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코로나19가 드러낸 홈리스 복지정책의 민낯과 개선 방향 (下) 

코로나19 이전과 다른 홈리스 복지를 만들자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필자 주] 한국도시연구소는 서울시 인권담당관실의 연구과제를 수탁받아 ‘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등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했다. 본 연구는 인권실태 조사에 기반해서 홈리스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과 정책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했다. 이를 위해 홈리스의 인권 관련 국내외 선행연구 및 관련 정책과 제도를 분석하고, 재난 상황에서의 홈리스 인권실태를 조사했다. 거리, 일시보호시설, 자활·재활·요양시설, 쪽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홈리스를 대상으로 2020년 9월부터 10월까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홈리스 인권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1,014부를 취합해서 분석했다. 거리, 노숙인시설, 쪽방, 고시원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 중 적잖은 수가 조사에 참여했을 것이다. 조사에는 홈리스 생활 전반에 대한 것과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어려움, 재난지원금 수령 여부 등이 포함되었다. 조사결과는 「2020년도 서울시 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로 발간했다. 홈리스뉴스에서는 2회에 걸쳐 조사의 주요 결과와 정책 대안을 발췌·요약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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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등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를 주제로 진행된 서울시 인권위원회 주관 인권포럼 포스터 <사진출처=서울시>

 

 

지난 호는 “서울시 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의 주요 결과, 그에 따른 급식, 의료 정책 개선 방향을 다뤘다. 이번 호는 본격적으로 홈리스 정책 개선 방향을 다루고자 한다. 코로나19가 백해(百害)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홈리스 정책 모든 분야의 문제를 드러내 그 개선의 방향을 찾도록 하는 데는 상당히 유용한 계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거 우선'으로의 홈리스 정책 개편

유엔 주거권특보 Farha(2015)에 의하면 홈리스 상태와 비적정 주거는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뿐만 아니라 생존권, 안전권, 건강권 등 여러 측면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주거권 특보는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홈리스 및 홈리스 위험에 처한 인구에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택을 제공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어도 제공받은 주택에 지속적으로 살 수 있게 하도록 권고하였다. 또한, 위생 시설과 수면 공간을 공유하는 응급 쉼터는 침대 간격을 2미터로 두어도 ‘자가격리’와 ‘물리적 거리두기’에 적절하지 않으므로, 거주자들에게 제공할 적절한 대체 숙소를 확보한 후 이러한 시설을 폐쇄하도록 권고하였다. 만약, 한국 정부와 서울시가 이 권고를 따랐다면 지난 1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중구 노숙인시설을 통해 112명이 확진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홈리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주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여러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주거 우선’, 즉 어떠한 조건을 달지 않고 홈리스들에게 주거를 먼저 제공하는 정책이 홈리스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거를 홈리스 복지 정책의 출발선에 두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매입, 전세임대주택)이나 임시주거지원, 지원주택 등 주거 제공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임시주거지원사업은 지원금액이 낮고, 지원기간이 짧아 구할 수 있는 거처가 주거환경이 열악한 쪽방, 고시원 등으로 한정되는 문제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은 점차 연간 공급 물량이 확대되는 추세나 여전히 수요 대비 물량이 부족하다.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시행하는 ‘지원주택’은 최장 20년 거주할 수 있고, 거주하는 곳에서 주거유지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역시 적은 물량과 까다로운 입주자 선정기준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속 가능한 공공일자리 제공

본 조사 결과 비적정 주거를 최초로 이용하게 된 이유에서 ‘실직·사업실패(46.7%)’와 ‘구직기회 감소(31.5%)’가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아, 민간일자리에서 소득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이 홈리스 상태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MF 금융위기가 홈리스 상태로 진입한 원인이 된 사례들에서 드러나듯 일자리는 홈리스 문제의 예방과 해소에 중요하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주거 상향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며, 주거 유지에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노동 강도가 가장 낮은 일자리를 시작으로 민간일자리까지 연계하는 단계형 모델로 노숙인일자리 지원사업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본 조사결과 임시·일용직 외 민간일자리를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건강, 연령 등으로 인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희망하는 일자리 역시 자치구 등 지역의 공공일자리, 자활사업(조건부수급), 전일제 노숙인일자리, 반일제 노숙인일자리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가장 상위 단계로 설정한 민간일자리 연계에 대한 수요는 5% 미만으로 크게 낮다. 홈리스들의 요구와 서울시의 정책 방향이 어긋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수요가 높은 반일제·전일제일자리는 점차 축소하고, 민간 연계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다. 2020년에는 반일제·전일제일자리 예산을 축소해 홈리스 당사자와 시민사회단체가 서울시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서울시 인권위원회도 진정 취지를 인용한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홈리스는 반일제·전일제 노숙인일자리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짧은 고용기간’과 ‘낮은 임금’을 꼽고 있다. ‘생활비 부담’과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아서’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를 희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한시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노숙인시설이나 쪽방, 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에 계속해서 머무를 수밖에 없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활사업의 경우 최대 60개월의 참여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 노숙인일자리는 3개월에서 최장 11개월, 연 1회 혹은 연속 2년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근거 법령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사업이란 공통점을 놓고 볼 때 참여기간의 차이는 상당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상 자활사업과 뉴딜일자리 등을 참조하여 홈리스에 대한 서울시 공공일자리 사업의 고용 기간과 이용 횟수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민간일자리 취업이 어려워 공공일자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홈리스들이 일을 통해 생활안정을 이루도록 도와야 한다.

 

재난 상황에서의 보호체계 구축

해외에서는 민·관 모두에서 코로나19로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된 홈리스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호텔, 모텔, 기숙사 등 홈리스의 분리 거주가 가능한 시설과 자가격리가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비용을 연방정부가 지원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홈리스 당사자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각각의 지침을 만들었고, 영구적인 주택으로 연계하는 작업을 우선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호주 정부는 코로나19가 발생하자 홈리스에게 호스텔, 미사용 학생기숙사, 호텔 등을 제공하여 주소지를 만들고, 저렴한 휴대폰을 제공했다. 휴대폰이 없거나 컴퓨터 등 장비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가장 취약한 계층이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지 않고, 효과적으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우리 역시 코로나19 국면에서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비대면 서비스와 방역 대책에 홈리스가 배제되지 않도록 접근장벽을 해소해야 한다. 

 

무엇보다 차별과 불평등을 고려한 위기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본 조사 결과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 중앙정부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한 비율은 거리와 일시보호시설에서 크게 낮았다. 주거지와 주민등록상의 문제, 휴대폰이나 인터넷 사용 문제에 따른 정보 소외 등에 따른 결과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방식의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 이와 같은 사각지대는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휴대폰 등 정보접근 매체를 지원하거나, 재난지원금과 같은 위기 해결 대책 실행 시 홈리스지원기관 내지 홈리스 현장 방문 신청·지급 등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재난 상황 시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분산 보호 대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지침에 따르면 ‘자가격리 대상자’는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며, 방문은 닫은 채로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시키고, 가능한 혼자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세면대가 있는 공간을 사용해야 한다. 자택 내 독립된 공간 확보가 어렵거나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자체에서 적절한 자가격리 장소에 시설격리 하도록 조치하여 증상 등을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심 숙소’를 적극 발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지역의 호텔이나 유스호스텔 등과 업무 협약을 맺고 해외입국자 가족이 이용하면 상당 비용을 할인해 주는 ‘안심 숙소’를 확보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증상이 없는 홈리스에게 이러한 안심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으로 이용 가능한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한계가 있다. 지불 능력이 없는 홈리스도 이용할 수 있는 안심 숙소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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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화장실과 샤워실이 없는 노숙인시설 내 자가격리 공간 <사진출처=한국도시연구소>

 

 

홈리스에 대한 인권침해 감시와 예방

거리홈리스는 모든 부분에서 인권침해 경험이 많은데, 공공공간·공공시설 또는 민간영업장 이용제한이나 퇴거 요구를 받거나, 원하지 않는 사생활 공개나 불심검문을 당한 경험도 많다. 인권을 침해한 사람은 지나가는 사람, 이웃·동료, 복지시설 종사자, 역무원 등으로 다양하다. 인권침해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비율이 60% 이상으로 높은데, 주요 이유는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어서’,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 순으로 높다.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음식, 술 등을 사주면서 촬영하지만 홈리스의 대다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내용을 보게 되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지역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공공공간이 폐쇄되었고, 거리홈리스 밀집 지역에서는 홈리스의 물품을 회수하기도 했다. 유엔 주거권특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개인소지품 분실 또는 거리를 ‘싹 쓸어 내는 것(sweeps)’에 대해 우려하게 만드는 등 홈리스에 대한 배제를 심화시키는 법 집행을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홈리스에 대한 권리 침해를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원할 수 있는 공공의 대응이 필요하며,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홈리스 상태로 접어들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보증금이 없거나 적은 고시원과 쪽방, 일세 등으로 이용하는 만화방·PC방·찜질방 등의 비숙박용 다중이용업소와 여관·여인숙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실직이나 건강 악화 등으로 소득이 없어지면 단시간에 거리홈리스가 될 수 있다. 숙식을 제공하는 일터의 일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으면 집도 같이 잃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임시·일용직 노동자가 실직하거나 소득감소가 큰 가운데, 이들에 대한 긴급복지지원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크다.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과거의 금융위기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거리홈리스가 대량 발생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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