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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홈리스뉴스 60호> 홈리스 당사자의 자작시 기고 '추방자 : 노숙인의 운명'


<다솜 /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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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도 파괴되고
가족도 다 흩어져
그 어디 갈 곳도 없어
거리에 홀로 나앉졌네.


마땅히 몸 거처 할 곳 없어
지하철 지하 공간에서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주는 음식 먹으며
그래도 편히 잠들 수 있었네.


주변에 좋은 이웃들,
밤낮으로 함께 지내며,
외로움도 덜고
덜 힘들었는데,


어느날 지하 공간에
가게가 들어오고 장사가 들어오고
검은 옷차림의 경비들 쫙 깔리니,
영락없이 오갈데 없구나,


힘들고 고단해도
비바람도 피하고 추위도 피하던
저 따뜻한 빈 공간에
살얼음 같은 단속이라,


그래도 국가가 좀 인간적이었나,
저 모진 추위 때는
잠시나마, 지하공간에서 잠들 수 있었는데,
날이 좀 풀렸다고,


이젠 지하철 지하는
완전히 폐쇄되고,
온전히 거리에 나앉졌구나,
조그만 빈 공간 찾아
거리에서 몇날 잠들었는데, 

이젠 그것조차 불가라네,
유리벽으로 갈라진 공간 사이에
서로 다른 인간세계인데,
이젠 유리벽 너머 작은 공간,


그것조차 불허하네,
앉을 자리, 누울 자리,
완전 폐쇄라,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먹거리도 문제지만
누울 자리,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어졌구나, 쫓기고 또 쫓기고,
마지막 남은 것은 죽음 뿐인데,


하도 모진 목숨이라,
스스로 끊을 수도 없고,
주변의 벗들, 떠날 수도 없고,
이 풍진 세상살이,


아아, 아아, 슬프다,
이 험한 세상에,
손 내밀 한 사람 없구나,
한 몸 누일 곳 없구나,


이렇게 거리에 몇 해던가,
마음 속 생각은
세상에 원한과 분노로 가득차고,
오갈 곳 없는데,


오늘 같이 봄비가 내리면,
먼 어릴적 꿈같은 기억,
주마등처럼 스치는 거리에,
담배나 한 대 피우고,


그 담배 연기 속에
저 비참한 운명, 되새기며,
소처럼, 되새김질 하며,
오늘은 그 어디에서 지내나,


차가운 비바람이라도 피하고,
개밥 같은 끼니라도 때우고,
한 몸 누울 자리,
이 세상, 영원히 이별인가,


참 모진 세상이다,
이제 그만 살고 싶어도,
그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네,
그것조차 운명인가,


아아, 아아, 슬프다,
제발 목숨이라도,
건사하게 해다오,
아아, 아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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