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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빈대 대책’ 말고 ‘빈곤 대책’ 마련해야

빈대 최대 발생 장소는 취약거처인 ‘고시원’… 방제·방역은 임시방편일 뿐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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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빈대 확산방지 위한 정부합동대책본부 첫 긴급대책회의가 열렸다. 〈사진=행정안전부〉

 

빈대 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11월 3일, 정부는 빈대가 전국적으로 출현하여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며 ‘빈대 확산 방지 정부 합동대책본부’를 구성했다. 합동대책본부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10개 부처와 17개 광역시도가 참여하여 중앙, 지방정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였다고 한다. 정부합동대책본부는 11월 7일부터 ‘빈대 현황판’을 만들어 지자체별 빈대 발생 현황을 수집하여 파악하고 있다. 또한 11월 13일부터 지방정부에 특별교부세 22억원을 지원해 취약계층 방제 지원에 활용하게 하였고, 새로운 살충제 8종을 긴급 승인하고 이 중 원료를 확보한 제품부터 즉시 생산하도록 하였다. 정부합동본부는 빈대의 해외 유입 동향을 수시로 파악하면서 빈대 방제와 확산 방지에 총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정부합동대책본부 구성과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 “‘빈대 제로(ZERO) 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서울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빈대 발견 시 온라인으로 신고할 수 있는 ‘빈대 발생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숙박시설·호텔·목욕장 등 빈대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들을 선제적으로 집중점검하기로 하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한국철도공사 구로차량사업소에 현장 점검을 나가 직접 방제복을 입고 방제 작업을 했다. 이렇듯, 정부나 서울시 모두 최근 빈대 발생 상황을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유동 인구 확산으로 진단한다. 자연스레 대책 역시 유동 인구 모니터링과 방제, 방역으로 국한된다.

 

하지만 지난 14일,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이 밝힌 ‘빈대 발생 현황’은 정부의 행보와 다소 다른 사실을 전한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주일 간(11.6.~11.12.) 서울지역 빈대 발생 시설 28개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시원’으로 절반인 14개소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가정집이 10개소, 숙박시설은 1개소에 그쳤다. 정부와 서울시의 예상과 달리 빈대 발생이 가장 집중된 곳은 대표적 취약 거처인 ‘고시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고시원과 같은 취약 거처의 빈대 등 해충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용산구 H고시원에 거주하다 2021년 임대주택에 입주한 장씨는 아직도 빈대에 시달렸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가려움증이 올라온다. 장씨는 고시원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서 빈대를 잡았다. 빈대가 멸종된 줄 알았던 그는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지만 영락없었다. 고시원장에게 황급히 알렸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고시원장은 방을 바꿔 줄 테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다른 방 사람들도 거의 빈대 발생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방을 세 번을 옮겼지만 빈대 없는 방은 없었고, 양말목까지 파고드는 빈대 때문에 겨울에 추워도 양말을 신을 수가 없었다. 

 

H고시원과 큰길을 하나 건너 있는 S고시원의 사정도 비슷했다. 2022년 여름부터 S고시원에 거주하는 김씨도 빈대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노숙을 몇 년씩 했으니, 추위와 더위는 그럭저럭 넘어가겠지만 밤마다 잠을 못 자게 달려드는 빈대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했다. 참다 참다 한번은 보건소에 찾아갔는데 고시원은 보건소 소관이 아니라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 후로 김씨는 작은 약통 하나를 구해 빈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모아 놓은 빈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모르나 증거물 삼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강서구의 한 고시원에 살던 나씨는 들끓는 벌레를 피해 2022년 가을, 영등포구의 M고시원으로 이사했다. 그는 늘 “진드기 때문에 못 살겠어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진드기’라고 표현했지만 설명하는 크기를 봤을 때 빈대가 분명했다. 그는 긁어 생긴 상처에 피부병까지 생겼지만 아무리 약을 먹어도 피부병은 낫지 않았다. 독이 되는 주거환경에 있는 한 백약이 무효했다. 서울시인권위원회의 용역으로 한국도시연구소가 2020년 비적정 주거 거주민 1,014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27.9%가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해충”을 꼽았다. 해외여행, 유동 인구 탓하며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벌레와의 동거는 고시원, 쪽방 등 집답지 못한 곳에 사는 이들에게는 아주 오래된 골칫거리였다. 정부와 서울시가 거들떠보지 않았을 뿐이다.

 

빈대 문제를 방역, 방제 대책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임시방편이고, 본질을 비켜난 대책이다. 2022년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이외의 거처 중에서도 고시원, 숙박업소의 객실, 판잣집 등 취약 거처 거주 가구는 443,126가구로 2017년 369,501가구 보다 약 20%나 증가했다고 한다. 좋은 집은 넘쳐나는데, 집이 없어 집이 아닌 열악한 거처에 사는 이들은 늘어난다. 이것은 빈대 탓이 아니다. 주택 정책을 시장에 내던지고, 임대주택 예산을 계속 깎아대고, 고시원이나 쪽방 같은 가혹한 주거의 문제에 눈감는 인간 탓이다. 정부는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가 아니라 비적정 주거 합동대책본부를 만들어야 한다. 빈대 현황판이 아니라 빈곤 현황판을 만들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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