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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빈곤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빈곤을 철폐하라!”

2023 세계주거의 날×1017 빈곤철폐의 날 퍼레이드 현장

 

<김윤영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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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진행된 ‘2023 세계주거의 날 x 1017 빈곤철폐의 날’ 퍼레이드  <사진=빈곤사회연대 (서재현 촬영)>

 

10월 14일 오후 2시, 서울 보신각에 모인 400여 시민들의 목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이들은 10월 17일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주거권 지금 당장! 빈곤철폐 대행진>에 모인 참가자들이다.

 

주거의 날, 빈곤철폐의 날이 있는 10월

 

10월 첫 번째 월요일은 세계 주거의 날, 매년 10월 17일은 빈곤철폐의 날이다. 이날을 기념해 한국의 주거권, 반(反)빈곤 운동 단체와 시민들은 매년 퍼레이드를 연다. 올해는 특별히 주거의 날과 빈곤철폐의 날이 함께 행사를 열었다. 두 개의 이슈가 한데 모여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한국 빈곤과 불평등 문제에 있어 주거권이 무엇보다 중요한 매개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날 대회를 준비한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건물을 구입한 30명은 총 8천 채의 집을 매입했다. 조직위원회는 ‘소수의 사람이 집을 사들이는 사회의 반대편에는 반지하 집에서 수해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있다’며 집으로 돈 버는 사회가 집이 재난인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동정, 원조가 아니라 빈곤과 불평등이 만들어지는 우리 사회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때 빈곤을 해결할 수 있으며, 빈곤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사회 문제임을 강조했다. 더불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정책 기조인 ‘약자와의 동행’은 시혜적인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가난한 이들에게는 동정이 아니라 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한 참여자의 요구로 울려퍼진 하나의 목소리, “빈곤을 철폐하라!”

이날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 일대에서 강제 철거 상황에 놓인 철거민들은 ‘대책 없는 개발 중단’을 요구했고, 동대문과 동작 등 서울 각지에서 온 노점상들은 ‘노점 조례 저지’, ‘노점상 생계 보호 특별법 제정’을 걸고 행진했다. 청소년 주거권 네트워크는 시설이 아니면 갈 곳이 없어 친구와 지인 집을 떠돌아다니는 탈가정 청소년의 처지를 빗대 여행용 캐리어 여러 개를 들고 행진했다. ‘투명 가방끈 모임’은 ‘공부 못 하면 가난해진다는 소린 그만’이라는 피켓을 들고 학력 경쟁을 심화시키며 빈곤으로 사람들을 겁박하는 우리 사회 현실을 꼬집었다. ‘내놔라 공공임대’, ‘오래살자 공공임대’라는 피켓을 조끼의 앞뒷판에 붙인 ‘오래살자 공공임대 행진단’은 동자동과 쪽방 지역의 조속한 공공주택 개발 추진을 촉구하는 한편, 매입임대주택 계약 종료를 앞두고 거주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2시 빈곤철폐 대행진 집회가 시작되기 전 12시부터 같은 장소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중 집회가 열렸다. 서울과 인천, 대구, 대전, 수원,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각자가 겪은 전세사기 상황을 공유하고, 정부의 특별법이 얼마나 허망한지 토로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어렵게 인정은 받았는데 보증금이 3억 5천이라고 이용할 수 있는 지원정책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2~30대를 바쳤는데 빚만 남았다”, “다음 달이면 원양어선을 탄다. 열심히 일해 건물주의 빚을 갚아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지난 5월 만들어진 정부의 ‘전세사기 특별법’은 선구제, 후회수와 같은 실질적 대책이 빠진 반쪽짜리 법안에 불과해 개정이 시급하다며 이를 호소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을 선포했다. 거세게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나지 않은 많은 참가자들은 함께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다시 만나는 날을 기약했다.
 

빈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

가난의 원인으로 사람들은 쉽게 개인의 게으름이나 알코올 문제 같은 것을 지목하곤 한다. 그러나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췄음에도 여전히 44%의 노인빈곤율, 14%에 육박하는 전체 빈곤율을 갖고 있는 한국 사회의 빈곤은 불평등한 사회의 결과임이 명백하다.
 
우리는 언제 가난해지는가? 질병과 저임금, 실직, 노화, 장애, 이로 인해 전 재산을 잃거나 가족이 해체되는 복합적인 문제가 가난에 빠진 개인들의 역사다. 만약 실업에도 불구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라면, 모든 이들에게 주거와 의료, 교육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라면, 필수적인 에너지, 교통의 이용에 큰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사회라면 그 사회에 살아가는 개인들 역시 가난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빈곤철폐의 날 정신은 심화하는 경쟁, 소수가 모든 것을 독점하고 다수가 점차 가난해지는 불평등한 사회로 인해 빈곤이 발생한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지 않는 자세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기를 원하는가? 빈곤을 덜 발생시키는 사회, 가난한 이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모이고 모일수록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가까워진다. 체념하지 말고 또 하루를 기약하자. 단 한 사람이라도 빈곤으로 고통 받는 한 빈곤철폐의 날은 10월 17일 단 하루가 아니라 모든 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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