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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4644
2010.10.21 (15:22:20)

[현장에서]연극 통해 자활의지 다지는 ‘쪽방촌 사람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18일 오후 5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소극장 ‘하다’에선 특별한 연극이 무대에 올려졌다. 제목은 <서울 하늘 아래>. 배우 6명의 발성은 어색하고 연기도 어설펐지만, 160석의 객석은 꽉 들어찼고 대사가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18일 돈의동 쪽방촌 사람들이 연극 <서울 하늘 아래>를 공연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이날 주인공들은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 사는 50~70대 주민들이었다. 연극은 이들의 삶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가까운 친구가 부모님이 편찮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니 도망간 사연, 12살 연상 여자를 사랑했지만 헤어져야 했던 사연, 아내에게 버림받은 사연 등 자신들이 쪽방까지 오게 된 삶의 과정을 연기로 풀어냈다.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는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와 함께 이번 연극을 마련했다. 연극을 통해 삶을 들춰보고 자립의지를 불어넣자는 뜻이었다. 처음에는 23명이 참여했지만 나중엔 6명만 남았다. 매주 한두 차례 모여 7개월간 연습했다. 처음에는 주춤거리던 이들이 마음을 열었고, 술에 의존하던 습관도 서서히 변해갔다.

종로3가 쪽방촌에 산다는 한 관객은 “배우들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감동했다”며 무대로 내려가 배우 6명과 차례로 악수했다. 배우 한금석씨(51)는 한 시간의 공연을 마친 뒤 “쪽방에 사는 동안 나를 이렇게 만든 세상과 사람들을 원망했지만, 이번 연극을 통해 꿈과 희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어릴 적 가수가 꿈이었는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박현숙씨는 “이분들은 성공한 기억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라며 “연극 연습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키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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