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쉼터 '보현의 집' 사회적 일자리 사업 '빛나리 퀵 지하철 택배' 출발 !
'친절'로 무장 희망을 나릅니다
이현정 기자 다른기사보기
노숙인 쉼터 '보현의 집' 사회적 일자리 사업 '빛나리 퀵 지하철 택배' 출발 !
9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동 사회복지법인 보현의 집에서 운영 중인 '빛나리 퀵 지하철 택배' 배달원들이 퀵서비스를 나가기 위해 짐을 챙겨 싣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노숙인 쉼터 '보현의 집' 사회적 일자리 사업 '빛나리 퀵 지하철 택배' 출발 !
9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동 사회복지법인 보현의 집에서 운영 중인 '빛나리 퀵 지하철 택배' 배달원들이 퀵서비스를 나가기 위해 짐을 챙겨 싣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아는 사람 만날 게 두렵지 않냐고요? 아뇨. 전 일하는 제 모습이 떳떳하고 자랑스러워요!"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부산 보현의 집(부산 동래구 온천3동)에서 운영하는 '빛나리 퀵 지하철 택배' 일을 시작한 이영세(48·가명)씨.
한때 대구에서 '사장님' 소리까지 듣는 잘나가는 주식 투자자였지만 하루아침에 전 재산 수 억원을 모두 날리고 지난해 8월 길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됐다.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 뒤 거리를 떠돌다 쉼터에 정착한 이씨는 택배 일을 하면서부터 당당하게 남 앞에 설 수 있게 된 사실만으로도 기쁘다고 했다.
이씨는 요즘 매일 오전 4~5시만 되면 눈이 번쩍 떠진다. 이씨를 기다리고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부침성 좋은 이씨가 맡은 업무는 홍보. 시작한 지 열흘밖에 안 돼 하루 일 3~4건이 전부인 이곳에서 홍보 업무는 막중하다. 이씨는 예비 고객들에게 "무엇보다 노숙인에 대한 편견의 시선부터 거둬줄 것"을 부탁했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박경수(27·가명)씨도 지난해 9월 이곳 보현의 집에 오기 전까지는 거리 곳곳을 헤매는 노숙인이었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며 할머니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던 박씨는 서면 인근에서 아는 형과 함께 노래방을 시작했지만 사업 부진 등으로 투자금조차 건지지 못했다.
동업자는 혼자 외상값을 챙겨 종적을 감췄다. 졸지에 수천만원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박씨는 빚쟁이들을 피해 부산 지역 곳곳을 전전하게 됐고 결국 이곳을 찾게 됐다.
"제가 진 빚이니 원금이라도 다 갚을 거예요." 빚을 다 갚고 나면 혼자 계시는 할머니도 모시고, 결혼도 하고 싶은 것이 박씨의 소망. 박씨도 택배 일을 시작하며 '돈'보다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게 된 게 무엇보다 큰 소득이라고 했다.
"자신감 충전 일하는 제 모습 자랑스러워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지관 스님)에서 직접 운영하는 부산 보현의 집은 IMF 직후이던 지난 1998년 설립돼 현재 71명의 노숙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쉼터다.
보현은 집은 지난해 10월 노숙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노동부에서 주도하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빛나리 퀵 지하철 택배' 사업안을 제출했고 지난달 제안서가 최종 통과돼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부산 보현의 집 이기표 원장은 "흔히들 길거리 노숙인 하면 나쁜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실제로 쉼터에 들어와 있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남에게 해코지를 하지 못해, 남을 밟고 일어서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이 많다"면서 "이들은 남에게 해를 가할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조계종 재단 차원에서 신뢰성을 담보하고 배상 책임을 질 테니 믿고 맡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들의 성공 여부는 결국 사회적 비용 감소와도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