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행정안전부의 희망일자리사업 ‘노숙인’ 참여 제한조치 철회하라

 

어제(7월 30일), 행정안전부는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사업’ 중 아동‧청소년 관련 사업에서 “출소자‧노숙인” 등의 참여를 제한한다고 발표하였다. 최근 희망일자리사업 중 ‘학교생활지원 일자리사업’에 취업취약계층의 일부로 “노숙자”와 “출소자”가 포함되자 일부 언론으로부터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조처다. 이에 따라 향후 “노숙인”은 희망일자리 중 아동‧청소년 관련 사업에 참여할 수 없으며, 선발이 완료된 경우라도 타 분야로 전환배치 될 예정이다. 그러나 행안부의 이번 조치는 “노숙인”에 대한 전형적 형벌화 조치이자,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역진적이고 차별적인 조치이므로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

 

행안부는 “노숙인”을 공공연히 범죄자와 동일시하고 있다. 행안부는 “참여제한 대상에 갱생보호대상자, 출소자, 노숙인 및 아동학대 관련 범죄자를 명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노숙인”은 「노숙인복지법」 상 주거가 없거나 주거로서의 적정설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에 대한 정의일 뿐, 열거된 타 집단과 달리 그 정체성에서 범죄와의 관련성이 전혀 없다. 오히려 “노숙인”이란 존재는 주거권 실현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정부의 한계를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증표일 뿐이다. 그럼에도 행안부는 일자리사업 지침을 통해 “노숙인”을 범죄 행위에 따라 구분된 집단, 특히 “아동학대 관련 범죄자”와 동일하게 인식하고 처우하기로 하였다. 이는 명백히 홈리스에 대한 낙인과 편견의 제도화이자, 최고위 권력기구에 의한 빈곤의 형벌화 조치이다. 주거가 없는 홈리스를 “건전한 사회 및 도시질서를 해하는” 부랑인이라 규정하고 단속했던 내무부 훈령 제410호의 망령이 행안부의 「희망일자리사업 시행지침」을 통해 부활한 것과 다르지 않다.

행안부의 희망일자리사업 참여 제한 조치는 사회복지의 기본이념과도 충돌하며, ‘노숙인복지’ 체계를 낙인화 해 접근성을 저해시키는 문제로 확장될 우려가 있다. 행안부는 “노숙인”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복지정보시스템 조회와 면접 등을 통해 해당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기존 지침은 우선지원대상인 “노숙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숙인시설의 추천서를 받도록 할 뿐이었으나, 행안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전산망 조회와 면접이라는 중층의 장치를 둬 “노숙인” 여부를 확인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는 사회복지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설치된 정보시스템을 중복지원이나 부정수급방지의 필요가 없음에도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 제약을 위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부당한 조치라 할 것이다. 또한 홈리스 당사자들은 ‘노숙인복지’ 이용 이력이 곧 불리한 조건이 된다는 경험을 하게 됨으로, 노숙인지원체계 자체의 낙인화, 그에 따른 접근성 저해가 발생할 우려 또한 크다.

 

우리는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운영에 있어 주무부서인 행안부에 홈리스가 배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행안부는 ‘거주불명등록자’에 대한 대책이 곧 홈리스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인 양 포장할 뿐 찾아가는 신청, 별도가구 인정, 현금지급 등의 개선요구는 묵살하였다. 결국 재난지원금 정책은 전 국민 수령률 99.5%, 거리홈리스 ‘신청률’ 35.8%(서울지역)라는 대비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렇듯,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홈리스를 배제했던 행안부는 또 다시 희망일자리 제공에서조차 홈리스들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 노숙인 지원체계를 이용해 재난지원금 지급률을 높이라는 요구를 묵살했던 행안부가 이제는 바로 그 체계를 홈리스들의 희망일자리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듯 스스로 홈리스에 대한 낙인과 차별에 갇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자원조차 차별과 배제의 도구로 삼는 행안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행안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사과하고, 지금 당장 희망일자리 사업 “노숙인” 참여 제한조치를 폐기하기 바란다.


 2020.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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