2021-07-21
830 <홈리스뉴스 90호> 현장스케치 ② - “비록 쪽방이지만 당신과 나의 집은 다르지 않다” 파일
홈리스행동
93 2021-07-21
829 <홈리스뉴스 90호> 기고 - “나 다울 수 있는 집”을 찾는 청소년들의 장 ‘엑시트’ 파일
홈리스행동
127 2021-07-21
828 <홈리스뉴스 90호> 반빈곤 반걸음 - ‘2021년 반빈곤연대활동’ 대학생, 숨겨진 빈곤과 마주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174 2021-07-21
827 <홈리스뉴스 90호> 진단 - 서울시는 ‘서울시 인권위’ 권고에 긴급하게 응답하라 파일
홈리스행동
101 2021-07-21
826 <홈리스뉴스 89호> 특집 - 거리홈리스는 왜 백신에 접근할 수 없는가 파일
홈리스행동
110 2021-07-21
825 <홈리스뉴스 89호> 진단 - 서울시 인권위원회, 서울시에 홈리스 인권보장 및 제도개선 권고
홈리스행동
79 2021-07-21
824 <홈리스뉴스 89호> 인터뷰 - 양동 쪽방 주민이 말하는 양동 재개발 이야기 파일
홈리스행동
96 2021-07-21
823 <홈리스뉴스 89호> 현장스케치 - "개발이익 보장보다 집다운 집에 사는 것이 먼저다" 파일
홈리스행동
63 2021-07-21
822 <홈리스뉴스 88호> 특집 - 거리홈리스의 현실 외면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파일
홈리스행동
328 2021-05-04
821 <홈리스뉴스 88호> 현장스케치 -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서울역은 파일
홈리스행동
166 2021-05-04
Selected <홈리스뉴스 88호> 동행 - 벼랑 끝 사람을 노리는 명의범죄
홈리스행동
94 2021-05-04
819 <홈리스뉴스 88호> 동행 - '임시주거지원'의 목적은 무엇인가
홈리스행동
115 2021-05-04
818 <홈리스뉴스 88호> 진단 - 코로나19가 드러낸 홈리스 복지정책의 민낯과 개선 방향 下 파일
홈리스행동
109 2021-05-04
817 <홈리스뉴스 88호> 반(反)빈곤 반(半)걸음 - 개발 사업의 공공성 강화 외치는 동자동 쪽방지역 주민들 파일
홈리스행동
107 2021-05-04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