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행동에서 발표한 성명과 논평입니다.

서울시 노숙인 임시 주거지원 홍보 아닌 개선.jpg

 

서울시는 노숙인 임시 주거지원 홍보 아닌 

개선을 위해 노력하라


 

서울시는 2월 6일(화), “서울시, 지난해 노숙인 636명에 임시 주거비용 제공 … 재노숙 비율 18% 불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노숙인복지법」 제10조에 따라 거리 홈리스를 주 대상으로 한시적 월세와 생활용품,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숙인 임시 주거지원 사업’의 2023년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노숙인 임시 주거지원 사업’은 현재 거리 노숙 상태에 있는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주거지원 정책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런 만큼 서울시는 한계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책적 완성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보도자료로 드러난 서울시의 인식과 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홍보 말고 정보공개

 

서울시는 보도자료로서는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정책 성과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감시와 평가는 서울시가 선택적으로 공개하고 해석한 자료만으로는 온전히 이뤄질 수 없다. 「정보공개법」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 중 공개대상으로 분류된 정보를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가 없더라도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 등을 통하여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제8조의2). 다만, 비공개 대상이 되는 경우를 특정할 뿐이다. 국가안전보장, 국민의 생명 보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보호 등에 해당하는 정보가 그 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소통하는 열린서울을 위한 기록관리 안내서>도 "기록의 공개관리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서울정보소통광장’은 대부분의 내용이 가려진 채 운영되어 ‘정보’공개가 아니라 정보‘목록’공개에 가깝다. 서울시가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주거유지율, 서비스 지원현황, 주거상향 현황과 같은 추진실적은 ‘서울정보소통광장’에서는 모두 비공개된 정보다. 서울시는 매년 당해 ‘노숙인 임시 주거지원 사업 추진계획’을 공개하나 그 내용 중 전년도 “추진실적”은 모두 기호 처리하여 감춘다. 이런 경향은 최근 몇 년간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데, 임시주거지원 추진실적은 2020년도 추진계획에까지 공개되었다가 2021년부터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행정과 정책의 집행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그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시민사회의 몫이다. 서울시는 보도자료에 공들이기 전에 분칠 없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정 수준의 품질을 갖춘 주거 공급돼야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636명에게 임시 주거지원을 실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고시원 등”을 제공하였다 할 뿐, 세부 주거 유형과 상태를 밝히지 않고 있다. 2019년 현황에 따르면 임시 주거지원을 받은 880명 중 고시원·여인숙 746명, 쪽방 127명, 가정집 월세 7명으로 나타났다. 쪽방과 고시원 등의 과소·과밀하고 열악한 환경은 널리 알려졌고, 최근 서울지역 빈대 발생 건수의 절반 가까이가(44%) 고시원인 것으로 나타나 그 열악함이 단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서울시 보도자료). 실제, 현재 거리 노숙을 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임시 주거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으나 과밀, 환기, 소음, 해충 등 위생, 필수편의시설(부엌, 세면장 등)의 부족과 불량 등 제공된 주거의 열악함을 견디지 못해 거리 노숙 상태로 되돌아온 이들이 상당하다. 서울시는 임대료 지원 상한액을 주거급여(2024년=34.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였으나, 단지 금액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하류 임대시장만을 부양할 우려가 크다. 실제, 현재 서울역 등 노숙 밀집지역의 고시원들은 공실률이 제로에 가깝고, 임시 주거지원 상한액에 맞춘 임대료 인상은 관행이다. 무장애 설비가 필요한 장애인이나 고령자,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의 고시원을 찾고, 입주 승낙을 받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임시 주거 ‘비용’이 아닌, 일정 수준의 품질을 갖춘 ‘주거’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노후 고시원 매입·리모델링 사업, 서울시의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직접매입형) 사업 등 참고할 만한 정책 예도 이미 존재한다. 임시 주거지원이 단지 거리에서 열악한 비적정 주거로의 진입만을 의미한다면, 이는 또 다른 ‘노숙인 등’ 상태로의 수평 이동에 불과하다. 거리 노숙 인구 몇 명이 줄었는지가 아니라,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그들의 주거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중요하다. 임시 주거지원은 거리노숙 근절책이 아니며, 풍선 효과는 정책 효과가 아니다.

 

임시 주거지원을 위한 표준 지침 필요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작년 임시 주거지원자 중 주거를 유지하고 있는 비율이 82.1%에 이른다고 하였다(636명 중 522명). 작년 뿐 아니라 서울시가 밝힌 임시 주거지원 사업의 주거유지율은 대체로 이 수준을 유지해 왔다(2019년 82.0%, 2020년 84.2%).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측정 방식이다. 서울시가 밝힌 주거유지율은 2024년 1월 말 기준 측정치로 지원 종결 인원 뿐 아니라 지원이 진행 중인 인원이 포함된 수치다. 온전한 주거유지율을 구하려면 지원 종결 후 1년 경과 시점에서의 주거유지자 비율과 같은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서울시 뿐 아닌 전국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임시 주거지원은 「노숙인복지법」이 규정한 사업이나 구속력 없는 임의규정인 탓에 해당 정책을 시행하는 광역시도는 8개(일부 기초지차제 시행 시·도 포함)에 불과한데다 지자체 간 편차도 크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정의당 이은주의원실, 2021.12.17.)에 따르면 임시주거 지원 이후 주거유지율 측정 자체를 하지 않거나(인천), 다음연도 1월 측정(대전), 다음연도 2월 측정(부산, 대구, 광주), 다음연도 3월 측정(경기 수원), 다음연도 10월에 측정(충남 천안)하는 등 멋대로다. 지역별 지원대상 1인당 사업비(예산 기준)도 최소 47.9만원(경기 수원)에서 최대 231.9만원(대전)으로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2021년 기준). 동일한 법률에 의한 사업임에도 이렇듯 큰 편차가 나는 것은 중앙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탓이 가장 크다. 보건복지부는 임시 주거 지원사업으로 활용되는 주거의 수준과 유형, 임대료, 지원기간, 지역사회 정착 서비스의 구성, 평가 틀 등을 담은 구체 지침을 마련하여 전국적으로 균일하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는 2023년도 임시 주거지원을 받은 이들 중 21명이 전세임대주택 등으로 주거상향을 이뤘다고 하나, 전체 지원자의 3.3%에 불과한 규모다. 임시 주거지원 이후 주거 상향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입임대, 지원주택, 건설임대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확대가 필수다. 임시 주거지원이 거리 홈리스의 유일한 주거 대안인 현실도 바뀌어야 한다. 임시 주거지원 뿐 아니라, 거리에서 직접 임대주택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지침과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서울시는 임시 주거지원 홍보가 아니라 투명한 정보공개, 임시 주거의 질 개선, 소멸의 길로 들어선 SH공사 매입임대주택 확대 등 홈리스 주거지원을 위한 실효적 대책을 강구하는데 전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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