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홈리스에 대한 배제와 축출을 제도화한 서울시 의회

<서울역광장 조례> 가결, 공권력에 의한 홈리스 단속 심해지나

 

<홍수경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기자회견5_240308.jpg

▲3월 8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홈리스 당사자, 빈민, 장애인, 노동자 등 20여명의 시민들이 서울역광장 조례안 제정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홈리스행동> 

 

 

3월 8일, 서울시의회는 본회의를 열어 <서울특별시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 조례안>(이하 ‘서울역광장 조례’)을 상정해 재석 58명, 찬성 58명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가결했다. 해당 조례안은 작년 8월, 박영한 서울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원안을 3월 4일 행정자치위원회 심사를 거쳐 수정한 것이다. 

 

원안은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역광장의 집회 및 시위 금지 규정, △서울역광장의 금주 구역 규정, △관련기관 및 단체의 협력에 관한 사항 규정 등을 포함한 8개 조로 구성됐다. 이후 시의회 검토와 심사를 거치며 상위법과 현실 여건을 반영해 5개 조항으로 축소, 원안의 골자였던 집회 및 시위, 금주 구역 지정 등이 삭제되고 ‘관련기관 협조(제 4조)’라는 구속력 없는 조항만을 내용으로 뒀다. 하지만 애초 홈리스 차별적 제정 취지에 기반하는 만큼 향후 공권력에 의한 거리홈리스 배제와 축출 시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홈리스 단속과 퇴거의 제도화

 
울시는 조례는 ‘제안이유’에서 “노숙인들의 음주, 흡연으로 인한 시민 불편”, “서울역광장 주변 노숙인  1,142명”을 언급하고, 근거로 서울역 주변 직장인과 사업자 등으로부터 받은 탄원서와 서울역 민원접수를 내세웠다. 조례가 목적하는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이란 거리홈리스가 사라진 서울역임을 알 수 있다. ‘관련기관 협조(제 4조)’에 따르면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 한국철도공사, 경찰서, 자치구, 관련 기관 및 단체 등과의 업무 협조를 위하여 정기적인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 시의회는 조례안 ‘수정이유’에서 해당 조항을 “노숙인 이동권 제한 문제, 집회 및 신고 문제 등을 협의”하는 것으로 본다. 즉, 조례의 조문으로 명문화하는 대신 철도공사, 경찰서, 자치구 등이 정기적으로 홈리스의 이동권 제한 문제, 집회 및 신고 문제 등을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역광장에서 ‘업무 협조’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에 의한 홈리스 단속과 퇴거가 제도화될 가능성이 높다. 
 
 
공권력에 의한 홈리스 형벌화 조치
 
서울시의회의 홈리스 형벌화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서울시의회는 <서울로 7017 이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통해 “눕는 행위, 노숙행위 및 구걸행위 등 통행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제한행위로 정함을 통해 홈리스의 이용을 금지하려 하였다. 서울역과 관련된 공공주체인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남대문경찰서의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는 더욱 뿌리 깊다. 한국철도공사는 2011년부터 ‘야간 잠자는 행위 금지’라는 이름으로 서울역 홈리스 퇴거 조치를 시행 중이며, 서울교통공사는 ‘노숙금지구역’이라는 임의 조치를 통해 관할 지하도 모두에서의 노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남대문경찰서는 ‘노숙인 전담 경찰’이라는 전담 직제를 운영하며 홈리스 물품 철거에 앞장서거나, 홈리스를 특정한 불심검문으로 홈리스의 일상을 통제하고 침범한다. 이런 현실에 개입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4월 결정문을 통해 서울역장, 한국철도공사 사장, 서울교통사 사장 등에게 홈리스에 대한 인격권 침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홈리스에게 편한  곳이 모두에게 편한 곳
 
거리홈리스의 존재는 노숙인 등에 대한 주거권 보장에 책임이 있는 정부와 지자체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결과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시민 민원, 불편을 이유로 들며 홈리스를 더욱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내몰고 있다. 서울역광장의 보편적이고 평등한 이용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면 시민들의 참여와 토론을 통해 해소해 나갈 일이다. 논의 주체에 홈리스 당사자가 포함됨은 마땅하다. 권력 기관들만의 논의로 서울역광장 이용 질서가 만들어진다면 서울역광장은 광장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진, 공권력의 정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방자치법(제32조)에 따라 서울시장은 조례 전체에 대해 재의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 서울시 응답소를 통해 서울역광장 조례에 관해 집행부 재의를 요구했지만 “시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 조항이 없어” 재의요구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랬지만 앞으로 서울역 광장은 더욱 홈리스 차별적 공간이 될 것이다. 당연하게도 홈리스가 편한 곳이 모두에게 편한 곳이다. 우리 차별과 배제에 익숙해지지 말자. 부당한 행위를 감시하고, 알리고, 대응하며 모두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평등한 광장을 만드는 싸움을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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