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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관련 언론보도 내용입니다.
조회 수 : 909
2009.08.10 (11:44:48)


홈리스와 범죄자의 나라 미국



미디어오늘 | 김종철 언론인, cckim999@naver.com | 입력 2009.02.17 10:34



[오바마 시대와 한국]

(17)미국과 전세계의 가난, 해결법은?

[미디어오늘 김종철 언론인 ]

물거품이 된 팔레스타인 독립의 꿈
기원전 4세기 이래 그리스, 로마, 동로마, 십자군, 오토만 터키, 이집트 등의 지배를 받다가 1920년에 가까스로 영국의 신탁통치령이 되어 28년을 기다린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런데 1948년에 유태민족을 자칭하는 무리가 총칼을 들고 나타나서 '2400년 독립의 꿈'을 무산시켜버린 것이다.

버락 오바마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비극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고, 마틴 루터 킹 2세의 부도덕을 비판할 수 없듯이, 이스라엘의 건국 역사와 그 이후 60여년의 팔레스타인 압박, 그리고 그 나라가 일으킨 여러 차례의 무자비한 전쟁은 오바마 대통령이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나 다름없다. 그가 이 금지된 영역을 조심스럽게 파고 들어 중동에서 평화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지켜볼 일이다.

미국의 양극화와 가난한 나라들
미국에 처음 가보는 사람들은 그 나라가 너무나 넓고 크다는 사실에 놀라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세계 경제의 수도'라고 불리는 뉴욕의 맨해튼에 있는 주요 거리들을 둘러보면 마치 콘크리트의 숲 같지만 그 나름으로 아름다움과 견실함을 아울러 갖춘 고층건물들이 올려다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그러나 '미국은 참으로 잘 사는 나라로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 곧 벌어진다. 뉴욕 한복판 네거리에서 자동차가 교통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 한 사내가 보네트 위로 훌쩍 뛰어올라 걸레조각으로 유리를 몇 번 문지른다. 그러고는 운전석 창문으로 와서 손을 내민다. 소액 동전이 없으면 1달러를 주어야 물러선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흑인이 많지만 백인도 적지 않다.

손수레가 '집'인 홈리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도시 한복판에서 손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들, 그것도 여자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이다. 그 '이동가옥'안에는 아이들이 서너 명쯤 쪼그리고 앉아 있는가 하면 '살림살이들'이 얹혀져 있다. 이른바 '홈리스 피플(homeless people, 우리 말로는 노숙자)은 문자 그대로 집 없는 사람들이다
(홈리스는 우리나라의 무주택자, 곧 자기 집 없이 셋방살이를 하는 이들과는 개념이 다르다).

나는 1989년 4월 초에 미국 땅을 처음 밟았는데 거기는 북서부의 아름다운 도시 시애틀이었다. 지금부터 20년 전인 그 무렵 시애틀은 인접한 캐나다의 밴쿠버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살고싶은 도시 1,2위에 들던 곳이었다. 그런데 그 '우아한' 도회지의 한복판을 홈리스의 손수레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밤에 어디서 자는지 궁금해서 한국 교민에게 물어보았더니 우리나라처럼 지하철역 안에 '이부자리'를 깔거나 교회 또는 공회당 같은 데서 밤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그런 잠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겨울철에 얼어 죽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 무렵은 로널드 레이건이 임기를 마치고 아버지 부시가 취임한 지 석달이 채 안되는 때였다. '세계 최강의 부자나라'라고 늘 자랑하던 레이건에게 홈리스는 해결이 불가능한 골칫거리였다. 그 짐을 부시가 떠안았으나 그에게도 묘책이 있을 리 없었다.

세월이 흘러 2008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이 벌어지자 홈리스는 급격히 늘어난다. 비우량 주택을 담보로 잡히고 집을 산 사람들이 원리금을 제때 내지 못한 채 일정 기간을 보내면 집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지경이 아니더라도 실업자나 이혼여성으로서 가계를 꾸릴 수 없는 이들도 자녀들을 이끌고 거리를 방황하는 홈리스가 된다.

미국 주택· 도시개발부는 2008년 7월에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2007년 1월의 단 하루에 한 시점을 조사한 결과 미국 전역에서 보호시설에 들어 있거나 그렇지 않은 홈리스가 67만 1888명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인구 3억 중 2.2%가 노숙자 신세인 셈이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미국의 국민 1인당 연평균소득은 4만7025달러로 세계 6위이다. 그러나 상위 계층 1%의 소득이 전체의 21.2%(2005년)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빈곤층의 소득은 훨씬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2007년도에 미국의 빈곤층은 12.5%였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어야 할 사람들이다.

게다가 미국의 실업률은 2008년에 7.2%였고, 경제성장률은 2008년 4분기에 -0.5%로 내려앉았다. 국가채무는 2008년 11월 현재 10조5540억 달러나 된다. 오바마는 어디서부터 이 난제들을 풀어야 할지 감감할 것이다.

미국의 양극화가 빚어내는 빈부 격차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결과를 낳는다. 부자와 빈자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는 여럿이 있지만, 가장 상징적인 것이 수감률(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람의 수를 전체 인구로 나눈 것)이다.

미국은 기록된 수감률과 재소자 총 수가 세계에서 제일 높다. 2008년 초의 재소자는 230만여 명으로 성인 100명 당 1명을 넘었다. 수감률이 1980년 수치의 7배쯤 되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 이후 27년 동안 범죄율이 얼마나 높아졌는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런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0ECD) 가입국 중 '1위'로, 2위인 폴란드의 3배가 넘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흑인을 인종 구분 없이 부르는 말) 남성의 수감률이 백인의 6배 가량이고, 히스패닉계(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 사람들. 미국에는 멕시코계가 가장 많음)의 3배쯤 된다는 것이다.

범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으뜸은 가난이라고 볼 수 있다. 흑인이 백인보다 훨씬 많이 법을 어기는 것은 그들의 인종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 체제와 환경 탓임을 앞에서 말콤 엑스의 경우를 들어 자세히 살펴본 바 있다.

내가 본 1990년대 중반의 미국에서는 중고등학교를 중퇴한 흑인 청소년들이 '쿨한'나이키 운동화 한 벌을 사려고 몇 십 달러를 강탈하다 구치소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오바마는 흑인들의 이런 현실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콜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한 뒤 4년 동안 뉴욕에서 일하다가 24세 때인 1985년부터 만 3년을 시카고 외곽 사우스사이드의 빈민지역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그곳은 경찰의 보호를 비롯한 시민 서비스가 느리거나 불완전하며 공원들이 방치되어 있고 학교는 예산 부족에 시달렸다. 뿐만 아니라 상점들은 문을 닫고 판자로 막아 놓았으며, 때로 떠날 여유가 없는 사람만 남아 있는 듯한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하늘을 찌르는 실업률, 범죄율, 고교 중퇴율, 10대 임신율로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이웃들에 대한 환경 개선과 상황 대처만이라도 도우려 했던 지역사회 활동가들과 사우스사이드 교회의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진 작은 네트워크와 함께 일하면서 오바마는 향후 출마할 때 하려고 했던 것들을 그대로 했다. 문을 두드리고, 교회 지하실, 학교 카페테리아, 공영주택 단지, 점심 카운터, 이발소, 길거리에서 열리는 주민 모임에 나갔다 ( < 버락 오바마의 삶 > , 139~40쪽).

청소년 시절에 작가가 되고 싶어했고, 인종 차별의 아픔을 뼈저리게 겪은 오바마가 사우스사이드 흑인들의 비참한 삶을 세 해 동안이나 보면서 가슴이 메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지 않았을 리 없다.

'할렘에서는 자동차 문을 열지 마세요'

내가 직접 눈으로 본 흑인들의 삶은 절망과 자포자기 그 자체였다. 1989년 4월 중순 언론인으로서 취재를 하러 뉴욕 맨해튼의 할렘에 갔던 때 일이다. 한인 교민이 자동차에 나를 태우고 할렘으로 들어서기 전에 이렇게 당부했다.
"절대로 창문을 열지 마세요. 권총이나 칼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잔뜩 긴장한 채, 할렘 거리를 천천히 달리는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았다. 10대부터 30대까지 흑인 남녀들이 길가에 앉아서 담배나 마약 같은 것을 피우면서 섬뜩한 눈초리로 우리 차를 꼬나보고 있었다.
'1980년대 말에 이렇다면 말콤 엑스가 여기서 범죄꾼으로 살던 30여 년 전에는 어땠을까?'

내가 더욱 놀란 것은 그 교민을 따라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보석상을 보러 간 때였다. 입구에는 아예 감옥처럼 철문이 달려 있었다. 손님이 안으로 들어가서 보석을 보자고 하면 한 손이 겨우 들어가게 파여진 구멍 안쪽에 점원이 물건을 내려놓는다. 흑인들이 칼로 그의 손을 찍고 보석을 강탈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오바마는 할렘거리와 인접한 콜럼비아대를 다녔으므로 그런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요즈음 언론의 보도를 보면 흑인들과 뉴욕시가 그런 할렘을 시민과 관광객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명소'로 개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쨌든 미국 여러 곳에는 그런 공포의 거리들이 여전히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양극화의 맨 아래쪽에 있는 다수 흑인들과 소수민족, 그리고 수는 그보다 적지만 비참하기는 마찬가지인 백인 빈민들의 삶을 어떻게 향상시킬는지 궁금하다.

버락 오바마가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세계의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에 개입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한 적도 없고, 실제로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전임 대통령 대다수처럼, 생존의 한계 아래에서 목숨만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의 대통령 당선을 기뻐한 많은 이들이 적어도 그는 아프리카를 비롯해서 아시아, 중남미, 그리고 다른 여러 지역의 빈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머리와 가슴으로 함께 느낄 수 있는 인간이라고 여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한 사람이 하루 1달러 미만을 버는 것을 '극도의 빈곤', 2달러 아래를 '중간층 빈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2001년에는 세계 인구 중 11억여 명이 극빈, 27억여 명이 '중간 빈곤'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 비율을 2009년 현재 추산한 지구 인구 67억5000만명에 대입하면 3분의 2 가까이가 빈곤층인 셈이다.

2008년 3월, < 문화방송 > 의 현장보도 프로그램인 'W'가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했다. 카리브해의 아이티(세계 최빈국 중 하나)에서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진흙 쿠키'를 먹고 있는 장면이었다. 식량난이 극심해서 밀가루나 쌀로 만든 음식은 도저히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런 쿠키로 주린 배를 채운다는 것이었다.

진흙으로 '끼니'를 때우는 어린이들 중에는 올챙이처럼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아이들이 많았는데, 팔다리에 살이라고는 거의 없이 뼈만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보도진은 진흙쿠키를 생산하는 공장까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지구상에는 이런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수단, 에티오피아를 비롯해서 아시아의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그리고 누구보다도 가까운 우리 겨레가 사는 북한의 어린이들이 하루 세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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