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17103
2012.05.29 (16:30:34)

[다림질]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확대하는 문화를 ‘다림질’해보는 꼭지입니다.

 

 마루타 알바

 

<홈리스뉴스 편집부>

 

‘마루타 알바’가 인기 있는 아르바이트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마루타 알바는 복제약품을 시판하기에 앞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험해보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을 일컫는 말이다. 약의 부작용 가능성이 있지만 2~3일 만에 수십만 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감당할 수 없는 등록금과 생활비, 그리고 높은 취업의 벽 때문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생동성 시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임상시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가난한 삶의 절박한 조건은 자발적인 참여의 유인
거리생활의 특성 때문에 홈리스의 질환 유병률은 보통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이 높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는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병원을 이용하거나 적절한 의약품을 제공받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는 홈리스들에게, 관련 질환에 대한 진단과 의약품, 게다가 사례비도 제공받을 수 있는 임상시험은 혹할만한 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홈리스 당사자들은 임상시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가난한 삶의 절박한 조건들이 자발적인 참여의 유인이 되기도 한다.

 

어차피 죽을 목숨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피험자의 인권 보장은 가장 중요한 사항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초기 임상시험에서는 피험자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아 심각한 윤리적ㆍ사회적 문제가 야기된 사례들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의 과학자들은 강제수용소의 수감자들에게 다양한 인체실험을 자행했다.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 산하의 공중위생국에서 남부에 위치한 도시 터스키기의 흑인 주민들을 상대로 1930년대부터 40여 년간 매독 생체 실험을 진행한 후에 은폐한 터스키기 사건도 인체실험의 유구한 역사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연구를 진행한 사람들은 피험자들이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고, 치료를 받을 형편도 아니었다는 이유로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모든 위험은 순전히 본인의 책임입니다
인체실험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헬싱키 선언’은 인체실험에 있어서 충분한 정보에 입각한 자발적 동의와 연구자들이 과학과 사회의 이익보다 피험자의 안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제약자본에게 넘지 못할 장벽이 없듯이 이런 선언이 인권과 생명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되지는 못했다.
국내에서도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 기준」 및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등의 제도적 장치가 존재한다. 또한 임상시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과 관련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서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피험자에게 의약품에 대하여 충분하게 설명했는지, 피험자의 자발적 동의를 거쳤는지 등을 관리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피험자의 자발적 동의라는 원칙도 실제 임상시험의 현장에서는 피험자가 임상시험에 대해 이해하였는지를 굳이 확인하려 애쓰는 연구자들이 없는 상황에서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짧고 형식적인 동의 과정 속에서 책임은 온전히 피험자에게 돌아간다. “잘 판단하세요. 하지만, 이 선택에서 오는 모든 위험은 순전히 본인의 책임입니다”. 아래의 김OO씨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임상시험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임상실험 중에 발생한 부작용, 쪽방 월세조차 밀리게 된 김OO씨의 사례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김OO(가명)씨는 쪽방에서 수급자로 생활하던 중에 무료일간지를 통해서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임상실험 중에 부작용이 발생하고, 약속했던 교통비 지급도 실시하지 않아 식약청에 민원을 제기하게 되었다. 민원 결과, 시험책임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엄중 주의 조치, 교통비 지급이 결정되었고 현재 법원에서 위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김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참여했던 임상시험의 부작용으로 우울증과 기질적 장애 등을 겪고 있다. 또한 법적 대응 등의 행정절차를 진행하면서 쪽방 월세조차 밀리는 상황에 처해 있다.

 

임상시험의 외주화와 피험자들을 위한 보호장치의 무력화
제약자본이 이른바 선진국 내부에서 실시하던 임상시험을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외주화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자국의 까다로운 기준을 피해서 국경을 넘나드는 제약자본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임상시험의 비용과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제약자본의 수익성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한 피험자들의 건강과 보호장치를 박탈하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제약자본의 이윤추구와 신약개발 경쟁,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된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맞물리면서 이러한 추세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시쳇말이 된 생명윤리
지난 5월 개최된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 있어서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면제 받을 수 있는 범위를 정했다고 한다. 임상시험심사위원회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피험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에 독립적으로 설치한 상설위원회다.
이에 따라 연구로 인해 연구대상자에 미치는 신체적ㆍ심리적 피해가 ‘통상적 수준’이고 ‘공공에 미치는 영향이 낮은 경우’에는 심의를 면제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물론 약물이 투여되는 연구의 경우는 여전히 심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기존의 임상시험심사위원회가 구색 갖추기에 그친다는 비판이 존재하는 가운데 ‘통상적 수준’이나 ‘공공에 미치는 영향’이란 모호한 기준에 의해서 심의가 면제되는 연구들이 확대된다면 이러한 연구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점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놀라운 신약의 효과는 오직 생명을 가진 육체를 통해서만 밝혀질 수 있다. 그 약품의 부작용과 위험 또한 마찬가지다. 임상시험의 목적은 건강 증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있다. 새로운 약품과 치료법에 대한 요란스러운 선전 뒤에는 임상시험의 재료가 된 가난한 사람들의 신체에 대한 약탈이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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