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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품 벗어나자 마자' … 차가운 거리가 사회 첫무대
기사입력 2009-03-19 07:33  




[청년 노숙인②] 불황 속 다시 급증하는 청년 노숙

[CBS사회부 윤지나 · 최인수 · 김효은 기자] ['빈곤의 대물림'이 이미 당연한 이야기가 되버린 요즘, 이제는 빈곤이 단순히 대물림되는 수준이 아니라 '사지 멀쩡한 청년'이 노숙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시대다. CBS는 경제불황과 빈약한 사회안전망 탓에 부모의 양육에서 벗어나자마자 노숙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20-30대 청년노숙인의 문제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이남영(가명.29)씨는 초등학교 시절, 아들의 도시락을 싸주기 위해 주인집에 쌀을 구걸하던 어머니 모습이 눈에 선하다.

택시기사였던 아버지와 식당일을 하던 어머니 아래서 남영씨는 가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자랐다. 하지만 남영씨가 성인이 돼 부모님의 지원이 끊기면서 온 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현실은, 어린 시절의 가난을 한참 넘어선 ‘차디찬 노숙’이었다.

◈빈곤한 부모 아래 낮은 학력, 경기불황에 노숙할 수밖에

"부모님도 입에 풀칠하시기도 어려운 마당에 성인인 제가 계속 돈을 받을 수 없잖아요. 부담 덜어드리기 위해 돈을 번답시고 집을 나갔는데 길거리에까지 나앉게 될 줄은..."

남영씨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직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남영씨 몫으로 남은 자리는 간판을 만드는 일이나 고깃배 선원 등 대부분 힘든 육체노동들이었다.

비정규직종이었던 이들 일자리는 최근 경기불황이 심화되면서 그나마도 구하기 어렵게 됐고 남영씨는 거리에 나오게 됐다.

이처럼 근로능력과 취업의지를 가졌음에도 노숙자로 전락한 청년들이 사회현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IMF 외환위기 당시 증가했다 차츰 감소세를 보이던 청년노숙인들은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다시 증가추세다.

◈청년 노숙인들 다시 급증 추세

서울신학대 이봉재 교수가 전국 67개 노숙인 쉼터와 11개 상담보호센터를 통해 조사한 결과, 지난 해 8월 4400명이던 노숙인 수는 경기불황이 본격화된 지난 6개월 동안 천명 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20~30%를 20-30대 청년으로 보고 있다.

또 '대한성공회다시세기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6년 662명이던 서울지역 20-30대 노숙인 수는 2007년 749명으로 100명 가까이 늘었다.

이들 청년노숙인이 다른 노숙인들과 구별되는 특징은 노숙 시점, 즉 성인이 돼 부모의 양육이 끝나자마자 거리로 나앉게 됐다는 점이다.

◈성인 노숙인과 달리 길거리가 사회 첫 무대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업실패와 노름 등으로 길거리에 나앉게 된 것과는 달리, 이들은 차가운 길거리를 사회의 첫 무대로 삼는 셈이다.

이들은 특히 대부분 상공업 고등학교 출신으로, 취업시장에서 '교육 받지 못한 구직자'로 분류돼 변변한 정규직 일자리조차 얻기가 힘든 형편이다.

인적 네트워크도 취약하다보니 노숙으로 떨어져도 도와줄 누구 하나 없다. 실제로 대구에서는 같은 고아원 출신 5-6명이 집단으로 노숙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성인이 돼 고아원을 나온 이들은 중국집에 취직한 같은 원 선배의 도움으로 알음알음 동종 계통에 취직했다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인력시장 전전해도 매일 허탕, 노숙인 전용 PC 방에서 종일 시간때우기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벽에는 인력시장, 낮에는 상담센터를 전전하며 필사적인 구직을 펼쳐 봐도 할 일이 없는 청년노숙인들은, 서울역 인근 노숙인 전용으로 특화된 피시방과 만화방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 ‘노숙인 전용’ 공간에서 불과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다른 피시방과 만화방이 낮 시간대 텅텅비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서울역 인근의 T 피시방은 70여 석이 넘는 자리에도 서서 구경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붐빈다. 만원 한 장으로 밥 한끼에 15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 곳에서 앳된 얼굴의 김 모(19)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서 돈을 벌러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일이 갑자기 끊기면서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고 말했다.

인근의 J 만화방 역시 노숙인들이 일자리 정보를 교환하고 안부를 나누는 장소로 한 낮에도 20여 명의 노숙인들이 붐빈다.

노숙인 지원 현장 전문가들은 “부모의 빈곤으로 교육수준까지 낮은 청년노숙인들은, 경기불황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서 노숙탈출 의지마저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며 “만화방과 피시방 등에서 '준노숙‘생활을 하는 청년들까지 합치면 실제 청년노숙인 수는 조사결과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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