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특집>


벌금 150만원 못 낸 쪽방 주민, 노역장 입감 이틀 만에 지병 악화로 숨져
소액벌금미납에 따른 노역장유치, 근본적 대책 필요


<박영아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홈리스행동 운영위원>


2017년 6월 16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고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하고 유족에게 사과를 하였다고 발표한 지 하루만, 백남기 농민이 시위현장에서 국가의 폭력으로 사망한 지 2년 만이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뒤늦은 사과가 과연 얼마나 위로가 될까. 그런데 그런 사과마저 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정부로부터 잘못된 ‘근로능력 있음’ 판정을 받고 취업현장에 내몰린 지 5개월 만에 지병 악화로 사망한 고 최인기님의 유족이다. 나를 보호하고 내 편이 되어야 할 국가가 오히려 내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받아들이기 힘들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 노역장에서 사망한 김씨의 사건을 다룬 4월 20일자 한겨레 기사(1면) 헤드라인. 김씨의 사망이 보도된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소액벌금 미납자의 노역장 유치 등 집행 절차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벌금 150만원 납부 못해 죽음에 이르다
지난 4월 15일, 돈의동 쪽방 주민 김씨가 벌금 150만원을 내지 못해 노역장 유치 환형처분을 받고 수감된 지 이틀 만에 지병 악화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심부전 환자였던 김씨는 ‘서울형 긴급지원’을 통해 수술을 받고 퇴원한지 나흘 만에 노역장에 입감된 상황이었다. 


김씨는 20여년 전 대구에서 올라와 일용직을 전전하며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이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쭉 혼자 살아왔다. 사망 당시 그는 쪽방촌에 있는 한평 남짓의 좁은 방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었다. 쪽방촌에 사는 이웃들의 말에 따르면 김씨의 형편에 벌금 150만원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씨는 입감 당시 작성한 ‘체포·구속 피의자 신체확인서’에는 자신이 “지난달 급성 심부전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치료 중 최근 퇴원해 약물치료 중에 있으며, 이 병으로 인해 가슴과 머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하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김씨는 당국에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렸음에도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고, 결국 김씨에게 내려진 150만원의 벌금은 사실상의 사형선고가 되었다.


김씨의 사망이 언론에 보도된 후 서울중앙지검은 벌금 미납자의 노역장 유치 등 집행 절차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하여 담당 검사가 입감 전에 당사자의 건강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지병이 있거나 건강상태가 위중할 때는 집행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하되, 집행 정지 대상은 건강권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빈곤층 관련 경범죄(벌금형) 등에 제한해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벌금과 노역장 유치
벌금형은 상대적으로 경한 범죄의 경우 단기자유형 집행으로 인한 범죄적 악성감염, 낙인효과와 과밀수용에 따른 수용환경 악화를 방지할 수 있으면서도 자유형에 상응하는 예방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단기자유형의 대체수단으로 부각되어 왔다.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처하는 노역장유치는 벌금납입의 대체수단과 벌금납입을 강제하는 압박수단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벌금을 납입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 노역장 유치는 벌금납입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특히 소액벌금 미납자에 대한 노역장유치 환형처분은 경제적 기반 박탈을 포함한 단기자유형의 부작용이 그대로 나타나는 문제가 있어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벌금납부 지원과 대체제도
2009년 9월 26일부터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 소액벌금 미납자의 신청에 의해 노역장 유치를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신청 및 허가건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수감되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사회봉사를 위해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동안 소액벌금조차 납부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은 생계를 위협받기 때문이다.

▲ 환형유치에 따른 노역장 입감 건수


형 집행기관인 검찰은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 제12조를 근거로 벌금의 분할납부와 납부연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분할납부와 납부연기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본인 외에 가족을 부양할 사람이 없는 경우, 기타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분할납부 또는 납부연기 기한은 6개월이며, 검사는 3개월의 범위 내에서 2회 연장할 수 있다. 분할납부 신청건수는 연 약 2만 명 정도인 반면, 납부연기 신청건수는 1천 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벌금납부 연기는 주로 ‘질병이나 중상해’를 이유로 한다.


한편, 시민단체인 인권연대는 경제적 사정으로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납액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발장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소년소녀가장과 미성년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이다.


소액벌금미납자에 대한 노역장유치, 근본적 대책 필요해
당국은 법대로 했다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재산형이 자유형으로 바뀌고, 자유형의 집행은 한 사람의 죽음을 낳았다. 공권력은 김씨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 “벌금형을 납부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노역장 유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 불리는, 경제적 불평등이 형벌의 불평등을 낳는 사회적 부정의와 불공정으로 귀결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소액벌금 미납자가 노역장유치집행 중 지병 악화로 사망한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벌금형을 납부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노역장유치는 벌금납부의 압박수단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신체구금, 경제기반 상실 등 벌금형 자체보다 가혹한 결과로 인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 불리는, 경제적 불평등이 형벌의 불평등을 낳는 사회적 부정의와 불공정으로 귀결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입감 전 환형처분 대상자의 건강상태를 검사가 직접 살피도록 하겠다는 서울지방검찰청의 발표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노역장유치의 집행에 준용되는 형의 집행에 관한 규정(「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정시설의 소장은 수용자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여야 하고, 질병이나 그 밖의 사유로 징벌집행이 곤란하면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그 집행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등 형의 집행정지의 주체가 검사로만 한정되지 않고, 건강상태가 입감 후 실시하는 건강검진 결과 비로소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따라서 특히 300만원 이하의 소액벌금 미납의 경우 노역장유치의 방식으로 강제하기보다 분할납부나 납부연기를 활성화하여 저소득층의 경우 벌금형이 단기자유형으로 치환되는 것을 막고, 본래 자유형이 아닌 재산형임을 십분 고려하여 구금생활에 적합한 상황임을 노역장유치 환형처분의 요건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유형과 마찬가지로 벌금형도 집행유예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용어 설명>

- 자유형(自由刑): 형을 받는 사람을 일정한 곳에 가두어 신체적 자유를 빼앗는 형벌. 징역, 금고, 구류의 3가지 종류가 있다.

- 재산형(財産刑): 범죄인에게서 일정한 재산을 박탈하는 형벌. 현행법에는 벌금ㆍ과료ㆍ몰수의 세 가지가 있다.

※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


 <기사 속 기사>


형님을 떠나보내는 동생의 의식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노역장에서 사망한 故 김중기(가명)님의 동생은 형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공권력의 문제를 드러내려 하였다. “다른 사람한테도 안 그러라는 보장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하는 건설일용직은 다음 일을 잡기 어렵고 속한 팀에게도 지장을 주기에 잠시도 일을 쉬기 어렵지만, 형님의 죽음 이후 일손을 놓았다. 백방으로 뛴 결과 형님의 사후 6일 만에 시민단체를 통해 언론에 보도가 되었고, 그때서야 다시 밥술을 떴다. 이를 계기로 고압적이던 구치소 측의 태도도 바뀌고 사과도 받을 수 있었다.

▲장례를 위해 구치소 측이 요청한 ‘사체인수포기서'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구치소 측은 장례를 종용하였다. 법적으로 3일을 넘어서면 유족이 청구해도 시신을 인수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겁박에야 의연했지만, 구치소 측의 사과가 있었고 검찰의 재발방지 대책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동생은 장례를 수락하였다. 다만, 화장 뒤 유골은 인수하겠다고 하였다.


동생은 유족 대기실에서 영정 속의 형님에게 많은 대화를 건넸다. 어머니의 시장 좌판 벌이로 온 식구가 먹고 살아야했던 지독히 가난했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릴 적 나란히 앉은 들판에서 고인은 ‘밥 한 번 배불리 먹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고, 며칠 후 고향을 떠났다 한다.


동생은 형님이 살던 쪽방에 다녀왔다.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사람이 기거할 수 있는 공간이 못 되는 곳”으로 보였다. 형님이 병원 입원하기 전 마지막으로 소주 한 잔 나누었다는 친한 노인을 만나 형님의 죽음 소식도 전했다. 노인은 “아무리 노숙자지만 개죽음으로 가는 거 아니냐!”며 함께 울어주었다. 동생은 ‘나라가 수급비 줘서 연명시키던 사람의 목숨을 나라가 이렇게 거둬 갔다는 것’을 알리는 게 자신의 도리라 생각했다.


처음 해 보는 1인 시위인지라 어디서 어떻게 하는 지 막막하다며 동생은 이것저것 물어왔다. 그리고 손 글씨로 정성껏 적은 판넬 두 장을 들고 청와대 앞에 섰다.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고인의 동생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2018. 4. 13 벌금 1,500,000 미납으로 서울구치소 입감, 4.15 일요일 오전 8:50 사망. 위 망자는 기초생활수급자로써 6개월 전부터 심부전증을 알고 있었으며 국가 긴급지원금 1,000,000원 지원받아 수술을 받고 4.9. 퇴원 후 4일 만에 체포되어 입감된 지 이틀 만에 지병인 심부전악화로 사망.


소속관계자, 우리는 최선을 다하였으며 과실도 책임도 없으며 법 절차에 따라 유족께 시신 양도만 하면 끝이라고 하시네요. 한줌의 재가 되어 돌아온 유골을 받아들고 한 없이 울어 봅니다. 언제부터 노역장이 사형 집행장소로 제도가 바뀌었는지. 형벌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 아닌지. 이 암담한 현실을 그냥 받아 드려야 하는지요.


힘없고 가난한 삶을 사는 한 생명을 사익과 공익의 목적으로 한낱 도구로 사용되어 버려지고 무책임한 공무원의 탁상행정에 분통이 터지네요. 구조적 법률적 제도적 합법화 정당화된 위 현실이 맞다면, 앞으로 가난하고 힘없이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 또 발생하지 않을까요?”


형님의 죽음에 대한 동생의 의식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당직 매뉴얼”을 만들어 유사사례의 재발을 막겠다던 서울지검은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될 사정이 존재”한다며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가혹한 형집행에 대한 동생의 문제제기는 이제 우리를 통해 반향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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