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린 서울시
지난 9월 30일, 홈리스행동과 반빈곤·인권단체들은 서울시의 특별자활근로 삭감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하였다. 비록 많은 수의 거리노숙인들이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참여자들은 서울시의 기만적 일자리 대책을 폭로하고, 이를 출발로 서울시 노숙인 대책을 바로 잡는 활동을 지속할 것을 결의하였다. 그 후 서울시 자활지원과 면담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서울시의 태도는 예상보다 훨씬 무책임한, 노숙인 보호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안하무인 그 자체였다. 서울시는 일자리 축소 이유에 대한 질문에 “겨울철에 특별자활근로 인원을 늘리기 위해 줄인 것”이며,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데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하였다. 오히려 작년 예산은 과다 편성된 것으로 비정상적인 것이며, 20억 원이나 줄어든 올 해 노숙인 일자리 예산은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조삼모사식 서울시 행정
노숙인들 중에는 건설일용노동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겨울철 일자리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그간 반복되었던 문제며, 서울시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이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 250여명의 거리노숙인의 일자리를 박탈해놓고, 겨울철을 위한 대책이라 하는 것은 정말이지 파렴치하기 짝이 없다. 작년도 일자리 예산이 과잉이었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면담자리에서 작년에 일자리 부족 문제가 있었냐고 반문하였다. 서울시의 말이 맞다면 작년에 거리노숙인들은 완전 고용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현실은 어떠했는가? 각종 일자리 정책에서 거리노숙인들은 배제되었고, 일자리 부족 문제는 노숙인구가 출현한 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해결된 적이 없었다. 월 말만 되면 다음 달 특별자활근로에 선정될 수 있을까 염려해야 했다. 그런데도 작년 노숙인 일자리 예산이 과잉이었고, 일자리가 충분히 제공되었다고?
노숙인의 노동권을 주장하자
그동안 거리노숙인들은 서울시의 일자리 정책에서 계속 소외되어 왔다. 서울시가 절반, 업체에서 절반의 임금을 주는 ‘노숙인 일자리 사업’에도 거리노숙인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선정되어봐야 일당 2만 원을 받는 자리가 고작이었다. 따라서 여기에도 선정되지 못하는 이들, 건강이 더 취약한 이들은 특별자활근로가 유일한 선택이 되어 왔다. 더 일하고 싶어도 한 달 15일 밖에 일할 수 없고, 그래서 받는 ‘월급’이 391,000원이었다. 그 조차도 지난 2월에 절반 가까운 400명을 자르고, 8월 말에 그 절반이 넘는 250명을 잘라낸 것이다.
특별자활근로 인원 원상복구는 우리의 요구로서 백분 부족하다. 누구에게 물어도 노동의 대가가 일당 2만 원이란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법정 최저임금을 요구하자! 노숙상태를 벗어날 수 있도록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노동 기간을 요구하자! 서울시의 안하무인과 같은 행태는 거리노숙인들을 홀대해도 별 탈이 없었다는 경험과 학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경험이 오류였음을 깨닫게 하는 것, 거리노숙인을 우롱하는 일자리 정책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만이 서울시의 행정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홈리스 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