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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5 (12:32:14)
"노숙인 지원없다고 또 얼어죽을 순 없죠"
노숙인 직접 겨울쉼터 지은 사연..부산시 무대책 속 지난겨울 노숙인 4명 동사
[ 2008-12-02 15:05:04 ]

부산CBS 장규석 기자




부산역 맞이방 폐쇄로 갈 곳이 없어진 노숙인들이 지난 겨울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아무대책 없이 또 다시 혹한으로 내몰리고 있다.

부산시 등 관계당국의 무대책에 부산역의 한 노숙인이 노숙인들의 잠자리를 직접 만들겠다고 나섰다.

부산역 바로 옆 철도노조 부산지부 건물 앞 빈 공간에 나무로 엮은 가건물이 하나 나타났다.

이곳을 찾은 1일 오후 실직노숙인 이용시설이라고 적힌 서너평 남짓한 공간에서는 비닐을 이용한 바람막이 작업과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한기를 막기 위한 스티로폼 바닥공사가 한창이었다.



모든 작업은 실직노숙인조합 대표 이호준 씨가 철도노조의 양해를 얻어 혼자서 틈틈이 해온 것인데, 앞으로 2-3일 뒤면 완성될 예정이다.

얼기설기 지은 가건물이지만 난로 한 대만 놓으면 혹한 속에 내몰린 노숙인들이 몸을 녹이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또 "이곳에 샤워와 세탁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순간온수기를 설치해야하는데 돈이 없다"며, 온수기를 지원해줄 독지가를 수소문 하는 일도 작업 틈틈이 잊지 않았다.

이 씨는 "일단 노숙인들도 깨끗이 씻고, 깨끗한 옷을 입으면 더러운 곳에 앉거나 눕는 일이 없어지고, 술도 안마시게 된다"며 샤워와 세탁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겨울 노숙인 4명 동사(凍死), 또 얼어죽을 순 없으니까..

자신도 거리음악인이자 노숙인이면서 이렇게 직접 나선 이유는 지난해 부산역이 심야시간 맞이방 폐쇄로 노숙인을 몰아내면서 얼어죽는 노숙인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호준 씨는 "부산역에서 노숙인이 지난 2월까지 6명이 돌아가셨는데 그 중 4명이 자다가 동사(凍死)했다"며, "부산역에서 노숙자를 몰아낸다해도 노숙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데, 같이 살길을 도모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부산역의 노숙자 방출과 함께 부산시의 무대책도 사망자 발생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부산시에서는 부산역 맞이방이 폐쇄되자 곧바로 예산 3억원을 마련해 인근에 노숙인 응급 잠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겨울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결국 얼어죽는 노숙인까지 나오고 말았다.

부산시는 뒤늦게 지난 3월 6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숙인 응급시설을 마련하긴 했는데, 이 노숙인 시설마저 부산역과는 동떨어진 부산진구 전포동에 마련돼 실제 부산역과 부산진역 인근의 노숙인들은 여전히 갈 곳이 없는게 현실이다.

이 씨는 "부산역에 15-20명 정도 노숙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데 특히 나이드신 분들은 시설같은데를 가도 젊은 친구들한테 밀리기 때문에, 다시 거리로 나온다"며 "그분들이 얼어 죽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푹 자고, 간섭없이 생활하면 자립의지 생겨"

이 씨는 자신이 손수지은 노숙인 잠자리에서 다른 시설과 달리 아무런 강제 없이 노숙인들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다.

노숙인들도 서로 모여서 의견을 개진하고, 발생하는 문제는 스스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쉼터에서 노숙인들을 너무 강제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

이 씨는 "남들에게 간섭받지 않고 따뜻하게 푹 잘 수 있는 환경만 되면 그들도 미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여건이 조성되면 훌륭한 분들을 모셔 이야기도 듣고,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알아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없이 노숙인 시설에 대한 새로운 대안까지 제시하겠다는 한 노숙인의 꿈이 허름하지만 튼실한 가건물 속에서 영글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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