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영화 속 우리 ②>


홈리스를 향한 편견에 도전하는 영화, <로드무비>


<안화영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오늘 소개할 영화는 2002년 개봉한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입니다. <국제시장>, <베테랑>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을 아시나요? 지금은 국민배우가 된 황정민의 풋풋한 신인시절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홈리스가 등장합니다. 그냥 등장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주인공 두 명이 홈리스이고, 서울역 홈리스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영화의 주된 내용을 차지합니다. [영화 속 우리]라는 코너에 딱 들어맞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영화 <로드무비>에 등장하는 홈리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영화의 첫 장면. 외환위기(IMF)로 인해 증권사 펀드매니저에서 하루아침에 홈리스가 된 석원. (영화 화면 캡처)

영화는 석원(정찬 역)의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시작합니다. 석원은 잘 나가는 증권사의 펀드매니저입니다. 그런데 외환위기(IMF)로 인해 한순간에 모든 재산을 잃고 빈털터리가 되고 맙니다. 아내에게도 버림받아 갈 곳이 없는 석원은 서울역에 오게 됩니다. 그리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석원을 대식(황정민 역)이 도와주며 둘은 친구가 되고, 함께 거리를 여행하며 우정과 사랑을 쌓아가는 것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로드무비>는 당시 외환위기(IMF)를 맞은 한국사회의 풍경을 그려냅니다.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직장과 가정을 잃고 거리로 나왔던 1997년, 석원은 그들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즉 이 영화는 누가, 어떻게, 홈리스가 되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석원처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을요.


이제 석원은 서울역으로 왔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역의 홈리스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어느 날 방송국에서 홈리스를 촬영하러 서울역에 찾아옵니다. 홈리스들은 티비에 나올 생각에 신이 나서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국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못마땅해 합니다. 그러고는 더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라고 요구합니다. 영화 속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웃고 장난치던 홈리스들
▲일부러 찡그리라고 요구받아 어색한 표정



















방송국 사람 1 : 컷! 컷! 아저씨! 웃지 마시고, 진지하게 좀 해주세요.

방송국 사람 2 : 아저씨! 아저씨가 자꾸 웃으시니까 NG가 나는 거잖아요. 고단한 표정으로 말씀해 주세요, 예?

상길 : 아이씨. 형님! 아 이거 어떻게 해야 돼 이거?

대식 : X같은 표정 한 번 지어 봐라!

상길 :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이렇게?

대식 : 더 X같게!

상길 : (더욱 찡그리며) 이렇게?

카메라 : (만족한 목소리로) 오케이!


위 사진의 애써 찡그린 얼굴이 보이시나요? 이렇게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짓고 나서야 방송국 사람들은 만족하고 돌아갑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왜 안 될까요? 웃고 장난치는 것은 홈리스답지 않고, 진지하고 고단해야 ‘홈리스다운’ 것일까요? 감독이 이 장면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기억을 돌이켜보면 뉴스나 신문이 홈리스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꼭 이렇지 않던가요. 어둡고 위험한 사람들로 묘사하거나,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모습으로 그려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는 언론과 미디어가 홈리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장면 1]이 ‘진짜’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것 역시 <로드무비>라는 영화의 감독에 의해 연출된 것이니까요. 실제의 홈리스가 아닌 배우들이 각본에 따라 연기를 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홈리스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거기에는 신문과 뉴스, 영화와 같은 미디어의 책임이 클 것입니다. 언론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시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결국 그것을 보는 우리의 몫입니다. 최소한 당사자인 우리는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가 보는 신문기사나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편견을 강화하는 건 아닌지, 묻고 따지면서 보는 감상법, 그것이 [영화 속 우리]의 감상법입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 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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