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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3497
2012.09.24 (22:15:55)

<다림질> 다림질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확대하는 문화를 '다림질'해보는 꼭지입니다.

 

동네가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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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 걸려있는 주폭 척결 현수막<출처=폴린러브>

 

‘주취폭력(이하 주폭)’에 대한 집중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서울경찰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0일 동안 총 300명의 주폭을 구속했다고 한다. 경찰의 정의에 따르면, 주폭이란 술에 취하여 상습적으로 ‘선량한’ 서민들에게 폭행, 협박을 가하는 등 ‘평온한’ 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찰은 주취폭력 척결을 넘어서 ‘5대 폭력(조직폭력, 학교폭력, 주취폭력, 갈취폭력, 성폭력) 척결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폭력범죄 척결에 경찰력을 집중하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 대장정’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무능한 국가
‘(개인의) 안전’은 국가가 자신의 정당성의 새로운 근거로 삼고자 하는 영역이다. 이는 오늘날 예측할 수 없는 경제 위기나 극심한 고용 불안정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국가가 그나마 무언가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다. 국가는 사소한 범죄, 무질서, 반사회적 행동에 대한 대응에 몰입하면서 대중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찰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주폭으로 구속된 사례 중에서 피해자(1,482명)는 영세상인이 753명(51.5%)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영세 자영업체 3곳 중 1곳은 1년 안에 문을 닫는 현실을 해결하는 데 무능한 국가가 영세상인들을 괴롭히는 주폭 척결에 집중하면서, 사회경제적 고통의 실질적인 원인을 주폭에 전가하는 착시 효과를 가진다고 볼 수도 있다.

 

불법시위와 주취폭력
서울경찰청장은 주폭 척결과 함께 불법시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세력도 주폭과 동일하게 척결하겠다는 것이다. 불법시위와 주취폭력을 동시에 언급한다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주취폭력 척결이 향하는 목표가 어디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또한 주폭을 구속하기 위한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도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구속된 이OO씨의 사례를 보면, 경찰이 이씨 주변을 샅샅이 뒤져 한 달 전 이씨가 진단서를 받기 위해 드나든 병원에 찾아가 간호사들로부터 이씨가 행패를 부렸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동사무소 직원들로부터는 이씨가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연장해달라며 행패를 부렸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기초수급을 연장하기 위해 진단서를 발급해달라거나 공무원에게 기초생활수급을 연장해달라고 한 경우도 범죄 혐의의 근거가 된 것이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기초수급을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행패’와 ‘범죄’로 치부되는 상황의 경계는 전혀 자명하지 않다. 이는 집단적인 행동의 정당한 수단인 시위가 ‘불법’으로 차단되는 상황과 유사한 맥락에 놓여 있다.

 

국가가 마련한 자리는 감옥
주폭 척결로 인한 성과 중에 대표적인 것은 “동네가 조용해졌다”는 반응이다. 이른바 소란과 행패를 부리던 존재들이 당장 눈앞에서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효과이다.
인간은 일정한 장소를 차지하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러한 장소에서 살아가며, 다른 사람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 개발이 가속화되고 공간의 사유화가 확대되면서 빈곤층을 흡수하던 장소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장소를 박탈당한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지 못하며, 더욱 취약한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고립은 더욱 심화된다. 그/녀들을 위해 국가가 마련한 자리는 감옥이다.

 

<홈리스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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