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현장스케치]

 

빈민이 아니라 빈곤에 맞서야 한다 

아웃리치는 당사자 옹호ㆍ지지 활동임을 잊지 않아야  

 

<김경희 / 인권재단사람ㆍ홈리스인권지킴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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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자>

 

지난 6월 30일 금요일 저녁, 서울 날씨는 곳곳에 소나기가 내리면서 매우 습하고 더웠다. 언론에서는 다음날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오른다며 ‘찜통더위'에 대비하라는 기사를 냈다. 이른 무더위는 안정적인 주거가 없는 홈리스에게 더 가혹하다. 끓어오르는 아스팔트의 열기를 피해 지하보도 등으로 여러 사람이 몸을 누인다. 하지만 숨이 차오르는 더위와 습기를 피할 방법은 없다.

 

이날 홈리스인권지킴이 활동가들은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이하, 다시서기) 아웃리치 상담원이 홈리스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한 홈리스가 자신의 박스집에서 탈의 상태로 잠을 자는 것을 두고 “공연음란”에 해당한다며 경찰을 부른 것이다. 적절한 주거가 있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이었다. 진정 문제인 것은 다시서기 거리상담원이 홈리스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본연의 역할을 져버린 채 오히려 위기에 처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다시서기의 조치는 홈리스의 존재를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폐가 된다고 간주해 배제하고 처벌하는 문제적 인식과 관련이 있다. 사건 이후 “경찰 신고 조치의 기준이 무엇인지, 경찰 신고가 적절했는지”를 질의하는 홈리스행동의 공문에 다시서기는 “경범죄처벌법에 해당된다고 판단했고, 시민들이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낄 것을 우려해 선제 조치했다”고 답했다. 

 

지난 2011년 ’극빈과 인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공중에 노출된 곳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거리홈리스의 취약성을 범죄의 지표로 삼는 것을 ‘형벌화 조치'라고 규정했다. 홈리스를 처벌하고 분리하고 통제하는 정책과 법, 행정 규제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그것도 자신의 박스집에서 탈의한 행위를 두고 음란행위라고 판단하는 것은 잔혹하고 이상하고 틀렸다.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 홈리스 상태 자체가 위기상황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2013년 서울시가 발행한 <서울시 거리노숙인 아웃리치 매뉴얼>은 거리노숙인에 대한 옹호를 아웃리치 활동의 핵심으로 설명한다. 이 매뉴얼은 “아웃리치 팀은 기본적으로 거리노숙인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승인받은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옹호와 홍보, 지역사회에 대한 교육과 편견 감소를 위한 활동이 아웃리치의 기본속성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서기는 자신들의 활동이 되레 홈리스를 불공정하고 불필요하게 처벌의 위험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지 자평해야 한다. 또한 초기 응급구호 단계를 넘어서 홈리스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그날 거리홈리스 당사자는 모욕을 겪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더위와 모욕을 참아내야 했던 여름밤의 숨막힘을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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