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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2956
2010.10.21 (15:19:22)

택배로 희망 찾는 쪽방촌 5총사

[중앙일보] 입력 2010.10.21 00:27 / 수정 2010.10.21 00:52

창신동 이진영씨와 ‘길품’ 동료들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 앞에서 ‘종로길품택배’ 직원들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길품택배’는 쪽방민 5명이 자활을 꿈꾸며 만든 공동체다. [김경빈 기자]


며칠 전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 앞. ‘길품택배’라 적힌 파란 조끼 차림의 이진영(47·가명)씨가 분주하다. 이씨가 트럭에서 내려 운반대 위에 차곡차곡 올리고 있는 짐은 대부분 사무용품. 부피도 무게도 상당하다. 운반대에 짐을 실은 그가 향하는 곳은 근처 오피스텔. 한 사람에게 배달되는 여러 택배사의 물건을 모아 한 번에 전달해주는 게 그의 일이다. 이씨를 비롯한 5명이 ‘길품 택배’의 직원이다.

 이씨가 이 일을 시작한 건 지난 8월이다. 친분이 있던 동대문쪽방지원센터의 김나나 센터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택배일 해보지 않을래? 오토바이 타지 않아도 돼.”

 퀵서비스를 하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답답해 하던 차였다. ‘길품 택배’라고 했다. 길품. 남이 갈 길을 대신 가고 삯을 받는 일. 이씨의 희망일기는 그때 시작됐다.

 “중학교를 중퇴했어요. 그때부터 떠돌기 시작한 게 30년이 넘었죠.”

 가난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나온 후, 이씨는 줄곧 배달과 음식점 일을 전전했다. 성실히 일했고 차츰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가게를 내고 싶은 욕심이 났다.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어 음식점을 연 것이 문제가 됐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는 게 아닐까 두려울 정도로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창신동 쪽방촌으로 들어왔다. 10년. 면적이 2㎡도 안 되는 비좁은 방에서 보낸 세월이다. 월세 20만원을 내기가 빠듯할 정도로 일거리가 없는 날도 많았다. 그래서 이씨에게 ‘길품’은 소중하다.

 “공공 근로는 길어야 6개월밖에 못하니까, 항상 불안했죠. 그래서 시간만 보내다 오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데 이 일은 열심히 발품 팔면 계속할 수 있어서 희망이 보여요.”

 함께 일하는 박모(53)씨도, 김모(48)씨도 그와 사정이 비슷하다. 실직하거나 사업에 실패해 쪽방촌으로 들어왔다. 이들에게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 절실했다.

 김나나 센터장은 쪽방민을 대상으로 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고민하던 차에 보건복지부의 ‘노인 아파트 택배 일자리’ 사업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종로에 밀집한 대형 빌딩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여러 택배사에서 하청을 받아 ‘고객 한 명에게 한 번에 전달하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택배사를 일일이 찾아가 설득하자 4곳이 참여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산 마련이 쉽지 않았다. 사정을 들은 종로구청 직원들이 복지 포인트를 모아 내놓았다. 그렇게 마련한 4000만원으로 트럭 등을 산 후 ‘길품택배’의 문을 열었다. 이씨는 “이 트럭은 우리에게 사무실이나 마찬가지”라며 “짐을 보관하고, 쪽잠을 청한다”고 웃었다.

 첫 달에 비해 월급은 30만원 정도 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하루 100~120건은 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길품에 물건을 주는 택배사는 4곳뿐이다. 한 건에 500원을 받으니 하루 80여 건으로는 월급이 1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길품택배’ 조끼를 입은 5명의 꿈은, 이 공동체가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서울형 사회적 기업에 신청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지원받고 싶다”고 말한다. 이씨는 이 돈을 차곡차곡 모아 버젓한 살 집을 마련할 생각에 1분, 1초가 아깝다.

 “오늘은 물건이 많네요. 이제 일어나서 또 길을 가야죠.”

글=임주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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