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지방정부 걸인단속 조례 제정 급증>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미국에서 경기침체로 노숙자와 부랑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걸인들을 단속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지방정부가 늘고 있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부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경우 거지들이 다운타운은 물론 주택가에도 나타나 구걸을 하고 있고 노스캐롤라이나 주 하이포인트에서는 거지들이 동냥을 주지 않는 쇼핑객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해 쇼핑센터 상인들이 걱정하고 있다.
거리를 배회하며 동냥하는 거지들이 늘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 지방정부들이 이들을 도심에서 내쫓으며 단속하는 조례를 잇따라 제정하고 있다고 '유에스에이(USA) 투데이'가 10일 보도했다.
하이포인트 시의 경우 행인들에게 욕을 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걸인들을 단속하는 내용의 조례를 올해 초 시의회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낮에는 도심의 보도에 눕거나 앉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 의회는 다만 인권침해 논란을 의식, 이 조례의 단속대상에서 노숙자나 단순히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제외했다.
마이클 퓨 시 의원은 "이 조례는 정당한 노숙자나 일반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정말로 거리나 공원 등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동냥을 하는 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만다 프리츠 시 커미셔너는 최근 들어 노숙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위한 보호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싶지만, 재정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 세인트피터스버그는 시의 걸인 인구가 2년 새 20% 증가하고 특히 일부 걸인의 노상 음주 및 방뇨에 대한 주민의 진정이 잇따르자 보도에 누워 있는 걸인들을 단속하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지방정부들의 이러한 걸인단속 조례가 인권침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당장 세인트피터스버그 시 조례에 대해 일부 노숙자들이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시 당국은 "조례 규정에는 노숙자에 관한 조항은 없다"면서 "다만 거리에 누워 있는 경우 그가 노숙자든 백만장자든 조례 위반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노숙자 및 빈곤자들을 위한 전미법률센터의 툴린 오제거 인권국장은 "많은 걸인이 거리 밖으로 쫓겨나는 상황"이라면서 이는 비인간적인 조치이며,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일부 시 정부들이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압박 탓에 노숙인들을 위한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노숙인 추방을 위한 전면적인 정책을 수립 중이라고 우려하면서 "시 정부들이 노숙자들을 단순히 거리에서 내쫓기보다는 장기적인 정책과 계획에 따라 노숙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ash@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