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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관련 언론보도 내용입니다.
조회 수 : 4863
2005.09.20 (18:54:36)





‘한달 10만원을 위해’…밤샘 고물수거하는 노숙인들



[불경기 우리 이웃 2] 치열한 경쟁 피하기 위해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일해

일주일 3~4일씩 일한 대가 한달 10만원꼴…이삿짐 센터 일로 부족한 돈 벌어



도시가 깊은 잠에 빠져든 밤 11시.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노실사)’ 대표 문헌준 씨와 노숙인 당사자 모임의 송주상(33), 김동민(36) 씨는 이때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1톤 트럭을 몰고 이들이 향하는 곳은 남대문시장. 이들은 홍대 앞과 신촌을 거쳐 이대 입구까지 서울 도심을 헤매며 상가에 버려진 박스, 폐지, 신문지, 고철 등을 수거한다. 그러고 나면 아침 7시. 어느덧 해는 중천에 걸린다.



이들이 이처럼 남들과 거꾸로 사는 ‘올빼미 생활’을 자처한 이유는 낮에는 경쟁자가 너무 많기 때문. 경기 불황 탓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물 수집도 만만치 않은 경쟁을 해내야 하는 일이 된 것이다.



“요즘 일거리를 구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낮에는 일하기가 너무 힘들죠. 박스가 많은 상가, 시장통에서는 폐지가 나오기가 무섭게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고물 줍는 사람들이 늘어나 박스를 내놓기가 무섭게 없어진다는 것이 상가 주인들의 전언이다. 전문적인 고물 수집상들이 수시로 거리를 돌며 5분 만에 고물을 수거하기 때문에 문 대표 일행처럼 ‘초짜’ 수거인들은 끼어들 틈도 없다.



세 사람이 올빼미 작업을 하는 날은 일주일에 사나흘 정도. 한 달 동안 짬 나는 대로 부지런히 밤길을 달리면 평균 30만 원 정도가 모인다.



박스와 폐지, 신문지, 고철, 병, 옷가지 들을 모아 고물상에 갖다 주면 폐지는 1kg당 50원, 신문지는 70원, 고철은 100원을 받는다. 밤새 7시간 동안 부지런히 다니면 운이 좋은 날은 4만 원, 그렇지 못한 날은 2만 원 정도를 번다.



노동에 비해 결코 넉넉한 대가는 아니지만 세 사람은 그래도 이 돈을 아끼고 아껴 매달 저축을 한다.



“어제는 우리 셋이 모은 돈이 모두 3만 6000원이더라고요. 만 원짜리는 저축을 하고 남은 돈으로 김밥, 라면을 사서 허기를 달래고 담배나 나눠 피는 정도죠.”



고물 수집을 하면서 특별히 힘든 것은 없다고 얘기하지만, 밤잠 못 자고 때로는 악취가 나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수거물을 찾아야 하는 작업이 어찌 쉽기만 할까.



그래도 이들은 밤새 리어카를 끌며 하루 7000원을 버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있다며 흔한 신세 한탄은 하지 않는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차가 없으니까 리어카로 고물을 나르시거든요. 그 분들은 밤새 리어카를 끌고 다녀도 7000원을 벌까 말까에요. 한 끼조차 제대로 해결하기 힘든 돈을 받자고 새벽잠도 마다하고 5분에 한 번씩 리어카 멈춰가면서 고물을 모으는 노인 분들도 있는데 저희가 힘들다고 투정하면 안 되죠.”



고물 수집으로 모은 돈은 쪽방 월세를 내고, 다른 용돈이 필요할 때는 노실사 단체가 소유한 1톤 차량을 이용해 용달차 아르바이트를 한다. 간이 이삿짐 센터를 운영하는 셈이다.



김동민 씨의 경우, 지난 94년부터 1년 남짓 이삿짐 센터에 나가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쪽방에 거주하는 이들이 번듯한 이삿짐 센터의 정식 직원이 되기는 힘들다.



거주지와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데다 이삿짐을 나른 경력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이사 성수기에 일손이 모자랄 때 잠깐 가서 일손을 돕는 정도가 이들의 몫이다.



일당은 6만 원 안팎을 받지만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가 없어 하루 일하면 며칠간은 일을 쉬어야 한다. 고층 건물에 짐을 나르는 사다리차에 섣불리 몸을 실었다가 바람이라도 세차게 부는 날이면 온 몸이 휘청거리는 공포에 시달리기도 한다.



오랫동안 경력이 쌓인 사람들은 냉장고, 장롱도 혼자 나르지만, 초보 일꾼인 이들은 기물을 파손하지 않는 게 급선무다. 운 나쁘게 고가의 그릇이나 장식품이라도 깨뜨리는 날엔 일당도 날리고, 고생만 하다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삿짐 나르시는 분들 보면 다들 관절염을 안고 살아요. 몸이 축나도 생계 수단이니까 그냥 참고 하는 거죠. 저도 요즘 하루 일을 나가면 일주일은 쉬어야 해요. 일 나가면 업체에서는 빨리 빨리 하지 않아도 좋으니 쉬엄쉬엄 하더라도, 기물이 파손되지 않도록 하라고 해요. 잘못하면 이사비보다 더 많은 돈을 물어줘야 하니까요.”



그나마도 성수기가 아니면 일거리가 없는데다, 이삿짐을 나르겠다는 대기 인력도 많아 부업을 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쪽방 생활에 가진 재산은 하나도 없지만, 단체에서 운영하는 1톤짜리 용달차가 있어 그나마 고물도 줍고 용달차 일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그들. 적지 않은 이웃들이 경기 불황에 일자리를 잃고 신음하는 속에서도 땀 흘리는 희망만은 놓지 않고 있다.


심규진 기자 <미디어다음, 9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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