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홈리스, 여성, 장애인... 용산역 그녀 이야기
노숙인, 장애인, 여성, 가정폭력... 10월 어느 날 한 아주머니를 용산역에서 만났다.
청각장애인이지만 표준 수화로 대화가 어려웠고 가정폭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집에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아 용산역에서 생활하시는 아주머니. 아주머니를 처음 만난 날, 추워서 잠자기가 힘들다고 하셔서 여기저기 응급잠자리를 알아봤지만 아주머니가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여성쉼터는 이미 자리가 없었고 특히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쉼터에서도 꺼리는 눈치였다. 응급잠자리를 제공한다는 곳에서는 상담소를 거친 후에만 입소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1366 여성의 전화 긴급잠자리에서도 받아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넓은 서울시에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가 쉴 곳이 없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1366 응급잠자리(여성이면 누구든지 응급잠자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하룻밤을 자고 난 아주머니는 불편하다며 다시 돌아가기를 원치 않으셨고 이후 계속 용산역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근처 교회에서 주무셨다. 주기적으로 용산역으로 아주머니를 만나러 갔다. 특별히 원하는 것은 없었고 춥다는 표현만을 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싫다고 하시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아주머니의 지갑을 주웠다며 청량리역에 맡겨놓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틀 동안 아주머니를 만나러 용산역에 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아주머니가 공안에 의해 파출소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파출소에서 확인한 결과, 아주머니는 가출신고가 되어있어 집에 연락을 취해 집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청각장애인 아주머니의 의사를 정확히 파악 했는지, 수화통역사를 통해 의사소통을 했는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만약 아주머니가 집에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는데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면 이것은 인권침해인 것이다. 더욱이 파출소에서는 사회적 약자인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 용산역 앞 파출소장은 내가 이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그런 것까지 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하며 더 이상의 대화를 원하지 않았다.
화가 났다. 노숙인 많이 거주하는 곳의 파출소에서 이러한 문제를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 것이. 나는 파출소장에게 물었다. 만약 비장애인이 가출신고가 되어 있었을 때 본인이 집에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파출소에서는 어떻게 하냐고. “원하지 않으면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그런데 청각장애인 아주머니는 어떠했는가. 이것은 분명 차별이다.
며칠 후 청량리역에서 찾은 아주머니의 지갑은 동주민센터에 보내졌고 동주민센터에서는 구청 사례관리팀에 아주머니 사례를 넘기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주머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맨밥 <홈리스행동,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