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노숙인 문화공간 꿈 이뤄졌어요
‘민들레센터’ 개관 앞둔 국수집 주인 서영남씨
김영환 기자
무료급식 6년 결실…“귀하게 대접해야 귀한 존재로”
천주교 인천교구 건립비 쾌척…지역사회 후원 봇물
“사람은 귀한 존재로 대접을 받아야 귀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노숙자 무료급식소로 널리 알려진 인천 민들레국수집 주인 서영남(56)씨는 26일 노숙자를 위한 전국 첫 문화공간의 개관을 앞두고 가슴이 설렌다. 6년 전부터 키워온 꿈이 거짓말처럼 이뤄지고 있기 때문 이다.
서씨는 다음달말 인천시 중구 인현동에 노숙자들의 문화적 쉼터가 될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개관을 앞두고 노숙자들이 자신의 집처럼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묘안짜기에 한창이다.
그는 2003년 4월 1일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한 뒤 수많은 노숙자 ‘손님’을 대접하면서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삶의 이유를 깨닫게 해 줄 문화적 배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씨는 이를 위해 노숙자들이 식사를 한 뒤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영화도 볼 수 있는 문화공간을 기획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탓에 오랜 세월 꿈으로만 간직해왔다. 그런데 지난달말 천주교 인천교구 사회복지회가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건립에 3억2천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쁜 소식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민들레국수집에서 걸어서 4~5분 거리에 있는 인현동의 2층짜리 건물을 계약했다. 1층에는 정보검색실과 책을 볼 수 있는 도서실, 영화 상영실 등을 마련하고 2층은 빨래방과 샤워실, 수면실, 휴게실 등으로 꾸미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서씨의 희망지원센터 설립이 알려지자 이를 돕겠다는 이들도 줄을 잇고 있다.
건축가 이일훈씨는 센터 리모델링을 맡았고, 인하대 교수들과 우리신학연구소 등은 노숙자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민들레국수집의 한 자원봉사자는 컴퓨터와 세탁기, 건조기, 책 등 센터의 비품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 아고라’에 모금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서씨는 “노숙자들이 지원센터를 통해 노숙생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갖게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국수집 아저씨로 통하는 서씨는 25년간 서울 성북동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에서 수사로 일하기도 했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