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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현장스케치] 쪽방주민 주거권 교육, 그 현장을 가다


<응팡/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  용산구 동자동 소재 동자희망나눔센터에서 ‘쪽방주민 주거권 교육’이 열렸다 <사진 출처=홈리스 주거팀>


5월 29일부터 6월 12일까지 매주 수요일 19시 동자희망나눔센터에서 ‘쪽방주민 주거권 교육’이 진행되었다. 1강은 지난 5월 한국일보에 ‘지・옥・고 아래 쪽방’ 연재기사를 실었던 이혜미 기자, 2강은 정비사업체를 운영하는 백준씨, 3강은 ‘홈리스 주거팀’에서 활동하는 이원호, 이동현, 윤애숙 활동가가  진행을 맡았다.  매회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강연장은 동자동 뿐만 아니라 창신동, 돈의동에서 찾아온 쪽방주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단순히 강연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강연 중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개진하며 ‘쪽방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우리의 요구’를 만들었다. 당시 강연장을 메웠던 쪽방주민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쪽방주민 주거권 교육 현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누가 쪽방으로 돈을 버는가


 “건물주들의 횡포가, 작고 초라한 사람들을 너무 착취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마지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만큼도 배려도 안하고, 착취하는 데만 연연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에요.”


“저 같은 경우 시설에 있다가 자유로운 생활 하려고 하니까 쪽방이라도 얻는다 이거예요. 집주인은 ‘싫으면 나가. 딴 사람 부르면 돼’ 이렇게 나오니까.”


쪽방 소유주를 전수조사 했던 한국일보 이혜미 기자에 따르면 서울시내 쪽방건물의 실소유주는 대부분 강남 건물주와 지방 부유층이다. 개중에는 3대째 쪽방 건물을 세습하는 가족도 있는데, 이들이 계속해서 쪽방을 사들이는 이유는 바로 쪽방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쪽방 건물은 주로 서울 도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해있다. 그런데 위험성이 큰 다른 구역과 달리 재개발 지역의 쪽방촌 투기는 쪽방 임대료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당장 개발이 되지 않아 집주인이 투기 이익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쪽방주민들로부터 현금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은 높은 월세를 지불하고도, 1평 내외의 좁고, 밥을 해먹을 공간도 화장실도 갖춰져 있지 않는 공간에서 살아야만 한다.


동자동에도 개발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동자동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이원호 활동가의 물음에, 한 주민이 “너무 낙후되어있으니까 개발이 필요하다”며 “개발되면 좋아지겠지 뭐”라는 낙관 섞인 답변을 내놓았다. 정말 그럴까? 개발이 되면 좋아진 우리 동네에서 쫓겨나지 않고 계속 살 수 있을까?


동자동은 현재 ‘후암동 특별계획구역1’에 속해있다. 특별계획구역은 개발 계획이 수립되고 실현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은 경우, 소유자들이 별도의 개발계획을 세워제출한 뒤 개발을 진행하는 구역을 말한다. 소유자들이 의견을 모아 내년 5월까지 개발계획을 시에 제출하면 동자동 개발이 진행된다. 동의서가 빨리 모인다면, 개발이 바로 다음 달에 착수될 수도 있다. 소유주들은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발계획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다. 2011~12년 영등포동 개발계획 때에도 441개의 쪽방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소유주의 돈벌이에 쪽방주민들의 삶과 생존은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안 개발의 사례와 우리의 요구

▲  주거권 교육 현장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쪽방주민의 모습 <사진 출처=홈리스 주거팀>

당시 그대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영등포동 쪽방주민들은 그야말로 대책 없이 쫓겨나야 했다. 그러나 쪽방주민과, 시민들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자 2015년 서울시와 영등포구가 쪽방과 관련한 대책모임을 구성했고, 결국 쪽방주민용 공공임대주택 324세대 공급을 개발계획에 포함했다. 개발사업이 무산되면서 이 역시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목소리를 낸다면 주민들의 요구도 개발계획에 담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모인 주민들도 문제제기하고 요구할 사안들을 함께 만들었고,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쪽방촌에서 살다 임대주택으로 이사를 가도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왜냐면 환경, 보증금도 그렇고 대화할 사람도 없어서 편히 살 수가 없거든요. 뭉쳐서 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할 텐데...”


“무보증 임대주택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보증금 없이 들어갈 수 있어요. 지금은 보증금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니 감당이 안 되는 거죠.”


우선 개발 공사기간 동안 주민들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살 ‘임시이주단지’ 등의 공간이 필요하다. 달동네 ‘백사마을’ 개발 때처럼 주택재개발 중 전체 면적의 1/3을 ‘주거지보전구역’으로 지정한 뒤 원주민 재정착용 저층 임대 주거지 조성해 삶을 보전할 수도 있다. 그렇게 조성된 임대주택은 주민들의 상황에 적합해야 한다.


“다른 것도 절실하지만 10여 년 동안 쪽방촌에서 거주하면서 느끼는 게 쪽방촌 건물들이 노후화되고 거의 목재 건물이에요. (...) (화재) 안전 교육도 없고 스프링클러・소화기 가져다 놓는 수준인데 화재 시 안전이 보장이 돼야합니다.”


“샤워할 수 있는 공간, 취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쪽방촌 거주하는 사람들은 5-60대 고령자가 태반이고 다들 지병 가지고 있어서 쭈그리고 앉기가 힘들어서 좌변기 쓰기가 어렵습니다. 양변기 시설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쪽방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쪽방, 여관, 여인숙 등 ‘비적정주거’에 대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도 있다. ‘사람이 사는 곳에 어느 정도의 기준’을 마련해 집주인 멋대로 집이 공급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뭉치는 게 힘”이라는 쪽방주민들은 이날의 이야기와 요구를 모아, 19일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쪽방주민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면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박원순 시장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외치고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주민들의 필요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3주간 진행되었던 주거권 교육은 시청 앞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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