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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홈리스>


“나 여기 있어요” 아무도 듣지 않는 여성홈리스의 목소리


<김인손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미투(Me, too)’ 운동이 뜨겁습니다. 우리 사회에 산적해 있던 여성에 대한 억압과 성폭력들이 이제서야 뒤늦게 문제화되면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는 거지요. 이렇게 미투 운동으로 비판과 성찰의 목소리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지금, 여전히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여성 홈리스의 목소리입니다.


여성이기에 더욱 힘든 거리생활
거리생활을 하는 여성 홈리스는 각종 범죄와 폭행뿐 아니라, 성폭행의 위험에도 더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볼까요?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 홈리스 중 78%가 성폭행이나 폭행, 스토킹을 직접 경험했거나, 유사한 위협적 상황에 놓인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단지 홈리스라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수사를 회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가해자가 활보하는 거리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공중화장실에서 컵에 물을 부어 생리 부위를 씻는다는 미국의 여성 홈리스 <사진 출처=허핑턴포스트>

생리도 거리 생활을 하는 여성 홈리스에게 가장 힘든 문제 중 하나입니다. 샤워할 곳도 마땅치 않은 여성 홈리스에게는 생리대를 구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허핑턴 포스트에 따르면, 여성 홈리스는 미국 전체 홈리스 가운데 39.7%를 차지하여 무려 5만 명에 달하는데요. 여성 홈리스는 생리대를 구할 수 없어, 생리대를 훔치거나, 자원봉사자들이 생리대를 나눠줄 때까지 기다리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생리대 대신 양말, 냅킨, 비닐봉지, 화장실 휴지, 옷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런 대체품들이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여성홈리스는 왜 거리로 나올까
2008년 이루어진 한 연구에 의하면, 여성 홈리스가 거리로 나오게 되는 이유는 남성 홈리스와는 다릅니다. 남성 홈리스가 경제적 문제로 거리로 나오게 되는 데 비해, 여성 홈리스 대부분은 가정 폭력이나 성폭행 등,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피해 거리로 도망치는 것이죠.  


하지만 현재 한국의 복지는 홈리스가 노동시장으로 나가 ‘자립(自立)’, ‘자활(自活)’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 홈리스를 오직 노동해야 하는 주체로만 바라볼 뿐,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각종 문제와 이들을 거리로 나오도록 만드는 가정 내 원인을 주요하게 고려하지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여성 홈리스가 가정 내에서 가사노동을 오랜 시간동안 수행해 온데다가, 결혼·임신·육아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온전히 얻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도요.
 
게다가 홈리스를 위한 시설들은 대게 거리 홈리스가 밀집해 있는 지역, 예컨대 서울역 ․ 용산역 ․ 영등포역 등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다수 남성 홈리스를 대상으로 시설이 위치해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성 홈리스의 경우,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위협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홈리스 밀집 지역을 피해 교회, 기도원, 찜질방 등의 시설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5년 기준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내에 있는 홈리스 중 여성 홈리스는 약 694명으로, 남성 홈리스의 24%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른바 ‘숨어있는’ 여성 홈리스를 고려한다면 여성 홈리스의 수는 훨씬 더 많겠지요. 그러나 여성 홈리스를 위한 여전용 일시보호시설은 전국에 딱 한 군데뿐입니다. 이용가능인원도 30~4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아무도 듣지 않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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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던 가부장적 권위와 폭력들을 타파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은 앞으로 더욱 강하게,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미투 운동을 통해서 말할 수 있는 여성이 누구이고, 또 반대로 말할 수 없는 여성이 누구인지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아니, 어쩌면 여성 홈리스들은 ‘언제나’, ‘항상’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최근 SNS에 올라온 ‘생리대 나눔함’이 많은 여성들의 지지를 얻었던 적이 있습니다. 공중화장실에 생리대 나눔함을 만들고, 여기에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생리대를 기부하여 여성 홈리스가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거지요. 어쩌면, 이런 행동이 여성 홈리스의 목소리를 듣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 홈리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만, 홈리스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구조 전체를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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