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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2153
2012.03.15 (15:18:02)

<요세바통신>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1년

 

<임덕영 / 회원,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일본 동북부 지진과 츠나미, 그리고 핵 발전소의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을 맞이합니다. 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15,848명, 중경상자 6,011명, 그리고 경찰에 신고된 행방불명자는 3,305명에 달합니다(경찰청, 2012년 2월 10일 발표). 즉, 약 1만 8천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 사고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되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핵 발전소의 방사능 때문에 피난소나 친척 집에 기거하는 사람들은 32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큰 사고 이후 일본 사회는 1년 동안 어떻게 변했을까요? 외국인으로서 느꼈던 저의 생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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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였다. 그러나 자극적이고 충격을 염려해서인지,

관련 사진은 일본 언론보도를 통해서 구하기 어렵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즈>

 

일본 사회의 허점?
큰 사고가 나면 그 사회의 잘못된 점이 보인다고들 합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은 노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80세 이상이 22.1%, 70대가 24%, 60대가 19.1%로, 60세 이상이 65.2%를 차지합니다. 츠나미가 발생하였을 때, 재빠르게 연락을 취하고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누락된 사람들, 즉 사회 안전망에서 배제된 사람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들의 피해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곳곳에서 생명을 잃은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한 사고 직후부터 1달 동안, 피난한 곳의 위생 상태나 추위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280명을 넘는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대피 뿐 아니라 임시 거처 마련 등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재난 대응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문제점들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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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가 시민들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갑자기 정전을 지시한 것에 대한

비판 기사다. <사진 출처: 3월 14일 한 신문 보도>

 

정부와 정치에 대한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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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여 명의 정부 관계자․작업원 등을 인터뷰 조사하여 만든 보고서로,
당시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방사능 흐름을 알 수 있는 기기가 있음에도, 단지 정부 관계자들이 그 존재를
몰라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핵심 담당자인 도쿄전력 관계자들은
인터뷰를 거부했다. 아직 정부는 공식 보고서를 내고 있지 않다.
<사진 출처: 민간단체가 만든 원전사고 관련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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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현 미하루 정(町)의 가설주택단지. 물량이 부족하고 피해지역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매우 늦게 건설되었다. 지역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2년
계약이며, 광열비는 본인 부담이다. 뜨거운 여름, 추운 겨울, 불안한 미래는
이재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다.

 

이번 사고로 정부와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습니다. 츠나미와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대한 대처가 너무 안이했다는 비판이 하늘을 찌릅니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경우, 사고가 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왜, 어떻게 사고가 났고, 그 피해는 무엇인지에 대한 보고서를 아직도 내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무언가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사고 직후인 몇 차례의 원전 반대 집회에는 1만 명, 9월에는 5만 명 넘는 사람들이 참여를 했었습니다. 이건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하더군요. 또 후쿠시마 현지 주민과 화상 통화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그 곳 분들은, 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리셨습니다. 가설주택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30분도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감과 불신은 정부와 정치로 향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정치적으로 꽤 안정적인 국가였습니다. 도로나 공원에서 집회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집회를 하더라도 절대 정해진 선을 넘는 일이 없었죠. 하지만 이제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서민의 어려움, 그리고 경제 부흥
2011년은 일본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생활보호를 받는 사람은 205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가족 3명이 굶어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서 일본 사회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들은 몇 개월째 집세는 밀리고, 전기는 끊긴 채, 수돗물로 연명하다가 1엔짜리 동전 몇 개를 남겨두고 '아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 중 가장인 30대는 건설업에 종사하였으나 일거리가 끊겼다고 합니다.
한편, 각종 언론에서는 일본 대기업들이 줄줄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2011년, 파나소닉은 약 10조원, 샤프가 약 4조원, 소니는 3조원 등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도됩니다. 뿐만 아니라, 지진의 여파로 파산한 기업은 총 592개사에 달하며 피해 규모는 약 236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이렇게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임시주택을 짓는 한 회사의 주가는 사고 후 일주일 만에 244% 넘게 올랐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최대 책임 회사인 도쿄전력 주식은 최근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막대한 배상금 때문에 파산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사람들이 생겨났죠. 또 기업들이 대대적인 설비 증대에 나서고, 국가가 후원을 하면서 최근 일본 주가는 약 12% 올랐습니다. 오히려 '복구'라는 호재를 만났다는 '기대'입니다.
이러한 기업들의 정비 및 부흥의 움직임이 과연 서민의 살림살이와 연결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정부 예산에 필요한 돈을 국민의 세금을 올려 간단히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가속화되고 있어, 서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군국주의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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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토루 오사카 시장 당선자의 포스터

 

이렇게 여러 정치․경제적 혼란 가운데, '민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먼저 각종 언론들은 '인연'을 강조합니다. 일본어로는 키즈나(絆)라고 하는 데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는 것, 자원활동이 계속되는 것을 언론들은 '키즈나'로서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일종의 애국주의의 강조로 이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물론 따뜻한 마음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무런 대책 없이, '따뜻함'만이 강조되는 것 아니냐 라는 것이지요.
또 다른 한편 최근 치러진 지방자치선거 결과는 다소 우려스럽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사카 시장 선거에서 하시모토라는 사람이 큰 표차로 당선되었습니다. 이 하시모토라는 사람은, 미적지근한 지금까지의 정치를 일체 개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그 대표적인 정책들이 사실상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일본 애국주의․군국주의의 부활을 부추기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시영버스 노동자들의 임금을 40% 삭감시키겠다는 안을 밝혔습니다. 민간 버스 회사 운전수나 평균 노동자들보다 안정적인 소득을 받고 있던 사람들은 예정대로라면 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 기립해서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는 선생님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고, 평가를 해서 하위 5%에 연속 두 번 속하면 퇴직시킨다는 안도 발표했습니다. 공무원들에게는 자신의 입장에 반대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또 생활보호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아, 지정 병원 제도를 엄격히 적용시키려 하고 있고, 또 한국판 쪽방 지역인 '요세바'를 빈곤이 아닌 '무질서', '불결함'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국회에서는 자위대의 전쟁을 금지하는 헌법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은?
외국인으로서, 일본 사회가 어찌될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히 2011년은 거대한 변화의 전환점이 된 한 해였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일본 사회의 변화는 물론 한국 사회와도 연결이 됩니다. 지금 분위기는 결코 만만치 않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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