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당사자는 안중에도 없는 '입맛대로' 방역, 이제는 멈춰야 한다

 

<주장욱 / 홈리스행동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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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따스한채움터 외벽에 붙은 공지문. 서울시는 작년 1월부터 현재까지 관내 노숙인 지원기관 이용자들에게 

7일 이내의 PCR 검사결과를 요구하고 있다(2022. 2. 25. 촬영) <사진출처=홈리스행동>

 

지난 10일, 서울시 노숙인지원기관인 브릿지종합지원센터(이하 브릿지)에 전화를 걸어 여전히 7일 이내에 발급받은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지참하여야만 센터에 출입할 수 있는지 물었다. 거리홈리스 당사자와 함께 <임시주거지원사업> 신청을 위해 방문할 계획이었고, 마침 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가 도입되기 시작한 시기여서 내심 출입 요건이 완화되었으리라 기대하고 물어본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직원은 거리홈리스의 경우 여전히 PCR검사(유전자증폭검사)에 따른 음성확인서가 있어야만 센터 방문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상담에 동행할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활동가에게는 따로 신속항원검사에 따른 음성확인서를 요구했다.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한 질문도 없었고, 당사자와 활동가가 왜 서로 다른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뒤이어 전달한 접종 이력에 대해서는 접종완료자도 예외가 없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당사자는 PCR검사를, 활동가는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각각 음성임이 확인된 뒤에야 함께 센터에 들어갈 수 있었다.

 

분명한 근거 없이 시행된 ‘주기적 선제검사’

서울시는 작년 1월부터 노숙인시설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주기적 선제검사’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시설에서 밥을 먹거나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주마다 PCR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식당이나 대형마트를 이용할 때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노숙인시설 이용자는 무려 1년 넘게 해오고 있다. 시설에서 아예 생활하거나,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렇게 차별적인 제도가 분명한 근거도 없이 시행되어왔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주기적 선제검사와 관련해 각 지자체에 전달한 지침에는 노숙인시설 이용자에 관한 내용 자체가 없다. 지난 5월에 배포한 자료를 봐도, 백신 접종을 완료한 노숙인시설 종사자를 주기적 선제검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뿐, 이용자에 관한 언급은 없다. 반면 서울시는 복지부에 이어 각 시설로 보낸 공문에 느닷없이 시설 이용자 또한 선제검사 대상임을 명시했고,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에만 추가 검사 없이 출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의 지침 어디에도 없던 내용을 임의로 추가해 시행한 것이다. 지난 11월 사회복지시설의 출입 요건이 단기간 동안 강화되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출입이 자유로웠어야 하나, 결국 노숙인시설 이용자들은 그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시설 출입을 통제 당했다.

 

서울시의 ‘입맛대로’ 행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지침에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용자는 주기적 선제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해당 지침이 각 시설에 전달되던 작년 6월에도 거리홈리스는 여전히 면봉으로 코를 찔러가며 밥을 먹어야 했다. 심지어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달 <신속항원검사 시행지침>을 발표하면서 2월 3일부터 노숙인시설이 “PCR검사 우선순위 대상” 및 “선제검사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주기적 선제검사는 계속되고 있다.

 

배제의 장벽이 된 ‘방역’

주기적 선제검사가 지속되면서, 거리상담 시 거리홈리스 당사자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무엇을 하든 간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밥을 먹기 위해서도, 병원에 가기 위해서도, 더위나 추위를 잠시 피하기 위해서도 PCR검사에 따른 음성확인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다. 올해 들어 방역 관리의 기준이 전반적으로 완화되어 가는 추세이지만, 그럼에도 일부 당사자들은 여전히 “코로나 검사”의 악몽을 떠올리며 지원기관들과 거리를 두고, 빵과 같은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해당 조치가 거리홈리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선기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하나의 지시를 수행했다. 브릿지의 경우, 거리홈리스 당사자는 센터 출입 시 PCR검사에 따른 음성확인서를 보여줘야 했지만, 동행한 활동가는 신속항원검사에 따른 음성확인서만 보여줘도 출입이 허용됐다. 반면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이하 다시서기)에서는 당사자에게만 음성확인서를 요구할 뿐, 동행자에게는 어떠한 확인서도 요구하지 않았다. 심지어 다시서기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자”는 “선제검사 음성확인 불필요”라고 적힌 서울시 공문을 자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으나, 그와 동일한 내용을 묻는 전화에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PCR검사를 받고 오라는 답변뿐이었다.

 

이토록 일관되지 못한 기준은 당사자로 하여금 필요한 지원을, 필요함을 느끼는 시기에 받도록 하는 일 자체를 그르치게 만든다. 지난달 서울시 자활지원과 공무원에게 명확한 출입 기준이 존재하는지, 급변하는 방역 패러다임 속에서 노숙인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현재 복지부의 지침을 확인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것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고, 지난 1년은 복지부의 지침에도 존재하지 않는 ‘지침’까지 만들어 홈리스를 차별하고,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외면했다. 그러고는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정보에 어려움을 겪는 홈리스 당사자는 방치해둔 채 또다시 복지부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하는 것은 명백한 기만이다. 서울시의 ‘입맛대로’ 행정이 아닌, 홈리스 당사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방역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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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희망지원센터 출입문에 부착되어 있는 출입 관련 안내문(2022. 2. 17. 촬영) 

<사진출처=홈리스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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